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이커머스 ‘한지붕’ 아래…“시너지 도모”

[위클리서울=이주리 기자] 동남아시아를 기반으로 한 이커머스업체 큐텐이 최근 위메프를 인수했다. 이는 티몬과 인터파크커머스에 이은 세 번째 국내 이커머스 기업 인수다. 큐텐은 각각의 플랫폼을 통합하지 않으면서도 각자의 강점을 강화해 시너지를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커머스 1세대 대표로 불리는 이들이 모두 한 지붕 아래 모이게 되면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순위에도 변동이 이뤄질 전망이다. 현재는 네이버, 신세계(SSG닷컴·G마켓), 쿠팡, 11번가 순이지만, 큐텐이 11번가를 앞지를 것으로 관측된다.
 

큐텐 품에 안긴 티몬, 거래액 상승세

큐텐은 2010년 싱가포르에서 설립된 기업이다. 창립자는 구영배 대표다. 구 대표는 인터파크의 창립멤버다. 서울대 자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계 석유개발업체 ‘슐룸베르거’를 거친 후 인터파크에 합류했다. 이후 사내 벤처 형태로 G마켓을 창업한 후 나스닥 상장을 성공시켰다. G마켓을 이베이에 넘긴 뒤, 이베이와 조인트벤처 형식으로 현재의 큐텐을 오픈했다.

큐텐은 ‘싱가포르의 아마존’으로 불리고 있다. 일본과 싱가포르, 인도네이사, 말레이시아, 중국, 홍콩 등 6개 지역에서 쇼핑몰을 운영 중이다. 한국어를 지원하고, 한국 카드사에서 발급된 카드로도 결제가 가능해 국내에서는 해외직구 사이트로 주로 이용된다.

큐텐이 가장 먼저 인수한 국내 이커머스 기업은 바로 티몬이다. 지난해 9월 2일 티몬은 사내 공지를 통해 “티몬이 큐텐과 함께하게 됐다”며 “새로운 조직 개편과 인사제도를 곧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티몬과 큐텐은 소중한 파트너들의 해외진출과 성장을 돕는 한편, 고객에게는 수준 높은 크로스보더 커머스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010년 문을 연 티몬은 국내 최초 소셜 커머스 사이트로 처음에는 ‘티켓몬스터’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2017년 티몬으로 사명을 변경한 후 시대의 변화에 따라 소셜 커머스 비율을 낮추고, 오픈마켓 서비스를 도입해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티몬은 2020년 3월 첫 월간 흑자를 달성한 바 있다. 당시 티몬은 흑자 전환이 단발성이 아닌 향후 분기, 연단위로도 지속 가능하도록 설계된 건전한 실적 개선이라고 강조했다. 지속 흑자를 달성해 2021년 상장을 목표로 IPO(기업공개)에 나서겠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결국 연간 흑자까지는 달성하지 못하면서 상장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티몬의 몸값은 2015년 8000억 원대에서 최근 2000억 원대까지 떨어졌다.

이후 2022년 6월, 티몬이 큐텐에 경영권을 매각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같은 해 9월 큐텐은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 지분과 사모펀드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와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이 보유한 티몬 지분 100%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티몬을 인수했다.

티몬은 큐텐에 인수된 후 두 자릿수 거래액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60% 늘었고, 올해 1분기 역시 70% 가까이 성장했다. 올해 1분기 고객 평균 구매 횟수는 20% 증가했고, 3월 기준 1인당 객단가는 60%가량 늘었다.

분야별로 보면 ‘여행’ 부문이 152%로 가장 성장률이 높았다. 해외여행은 아직 사회적으로 코로나19 확산 이전과 같은 분위기가 아님에도 약 50배의 성장률을 보이며 코로나 이전의 60% 수준으로 회복했다. 지역·컬쳐(104%), 가전·디지털(72%), 유·아동(56%) 관련 거래액도 증가했다.
 

