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파견법 취지 살려 적용 제한해야" 주장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1 이모 씨는 저축은행중앙회 통합콜센터에서 상담원으로 근무하다 하청업체 변경 과정에서 해고됐다.

이 씨에 따르면 상담원이 트집을 잡는 고객에게 사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저축은행중앙회가 콜센터 관리자에 대해 절차에 맞지 않는 직위해제를 진행하려고 했다. 이에 상담원들이 나서 관리자의 원직복직을 요구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게시했고 관리자는 복직됐다.

그로부터 2개월 후 저축은행중앙회 직원이 야간에 술에 취해 콜센터에 무단침입한 사건이 발생하자 해당 관리자가 저축은행중앙회에 사과를 요청했고 그 관리자는 한달 후 해고됐다. 이어 3달 후에는 대자보를 게시한 상담원들이 하청업체 변경을 이후로 해고됐다.

#2 버를라카본코리아의 하청직원들의 근무형태는 3조3교대로 쉬는 날이 없고 원청의 주문량에 따라 맞교대해야 하는 상황으로 입과 코로 기름 그을림과 카본을 흡입해야 하며 반복되는 포장작업으로 근골격계 질환자가 많다.

그러나 하청직원들의 급여는 원청직원의 30%에 불과하며 원청이 하청업체에 임금인상 등을 이유로 15%을 높여 지급했다고 하지만 직원들은 받은 바가 없다.

Ⓒ위클리서울/픽사베이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낮은 임금, 중간착취 및 고용불안정 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예외적으로만 간접고용을 허용토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는 “하청·파견 고용형태의 확산은 노동력 거래의 불공정성을 심화시킬 뿐 아니라 하청노동자의 노동3권을 제약함으로 노사관계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고 짚었다.

권오성 교수는 “특히 하청노동자는 동종·유사업무를 수행하는 원청기업 근로자보다 차별적으로 저임금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원청과 하청기업 간의 시장 권력의 비대칭성으로 인한 불공정한 거래조건이 하청기업에 속한 노동자에게 그대로 전가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권 교수는 “원청기업과 하청기업 간의 도급계약·근로자파견계약이 종료되면 하청노동자들의 고용이 종료된다”며 “고용승계가 이루어지더라도 종전 용업업체를 사직하고 신규업체에 새로 입사하는 형태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고용승계 과정에서 배제되더라도 법적으로 다투기가 쉬지 않다”고도 짚었다.

임금전용계좌 등 도입, 중간착취 일부 개선 효과

현재 국회에는 원청이 인건비로 책정한 금액이 온전히 노동자들에게 지급될 수 있도록 ‘임금 전용계좌’를 도입해 원청이 직접 지급토록 하는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 개정안(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돼 있다.

엄진령 노무사는 “현재의 원하청 및 파견 제도를 유지한 채 원청이 하청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직접 지급하게 하거나 파견수수료 상한을 제한하는 등 법 개정은 실질적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엄 노무사는 “원청은 낮은 인건비의 인력을 많이 책정하거나, 인원 자체를 축소 책정하는 등으로 인건비 규모를 줄이고자 한다”며 “임금을 직접 지급하도록 하는 방안은 하청업체가 임금을 떼어 먹거나 계약시 산정된 것보다 노동자 규모를 축소해 착취분을 늘리는 것을 방지할 수는 있겠지만, 애초 깎여나가는 최초의 금액에 대한 대응은 빈 지점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또 그는 “관련법상 수수료에 대한 규정이 없어 이를 명시하고 상한을 정하는 것은 임금을 수수료 명목으로 떼이는 것을 제한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파견사업주는 자신이 고용한 노동자를 파견하는 것이기에 노동자에게 수수료를 받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도 지적했다.

사업이전 따른 고용승계 법제화해야

권오성 교수는 “일반적으로 회사의 합병, 영업양도, 회사분할 등은 사업주의 일방적인 결정에 따라 행해지는데, 이러한 기업변동은 근로자의 고용문제나 노동조합의 지위에 큰 변화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현행법에서는 사업이전 등에 있어 근로자의 고용승계 여부 등에 관한 법 규정이 부재하다.

권 교수는 “고용승계 문제는 민법이나 상법 등의 해석에 따르거나 판례에 의존하고 있다”며 “그러나 사업이전 등의 대상이 되는 근로자들은 소송을 거쳐 개별사건마다 구제를 받거나 재판부의 법리에 따른 해석으로 구제 여부가 달라질 수 있어 결과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떨어지는 등의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고 밝혔다.

즉 근로관계의 승계여부를 법원의 해석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법적안정성이 부족하다는 것.

이에 합병·영업양도 등에 따른 사업 또는 사업장의 변경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놓일 수 있는 근로관계를 두텁게 보호하기 위해 사업이전에 따른 근로관계 등의 승계를 규정한 ‘사업 이전에서의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 제정안(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미향 의원)이 발의됐다.

간접고용 제한·금지, 근본적 해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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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하청노동자의 낮은 임금과 고용불안정, 중간착취 문제 등을 일부 해결하는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효과는 미약할 것이며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간접고용의 활용 자체를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엄진령 노무사는 “노동자의 노동을 통해 사업을 영위하고 이윤을 취하는 기업이 그에 대한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노동법의 기본 원리”라며 “직접고용은 노동자와 사용자 관계를 명확히 하는 것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하는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제3자를 매개한 고용은 그 관계를 복잡하게 만들어 노동자 권리를 탈각시킬 수 있다”며 “파견법을 폐지하고 간접고용을 없애는 게 옳은 방향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성덕 변호사는 “예외적으로만 간접고용을 허용한다는 파견법 본래의 입법 취지만이라도 살릴 수 있도록 상시·지속적 업무에 대한 파견근로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기호 변호사는 “대우조선해양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원청기업들이 자신들의 수행하는 사업에 필수적인 업무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사용하고 있다”며 “상시업무에 간접고용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해당 근로자를 직접 고용한 것으로 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선박 블록을 만드는 작업인 선행작업(가공-소조립-중조립-대조립)부터 취부(블록과 블록을 붙이는 작업), 용접, 사상(용접을 마친 이후에 용접으로 인해 울퉁불퉁해진 부분을 깎아내는 작업), 도장 등 선박·플랜트건조 업무 전반에 걸쳐 하청노동자들을 사용하고 있다.

권오성 교수는 “전문적인 분야를 제외하고는 노무도급 자체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률안을 제안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멕시코는 2021년 연방노동법 개정을 통하여 전문 용역 및 특별 공사 용역업체 등록부에 등록한 ‘전문 용역’의 범주에 해당하는 용역에 대해서만 노무도급(아웃소싱)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여타 아웃소싱은 전면적으로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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