이재명의 고민

[위클리서울=이주리 기자] 민주당 내 불협화음의 강도가 커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고민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강성 지지층의 비명계 의원들을 향한 공격이 점차 강도를 떠하면서 당이 들썩이고 있다. 이 대표의 내부 공격 자제 요청에도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어 당내 갈등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일명 '개딸'로 불리는 강성지지층의 비명계 의원들에 대한 좌표 찍기가 이어지고 있다. 검찰 수사를 비롯 안팎으로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이 대표가 향후 어떤 선택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민주당 내 분위기를 살펴봤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강성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의 ‘이재명 지키기’가 비이재명계 의원을 강하게 공격하면서 정당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이 대표가 이들에게 보다 강력한 경고를 보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형국이다. 일각에선 결별을 선언해야 한다는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은 최근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비명계 이원욱 민주당 의원 지역 사무실 앞에서 집회를 벌였다. 이 의원은 다음날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집회를 공지했던 앱카드에 게시된 제 사진이 악한 이미지로 조작됐다. 본래 원본 사진을 입, 눈 등을 교묘히 바꿔서 이상한 얼굴로 조작했다”며 “악마가 필요했나보다”라고 글을 올렸다.

이 대표는 이와 관련 SNS에 글을 올려 이 의원 지역 사무실 앞 집회와 시위를 거론하며 “생각이 다르다고 욕설과 모욕, 공격적인 행동을 하면 적대감만 쌓일 뿐이다. 이재명 지지자를 자처하며 그런 일을 벌이면 이재명의 입장이 더 난처해지는 건 상식”이라고 자제를 당부했다.

이 대표는 “특히 ‘악마화’를 위해 조작된 이미지까지 사용해 조롱하고 비난하는 것은 금도를 넘는 행동이다. 저 역시 조작된 사실로 수많은 공격을 당해봤기에 그것이 얼마나 견디기 힘든 일인지 저나 여러분 모두 잘 알지 않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명예훼손 부분에 대해서는 “당 차원에서 철저히 조사한 후 단호히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도를 넘은 행동”

문제는 이 대표의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개딸의 비명계에 대한 공격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자신의 SNS를 통해 내부 공격 중단 메시지를 낸 것은 이달 들어 벌써 세 번째다.

자신의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내홍이 격화되자 잇따라 ‘원팀’을 강조하는 글을 썼다.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는 강성 당원들을 향해 내부 단합을 강조했다.

이 대표의 잇따른 만류에도 불구하고 개딸의 ‘수박’ 색출과 공격은 멈추지 않고 있다. 수박은 겉과 속이 다른 정치인을 일컫는 은어로, 주로 개딸들이 비명계 의원들을 비난할 때 쓰는 말이다.

당원 청원 게시판에는 이 대표 불체포특권 포기를 주장한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과 지난 대선 경선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 영구제명 청원이 올라왔고 수만명이 동의했다.

일각에선 이들이 이 대표의 영향력 밖에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이 대표가 보다 분명하게 선을 긋는 게 중요하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말리는 척만 할 것이 아니라 결별까지 각오하고 분명하게 경고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명계인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정치 훌리건은 축구에서의 훌리건과 똑같다. 팀을 망치고 축구를 망치는 훌리건처럼, 정치 훌리건, 악성 팬덤은 정당을 망치고 민주주의를 박살낸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내 의원을 향한 내부총질에만 집중하는 행위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면서 “해당 행위, 당을 분열시키는 이들에 대해 이 대표가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울산에서 열린 국민보고회에서 “(개딸이라는 표현이) 너무 많이 오염됐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을 개딸이라 소개한 당원이 “요즘 또래 당원들에게 물어보면 개딸 악마화에 대해서 불만이 꽤 많아 보인다”고 하자 “개딸은 (드라마 응답하라) 1987에 나오던 정말 개구진, 그러나 정말 사랑스러운 딸. 이런 의미로 썼던 단어”라면서 “좋은 뜻으로 시작했는데 요즘은 혐오 단어로 슬슬 바뀌어 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우리 안의 차이가 아무리 커도 우리가 싸워 이겨야 할 상대보다다 크지 않다"며 '원팀'을 강조해왔다.

