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숙원'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본격 추진, 그러나 환경은?
'40년 숙원'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본격 추진, 그러나 환경은?
  • 박영신 기자
  • 승인 2023.04.06 13: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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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조건부 동의'...11월 착공 '목표'
전문기관, 백두대간 핵심구역 과도한 훼손 발생 '우려'
환경단체들이 지난 2월2일 원주지방환경청 앞에서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 관련 환경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위클리서울/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환경부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에 조건부 동의를 내린 이후 사업 추진이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해 지역발전은 커녕 환경이 좋아진 사례는 한 군데도 없다며 사업 철회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은 지난 2월27일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조건부협의 의견을 강원도 양양군에 통보했다. 이에 사업 추진이 본궤도에 올랐다.

8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오는 11월 착공해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착공까지는 11개의 인허가 절차가 남아 있다.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지방재정 투자심사는 강원도가 이미 행정안전부에 의뢰서를 제출해 오는 5월이면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또 문화재현상변경허가(문화재청), 백두대간개발행위협의(산림청), 산지일시사용허가(산림청 양양국유림관리사무소), 농지사용허가(양양군청) 등 절차가 남아 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브리핑에서 “앞으로 11개 인허가 및 심의 절차를 최대한 신속히 밟고 원샷으로 해결해 연내 착공하겠다”고 밝혔다.

또 김 지사는 한 방송에서 “가을에 단풍철이 되면 사람들이 줄을 지어서 올라가는 케이블카하고 밟아서 훼손하는 것하고 어떤 게 더 훼손되겠나”며 “오히려 케이블카를 만드는 게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환경부, 2019년 부동의 '번복'...양양군 환경영향평가 재보완서 공개 안 돼

Ⓒ위클리서울/픽사베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40여년간 지자체의 ‘숙원사업’으로 꼽혀 왔다. 강원도와 양양군은 “지역의 자원을 활용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일념으로 지치지 않고 밀어 붙어왔다.

1990년대 당시 자연공원법 시행령 중 ‘공원자연보존지구에서 허용되는 최소한의 공원시설'에 케이블카는 2㎞ 이하로 규정됐다. 양양군에서 원하는 구간은 2㎞를 초과하는 구간이었기 때문에 사업에 찬성하는 주민들이 2000년대 초반 삭도(케이블카)추진위원회를 만들어 법 개정을 요구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10년 들어 정부가 자연공원법 시행령을 개정해 5km로 늘렸다. 이에 산의 저지대(하부)에서 정상부까지 케이블카 설치가 가능하게 됐다.

자연공원법 시행령 개정 이후 양양군은 본격적으로 사업 추진에 나섰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케이블카 사업이 번번이 부결됐지만, 양양군은 그때마다 케이블카 구간을 변경해 다시 신청했다. 2011년 처음 케이블카 사업을 신청하며 오색~대청 구간으로 계획서를 냈다가 부결되자 관모능선으로, 다시 끝청으로 바꿨다.

2014년 박근혜 정부가 오색 케이블카를 정책과제로 선정하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환경부는 비밀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해 2015년 7개 부대조건을 이행하는 조건으로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조건부 동의'했다. 7개 부대조건은 △산양추가조사 △식물보호대책 △탐방로연계차단 △안전대책보완 등이다.

이처럼 이명박 정부에서 규제완화가 이뤄지고 박근혜 정부에서도 통과 움직임이 있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이 사업은 다시 부결됐다.

환경부는 2019년 9월 “설악산의 자연환경과 생태경관, 생물 다양성 등에 미치는 영향 등을 검토한 결과 케이블카 설치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환경영향평가에 부동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환경부의 '부동의'는 사업 백지화와 같은 말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들어 윤 대통령이 최근 열린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반드시 진행되도록 환경부에 확인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강원도 15대 정책과제 중 하나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선정하기도 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말 제출된 양양군의 환경영향평가 재보완서에 대해 △산양 등 법정보호종에 대한 공사 전·중·후의 모니터링 △법정보호식물 및 특이식물에 대한 추가 현지조사 △상부 정류장 구간 규모 축소 방안 강구 등의 조건을 달아 ‘조건부 협의' 의견을 통보했다. 한 기관이 부동의 결정을 내렸다가 또다시 번복한 것이다.

한편 양양군이 제출한 환경영향평가 재보완서는 아직도 비공개 상태다. '환경영향평가법'상 군사상 기밀, 영업 비밀이 포함되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환경영향평가서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산림의 훼손면적 증가·법정보호종 보전 대책 미흡 등 지적 제기

환경단체들이 지난 2월2일 원주지방환경청 앞에서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 관련 환경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위클리서울/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공사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생태계를 되돌릴 수 없는 길로 가는 것”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설악산은 생물권보전지역(유네스코 MAB국제조정이사회), 국립공원(환경부), 천연보호구역(문화재청), 백두대간보호지역(산림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산림청)으로 지정돼 있다.

또한 국립공원공단에서 2005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보호지역 카테고리II 국립공원으로 관리 등급을 상향 조정해 보전 중심 관리를 인증 받았다. 2014년에는 IUCN 녹색목록에 등재돼 유전자원을 가능한 영구하게 보전하고, 넓은 서식지와 활동지를 같는 종의 이동경로 보전 등을 위해 기여하도록 관리하기로 약속했다.

오색케이블카 사업 구역은 멸종위기종인 산양의 핵심 서식지다.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 산양개체수는 1630마리로 파악된다. 이 중 약 18%인 297마리가 설악산에 서식한다.

또 오색케이블카 사업구역의 나무들의 최고령 수령이 210년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에서 평균수령이 가장 높아 그야말로 국내에서는 볼 수 없는 극상림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양양군의 환경영향평가 재보완서를 검토한 5개 전문기관은 ▲상부정류장 면적 확대에 따른 백두대간 핵심구역 내 지형변화지수 90% 증가 ▲산림의 훼손면적 증가 ▲법정보호종 보전 대책 미흡 ▲시설물 안전성 확보 불명확(의문) 등 부정적인 결정을 내렸다.

사업자 측이 제시한 대책으로는 설악산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저감할 수 없고, 멸종위기 산양의 서식 및 번식에 큰 교란이 발생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특히 상부정류장 지형 훼손이 오히려 증가한 계획으로 백두대간 핵심구역에 대한 훼손이 과도하게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다.

국립생태원도 “상부 정류장의 위치는 하방(아래로) 이동했으나, 개발 면적(2743㎡→3634㎡) 및 훼손 수목(1267주→1721주)은 오히려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이이자희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정책팀장은 “정말 강원도나 양양군이 말하는 ‘친환경 케이블카’라면 환경영향평가 등에서 적법한 협의가 되어야 맞을 것”이라며 “상부정류장 면적돼 백두대간 핵심구역을 추가 훼손하고, 케이블카 시설물 안전성 확보가 불확실해 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환경영향평가서 재보완서를 공개하는 것이 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국제적으로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보호지역을 육상과 해상 각각 30% 확대하고, 기존 훼손지를 복원하는 목표에 합의했던 환경부는, 과연 국립공원이라는 국가 보호지역을 훼손하기로 한 결정을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밝힐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이이자희 정책팀장은 “환경부의 결정이 떳떳하다면 국제사회와 각종 보고서에 밝히는게 마땅할 것이고, 떳떳하지 않다면 지금 당장 조건부 협의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며 “현재 국립공원을 둘러싼 각종 훼손과 개발계획을 백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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