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 통과한 대안...직회부 '가능성'
재계, "파업 조장"...노동계, "노동쟁의 정당한 권리"

지난 해 11월30일 정의당이 노란봉투법 제정 농성돌입 기자회견을 열었다. Ⓒ위클리서울/김현수 객원기자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여야와 노동·재계의 첨예한 갈등 속에 일명 ‘노란봉투법’이 상임위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문턱을 넘었다. 그러나 야당이 본회의에 직회부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 법 통과를 놓고 노동·재계의 공방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파업참가자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는 내용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말한다.

2014년 쌍용차 파업참여자들에게 47억원 손해를 배상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내려지자 한 시민이 4만7000원이 담긴 노란봉투를 언론사에 보냈고, 이를 시작으로 모금운동이 벌어진데서 당시 발의된 법안에 '노란봉투법'이라는 이름이 붙게 됐다. 이 법안들은 19대·20대 국회에서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그러나 2022년 8월 대우조선해양이 하청노조 파업에 대해서 470억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다시 본격적인 입법레이스가 시작됐다. 강민정 강병원 강은미 고민정 노웅래 양경숙 이수진 임종성(이상 더불어민주당), 이은주(정의당), 윤미향(무소속) 등 의원이 발의한 11개 법안과 5만명이 동의한 국민청원이 발의됐다.

상임위는 병합심사한 대안을 지난 2월23일 통과시켰다.

이번에 상임위를 통과한 대안의 주요 내용은 △사용자 범위의 확대 △민·형사상 책임에서 면책되는 쟁의행위 범위의 확대 △손해배상청구의 제한 등이다.

대안에 따르면 근로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자 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근로조건 및 노동조합 활동에 지배력·영향력을 미치는 자도 사용자로 인정하기로 했다.

노조의 쟁의행위는 법령상의 요건을 충족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에서 면책되지만 그 범위가 협소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에 대안에서는 현행법상 민·형사상 책임이 면책되는 노동쟁의의 범위를 임금·휴게시간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으로 한정한데서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단체협약의 불이행 등과 같은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으로 확대했다.

아울러 쟁의행위와 관련해 법원은 노동조합 및 조합원들의 공동불법행위에 대해 행위자 각각에게 총 손해발생액 전부를 부담시키고 있는 점은 근로3권이 헌법에 부여된 권리라는 점을 감안할 때 과다한 배상책임이 부과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앞서 제출된 법안들에서는 파업이 불법인 경우에도 폭력·파괴행위를 제외하고는 손해배상 자체를 금지하는 내용, 폭력·파괴행위의 경우에도 직접적인 손해의 경우만 손해배상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 손해배상 청구의 대상을 노동조합으로만 제한하고 노동조합 간부나 조합원 개인에게는 청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 노동조합에게 청구하는 경우에도 그 액수 등을 제한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그러나 대안에서는 법원이 조합원 등의 쟁의행위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그 손해에 대하여 각 배상의무자별로 각각의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했다.

예들 들어 10명의 조합원의 쟁위행위 등으로 발생한 불법행위에 대해 100만원의 배상책임이 발생했다면 기존에는 조합원 각자가 전액에 대해서 배상책임을 지는 구조였다면 A조합원 10만원, B조합원 5만원 등과 같은 식으로 100만원을 개인의 책임에 따라 나눠서 배상토록 한다는 것이다.

Ⓒ위클리서울/픽사베이

재계에서는 이번 대안이 사용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파업을 조장하고 유도하는 면이 있으며, 또 국민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입법 당시부터도 노란봉투법은 하청노동자가 원청업체를 상대로 파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기존엔 불법이었던 쟁의 일부를 합법 영역에 포함해 경영계의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노란봉투법에 대한 반대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

경총은 개정안이 사용자를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하는 자'로 정의한 것에 대해 "기준이 모호해 기업이 스스로 사용자인지도 판단하기 어렵다"며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면 형사처벌이 될 수 있는지를 사전에 예견할 수 없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어긋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한 데 대해선 "민법상 손해배상 원칙에 어긋난다"며 “가해자의 불법행위를 보호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노동계는 “도급·위탁·파견 등 간접고용이 확대되고, 다층적인 근로관계에 따라 근로계약의 당사자인 사용자와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에 대한 영향력·지배력을 가지는 자 간에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현행법은 근로계약의 당사자만을 사용자로 인정하고 있어 사용자에 대한 교섭 및 쟁의행위만으로는 근로조건의 개선에 한계가 있다”도 짚었다.

이들은 “파업은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정당한 권리행사인데, 정당한 권리행사를 이유로 거액의 손해배상책임을 일반적으로 지우는 것은 공평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또 “사용자에 비해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노조와 그 조합원인 근로자를 두텁게 보호할 필요성도 있다”고도 지적했다.

한편 국회법상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법률안이 60일 이내 심사가 끝나지 않을 경우 상임위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으로 본회의 직회부가 가능하다. 전체 환노위 16명 중 10명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밀어붙이면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법사위 심의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로 직회부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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