이 대표는 "설마 진짜 우리 지지자들일까, 민주당원들일까 의심이 든다"며 "민주당원이라면, 이재명의 지지자라면 즉시 중단하고, 그 힘으로 역사부정 반민생 세력과 싸워 달라"고 말했다.

그는 "생각이 다르다고 욕설과 모욕, 공격적인 행동을 하면 적대감만 쌓일 뿐"이라며 "이재명 지지자를 자처하며 그런 일을 벌이면 이재명의 입장이 더 난처해지는 건 상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민주당의 책임자는 저이고 저는 분열책동을 극복하고 힘을 모아 총선에서 반드시 이겨야 할 책임이 있다"며 "총선승리의 가장 큰 장애는 분열과 갈등"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헤어질 결심’ 요구

개딸 공세가 거세지자 여당에선 이 대표의 자제 촉구가 무색해졌다고 비판했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과거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금은 박용진 의원이 지속적으로 개딸들과 '헤어질 결심'을 이 대표에게 요구하고 있지만, 이 대표는 중재자 코스프레만 하고 있을 뿐"이라며 "개딸들과 결별은커녕 개딸들을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는 이 대표로 인해 민주당의 시계는 거꾸로 흐르고 있다"고 일갈했다.

김 대변인은 "이원욱 민주당 의원 자택 인근에서 개딸들의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며 "비명계로 분류되는 이 의원이 차기 원내대표 출사표를 던지며 이 대표에 맞서는 행보를 하자 개딸들이 본격적인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대표는 어제 자신의 SNS(사회 관계망 서비스)에 '내부공격을 자세해 달라'고 개딸들을 향해 글을 게시했지만 이 대표의 쇼잉(showing)일 것이라 느껴진다"며 "과거 민주당은 개딸들과 절연할 기회가 있었지만, 이 대표는 오히려 개딸들의 대활약을 내심 반기며 방조하고 격려하기까지 했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또 "이 대표는 개딸 아빠를 자처하며 강성 팬덤을 이용해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와 당대표 선거에서 승리했다"며 "최근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민주당 이탈표로 아슬아슬하게 부결되자 개딸들은 이탈자를 색출하는 지명수배 전단까지 만들기도 했다"고 했다.

한편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민주당의 혁신은 '개딸(개혁의딸)' 절연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오늘도 민주당이 개딸과 완전히 절연할 것을 요구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개딸은 이미 2030도, 여성도 아니다. 다양성이 생명인 민주정당을 파괴하는 세력일 뿐"이라며 "저는 공동비대위원장을 맡을 때부터 지금까지 개딸로 대표되는 폭력적 팬덤정치를 청산하자고 주장했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개딸과 이별하지 않는 한, 혐오와 대결의 적대적 공존은 계속될 것이고, 지난 대선 때 민주당을 뽑아주었던 2030 역시 민주당을 다시 찾지 않을 것"이라며 "협치를 바탕으로 한 개혁과 국민 생활 개선은 꿈도 꾸지 못할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위원장은 이 대표를 향해서도 "말로만 '강성지지자들에게 우리 편을 공격하는 행위를 중단해달라' 경고하지 말고 개딸이 폭력적 행위를 거듭하도록 만들어놓은 물적 기반을 없애는 조치를 단호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가 꺼낸 구체적 조치 내용으로는 △국회의원·당직자의 '재명이네 마을' 탈퇴 △당원 청원 게시판 개선 △박용진·이원욱 의원에 대한 사과 및 폭력적 팬덤 대책 수립 △민형배 의원의 위장탈당 사과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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