인터파크 쇼핑·도서 소유권도 인수

큐텐은 지난 3월 31일에는 인터파크커머스를 인수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현재 인터파크는 야놀자의 자회사다. 야놀자는 지난 2021년 말 인터파크의 여행, 공연, 쇼핑, 도서 사업부문의 지분 70%를 2940억 원에 인수했다. 이 가운데 쇼핑과 도서 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해 인터파크커머스를 새롭게 설립하고 매각을 추진해왔다. 쇼핑과 도서 부분이 야놀자의 여행·숙박 등 핵심 사업과 관련성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큐텐은 인터파크커머스 주식을 전량 인수하고 경영권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인 ‘인터파크쇼핑’, ‘인터파크도서’의 소유권을 갖는다. 업계에서는 주식매매계약(SPA) 규모가 1500억 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파크는 “경영 효율화와 여행·티켓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서 매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큐텐 측은 글로벌 역량이 인터파크커머스에 새로운 성장 기반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인터파크커머스의 2800만 고객에게는 큐텐이 해외에서 직접 소싱 한 상품을 더 빠른 배송과 개선된 쇼핑 경험으로 전달하고, 파트너(셀러)들에게는 큐텐이 서비스하는 전세계 24개국 소비자들과 연결해 보다 큰 매출 확대의 기회를 만들어 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야놀자는 2020년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과 주관사 선정 계약을 진행하며 국내 증시 상장을 예고했다. 그러나 지난 2021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조 원대 투자를 유치하면서 나스닥 상장으로 선회했다.

야놀자의 기업가치는 한때 10조 원으로 거론됐지만 주식시장이 얼어붙으며 현재는 5조 원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비여행 사업 부분을 큐텐에 매각하면서 글로벌 여행·여가 플랫폼으로 도약,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위메프까지 한솥밥…이커머스 순위 지각변동

큐텐은 인터파크커머스를 인수하자마자 바로 위메프 품기에 나섰다. 큐텐은 지난 4월 6일, 원더홀딩스가 보유한 위메프의 지분 전량을 인수하고, 위메프 경영권과 모바일 앱 소유권을 갖는 계약을 진행했다. 새 대표에는 큐텐 김효종 경영지원본부장이 선임됐다.

위메프 역시 스마트폰의 시작과 함께 탄생한 회사다. 2010년 허민 대표가 창업했다. 위메프 역시 시작은 소셜 커머스 서비스였으나 현재는 오픈마켓으로 운영되고 있다. 매출 정체와 적자가 지속된 상태였다. 지난 2020년은 매출 3853억 원 영업손실 542억 원, 2021년 매출 2448억 원 영업손실 338억 원 등 실적이 저조했다.

위메프의 최대주주는 원더홀딩스다. 그러나 원더홀딩스 역시 자회사인 원더피플의 신작 게임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희망퇴직을 받는 등 사정이 어려워졌다. 이에 허 대표는 결국 위메프 매각을 결정했다.

큐텐은 티몬 인수로 증명한 성공 방식을 위메프에도 적용하고 그룹사간 시너지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위메프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더하고 티몬·인터파크커머스 등 계열사 간 유기적인 결합을 강화, 큐텐의 글로벌 커머스 역량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글로벌 이커머스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또한 큐텐이 보유한 경쟁력 있는 해외 셀러들을 국내 플랫폼에 연결하고, 물류 계열사 ‘큐익스프레스(Qxpress)’가 보유한 11개국 19개 지역의 물류 거점을 활용해 빠르고 안정적인 배송을 지원한다. 국내 셀러들에게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소비자들에게는 차별화된 소비 경험을 제공하며 모두와 동반성장하는 상생 생태계로 자리 잡아 나간다는 방침이다.

큐텐 관계자는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와 글로벌 커머스 큐텐 등 각 계열사들이 가진 장점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극대화해 새로운 성장과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큐텐의 위메프 인수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순위가 변동될 전망이다. 국내 이커머스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비대면 거래가 급성장하며 재편돼왔다. 신세계 이마트가 G마켓글로벌을 인수하면서 시장 2위에 올랐다. 이에 지난해 기준 네이버(17%), 신세계(SSG닷컴·G마켓, 15%), 쿠팡(13%)이 1, 2, 3위를 차지하고 있다.

4위는 11번가(6%), 5위는 롯데온(5%)다. 큐텐이 위메프(4%)와 티몬(3%)를 인수함에 따라 시장점유율로 봤을때는 11번가와 롯데온을 넘어서는 셈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당장 국내 이커머스의 판도를 바꾸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의 경우 SSG닷컴 오픈마켓 사업을 포기하고 G마켓과의 멤버십을 통합하는 등 눈에 띄는 변화를 줬다”며 “큐텐은 현재 각각의 계열사를 어떻게 운영할지, 어떤 방식으로 시너지를 낼지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로, 상황을 지켜봐야 이커머스 내 순위 변동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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