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여성노동자회, "출산휴가 사회적 권리...사업주 인식 개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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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78%까지 곤두박질친 가운데 출산휴가·육아휴직 사용은 여전히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출산휴가 등 사용자에 퇴사를 권고하고 휴가 복귀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직장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에서도 출산휴가·육아휴직 사용실태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와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예고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 의뢰해 남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출산·가족돌봄휴가 및 육아휴직 사용실태를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5.2%는 육아휴직을 마음대로 쓸 수 없다고 응답했으며 39.6%는 출산휴가를 마음대로 쓸 수 없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53%가 가족돌봄휴가를 자유롭게 쓰기 어렵다고 응답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출생아 27만2337명을 낳은 여성 중 취업상태인 여성(44% 11만명) 가운데 출산휴가를 사용한 여성은 63%(636만9690명)에 불과했다.

아울러 △비정규직 △5인미만 사업장 근로자 △월 임금 150만원 미만 등 소규모 회사일수록, 노동약자일수록 출산·돌봄휴가 및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2020년 출산휴가자 중 종사자수 5인 미만 기업 재직자는 5.5%, 5~49명 기업 재직자는 26.8%, 50~299명 기업 재직자는 25.8%에 불과한 반면 300명 이상 기업 재직자는 40.6%로 가장 많았다.

특히 출산휴가·육아휴직 사용 시 퇴사를 강요하거나 복귀자에게 낮은 인사고가를 주거나 복지가 좋지 않은 다른 부서로 발령을 내는 등 불이익을 주는 직장문화로 인해 휴가 사용에 더욱 어려움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맘카페 등에서는 "출산휴가 쓴다고 하니 그만 두라고 종용했다"거나 "쉬었다 돌아오니 월급이 깎였다"는 등 출산휴가·육아휴직 사용 시 겪은 불이익에 대한 글 게재가 쇄도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상 사업주가 출산휴가를 주지 않을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 출산휴가 도중 해고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직 시 불이익 등을 우려해 법적인 대응을 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2193명이 출산휴가 도중 고용보험 수급 자격을 상실했다. 자격 상실 이유로는 경영상 필요에 의한 퇴사, 근로조건 변동, 임금체불 등에 의한 자진퇴사 등이 다수를 차지했다.

해당기간 출산휴가 미부여로 검찰에 송치된 건수는 30건에 그쳤으며 출산휴가 기간 중 해고를 이유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건수는 단 4건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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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임 인천여성노동자회 소장은 “출산휴가·육아휴직 등을 사용하는 직원들에게 사직을 권고하거나 복귀 후 불이익을 주는 직장문화부터 개선해야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선 출산휴가 등을 사회적 권리로 인식하는 사업주들의 인식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처럼 사업주의 인식 수준이 열악한 단계에서는 고용노동부와 관련기관들이 사업주 교육 등을 통해 사업주들에게 출산휴가의 사회적 필요성과 사업주의 법적 책임 등을 인지시키는 등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며 "출산휴가 중 또는 후 퇴사 시 이유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 강요나 불이익 등으로 인한 퇴사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직장갑질119는 "정부는 직장인이 마음 놓고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노동시간을 줄이고 출산·육아·돌봄휴가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며 "위반 사업주를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책점검회의에서 "근로자의 정당한 권리인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사용을 방해 또는 불이익을 주는 기업문화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장관은 "근로자들이 출산휴가, 육아휴직을 제대로 사용하는지 집중적으로 감독하라"며 "현장의 사용 실태를 대대적으로 조사해 근로자 권리 행사를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한편 가임기여성이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출생아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은 2017년 1.05명에서 2018년 0.98명으로 떨어진 후 2020년 0.84명, 2021년 0.81명, 지난해 0.78명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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