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인 척" 그린워싱, "똑똑하게 가려내자"
"친환경인 척" 그린워싱, "똑똑하게 가려내자"
  • 박영신 기자
  • 승인 2023.04.07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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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기준원, 그린워싱 사례 소개
Ⓒ위클리서울/픽사베이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그린워싱에 대한 정의나 기준이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업 경영에서 ESG가 주요화두로 떠오르면서 기업들이 친환경 이미지로 경제적 이익을 보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린워싱은 친환경을 뜻하는 Green과 세탁을 뜻하는 White washing의 합성어로, 위장환경주의, 친환경 위장술을 말한다. 즉 기업이 실제로는 친환경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친환경 이미지를 내세우는 행위를 일컫는다. 캐나다의 친환경 컨설팅사인 테라초이스는 그린워싱을 “기업의 환경 관행이나 제품 또는 서비스의 환경적 편익에 대해 소비자를 오도하는 행위”로 정의했다.

한국ESG기준원은 ‘그린워싱 유형별 사례 분석’에서 “상품 마케팅 영역에서의 허위·과장 광고를 넘어 특정 기업에 대한 그린워싱 논란이나 소송, ESG펀드에 대한 규제까지 친환경 이미지로 경제적 이익을 보는 모든 행위가 ‘그린워싱’ 또는 ‘ESG워싱’으로 지칭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준원은 △협의의 그린워싱 △투자자를 오도하는 선택적 정보공개 △기업 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한 정보공개 조작 등 3가지 그린워싱 사례를 제시했다.

아울러 기준원은 “제품에 대한 부적절한 인증 라벨 부착 또는 금융상품에 대한 근거 없는 친환경 마케팅 등 상품·서비스에 대한 허위과장 광고로 인한 그린워싱 사례는 ‘제품과 관련된 수준에 국한된, 협의의 그린워싱’ 유형에 해당하며, 해당 상품 및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나 금융소비자에게 피해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사례로 이탈리아 국영석유기업 에니(Eni)는 팜유 기반 연료‘디젤+’을 재생가능한 녹색 연료이며 팜유 기반 연료가 이산화탄소 배출을 평균 5%에서 최대 40% 감소시킨다고 홍보했다. 이탈리아 시장 당국은 이에 대한 정확한 근거가 없고, 팜유 성분을 사용하는 것은 간접 배출을 야기하기 때문에 이를 ‘녹색’이나 ‘재생가능’이라고 사용하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판단해 500만 유로(67억6735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광고 집행 중단 판결을 내렸다.

환경부와 환경산업기술원은 ‘친환경’, ‘무독성’ 등의 용어를 사용한 어린이 목욕 완구 제조・수입사 및 유통사를 조사하고, 근거 없이 포괄적인 환경성 용어를 표시한 5개 제품의 제조・수입사에 대해 해당 표시・광고 시정 조치명령 사전 처분을 실시했다.

조사대상 19개 제품 중 18개 제품(94.7%)의 온라인 광고에서 명확한 근거 없이 ‘친환경’, ‘무독성’ 등의 용어가 사용됐으며, 5개 제품(26.3%)은 제품 포장 등에 근거 없는 친환경 용어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위클리서울/픽사베이

기준원은 “펀드와 같은 금융상품, 채권과 관련해 제한적으로 정보를 공개하거나 부적절하게ESG, 녹색, 친환경, 지속가능성 등의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투자자의 합리적인 판단을 저해하는 그린워싱 사례는 ‘투자자를 오도하는 선택적 정보공개’ 유형에 해당한다”고 짚었다.

해당사례로는 홍콩 공항의 녹색채권 발행 사례가 있다. 홍콩공항은 세 번째 활주로를 건설하기 위해 녹색채권을 발행했고, 이와 관련해 기후위험 및 생물다양성 리스크가 있는 프로젝트에 녹색채권을 발행하는 것에 대한 그린워싱 비판이 제기됐다.

환경 전문가를 비롯한 단체는 활주로를 확장하는 것은 기존의 공항 옆에 새로운 공항을 건설하는 것과 동일하게 다량의 탄소를 배출하며, 홍콩 공항에 세 번째 활주로가 건설될 경우 소음, 대기 오염과 함께 홍콩 해양의 중국 흰돌고래들의 서식지가 파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골드만삭스는 ESG 펀드의 80%를 자체 펀드 기준을 충족하는 기업 주식으로 구성하며 술, 담배, 무기, 석탄, 원유, 가스 판매 등으로 수입 대부분을 얻는 기업은 배제한다고 홍보했다.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청정에너지’, ‘ESG’가 들어간 펀드를 대상으로 골드만삭스가 펀드를 운용하면서 공시 의무를 준수했는지, 투자가 마케팅 자료에서 약속한 ESG 지표에 위배되는지, 투자자에게 알린 내용과 다르게 투자했는지 등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2017년 4월부터 2020년 2월까지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이 ESG투자 대상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ESG 관련 규정 및 절차가 미비한 점이 확인돼 400만 달러(약 5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기준원은 “‘기업 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한 정보공개 조작’유형은 실현 불가능한 친환경 목표를 수립해 공개하거나, 탈석탄 선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는 등 무분별하게 기업의 친환경 이미지를 내세우거나 사업·활동에 대해 충분한 근거없이 친환경 라벨을 부착하는 경우가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7대 메이저 정유사 중 하나인 토탈에너지스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사업장 배출량의 40%, 유럽 내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량 30%를 감축하고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선언한 바 있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화석연료를 생산, 판매하면서 탄소 중립을 달성할 수 있다는 토탈에너지스의 주장은 오해의 소지가 있으며, 국민들의 행동과 생각을 오도해 유럽 불공정 소비자 행동 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고, 프랑스 검찰은 그린워싱 혐의로 토탈에너지스를 공식 기소했다.

또 2019년 1월 브라질의 광산업체 발레가 보유한 댐이 붕괴됐고, 이 사고로 댐이 위치한 브루마디뉴 마을 식당과 인근 지역이 파괴되고 270명이 숨졌으며 유독성 광산 폐기물이 다량 유출됐다.

SEC는 발레가 댐 안전기준에 미흡하다는 사실을 수년 동안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2016년부터 댐의 안전검사를 조작하고 허위 안전성 증명서를 취득했으며 댐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험을 고의로 은폐하는 등 ESG 공시를 조작해 지자체, 지역사회, 투자자들을 속였다고 주장하며 뉴욕 연방법원에 미국 증권법 사기방지 및 보고 조항 위반혐의로 발레를 고소했다.

기준원은 “기업의 사업이나 활동에 대해 충분한 근거 없이 ‘친환경’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 그린워싱으로 간주돼 기업의 평판이나 브랜드 이미지에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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