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대전 이어 남양주·영주 등
이상기후·가뭄 원인 지적..."탄소중립 속도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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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전국이 산불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한반도에 기후재난이 덮쳤다고 지적한다.

지난 2일 충남 홍성과 대전, 서울 인왕산에서 산불이 발생한 데 이어 다음날인 3일에는 경기도 남양주시와 경북 영주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충남 홍성에서 발생한 산불은 2002년 청양·예산 일대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에 이어 역대 2번째 규모로 꼽힌다.

산림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지난 2일까지 발생한 산불이 418건에 달한다. 지난 20년 중 최다 산불을 기록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324건)과 비교해 29%(94건) 늘었고, 최근 10년 평균(255건) 대비 64%(163건)나 증가했다.

2016년 391건이던 산불 발생건수가 2018년 497건, 2019년 620건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그간 서울과 대전 등 대도시권에서의 산불은 등산객, 담뱃불 등으로 인한 실화가 종종 있었지만 주민 대피령이 내려질 정도의 큰 불은 거의 없었다.

대형산불은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최근 몇 년간 이어지고 있다.

2021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불에서 벌어진 산불도 104만㏊(헥타르)를 태웠다.

앞서 2019년 호주에서 발생한 산불은 무려 6개월 동안 이어지면서 1860만㏊를 뒤덮었다. 같은 해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6402건으로 10만ha가량을 태웠다.

또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비롯한 남유럽, 터키와 러시아, 남미, 캐나다 등 말 그대로 전 세계가 산불 피해를 심각하게 입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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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세계 곳곳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대형산불의 원인을 이상기후에 따른 극단적인 겨울가뭄의 결과로 분석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 육지 온도도 동반 상승하는데 이로 인해 숲의 습도는 낮아져 산불 발생 빈도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처럼 푸르게 우거진 숲이 ‘불쏘시개’로 불릴 만큼 바짝 마른 상태가 돼 초기에 진화될 수도 있었던 불이 대형산불로 이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린피스는 “지구의 연평균 기온은 지난 200여 년간 1.09℃ 올랐으며, 50℃ 이상 치솟는 폭염일수도 1980년대 이후 두 배 가까이 늘었다”며 “이에 따라 지구 곳곳에서는 대형 산불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유엔환경계획(UNEP)이 공개한 산불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와 토지 사용 변화로 인해 2030년까지 대형산불로 피해를 보는 면적이 최대 14%, 2050년까지 30%, 21세기 말까지 50% 증가하는 등 산불이 더 빈번하고 대형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지구의 온도가 2℃ 이상 상승하면 폭염, 한파 등 일반인이 감당할 수 없는 자연재해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지구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유지하기 위해 순탄소 배출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초대형 산불 등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이 통제불능 상태로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최소 45%의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린피스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정부가 보다 더 빠르고 과감하게 온실가스를 줄여 기후위기 대응에 나서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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