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헌법불합치 '4년'...국회·정부, 대체입법 '나몰라라'
낙태죄 헌법불합치 '4년'...국회·정부, 대체입법 '나몰라라'
  • 박영신 기자
  • 승인 2023.04.10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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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보건법 등 법사위 계류 중
수술비용 '천차만별'...약물 수입허가 안 돼
지난 2020년 11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청소년페미니스트네트워크 등 12개 단체 회원들이 낙태죄 완전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위클리서울/김현수 객원기자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4년이 지나도록 정부와 국회의 후속조치 마련이 지지부진하고 있다. 이에 여성들이 여전히 임신중지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4월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전면 금지하고 이를 위반했을 때 처벌하도록 한 형법 조항이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위헌이라며 2020년 12월31일까지 법을 개정하라고 했다. 이에 낙태죄가 66년 만에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그 이후 2년여 지난 현재까지도 국회와 정부가 손을 놓고 있어 대체입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헌재 결정 직후 임신 중지에 대한 ‘처벌’ 조항을 다룬 형법 개정안 6건과 임신중지 허용범위 삭제 등이 담긴 모자보건법 8건이 발의됐지만 법사위에서 계류 중이다.

이러한 대체입법 공백 상태에서 정부는 ‘러브플랜’ 홈페이지를 통해 임신중지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임신중지를 결정한 여성들에게는 임신중지 시술 병원은 어디인지, 어떤 방법으로 가능하고 비용은 얼마인지, 임신중지 약물은 어떤 종류가 있으며 구입방법은 어떻게 되는지 등과 같은 구체적인 정보가 필요하지만 이 사이트에는 피임법과 월경과 같은 ‘의학적 안내’가 대부분이다.

또 약물을 통한 임신중지와 관련해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가된 약제가 아직 없다’고 고지한 것이 전부다.

식약처는 사실상 임신중지 약물의 일종인 유산유도제 미프진(미프지미소)의 수입허가를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2021년 현대약품이 식약처에 수입허가 신청을 냈지만 지난해 12월 결국 허가 신청을 자진 철회했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보건복지부가 식약처와 여성가족부 등 관련부처와 나눈 유산유도제 관련 논의도 2020년 10월로 끝이 났다.

세계보건기구(WHO) 필수의약품에 등재돼 있는 미프진은 전세계 60여개국에서 사용 중인 약물로 수술과 유사한 수준의 임신중지율을 나타낸다.

정부가 최근 발표된 ‘제3차 양성평등기본계획’에서는 임신중지에 대한 의료 접근권을 보장하겠다면서도 ‘임신중절의약품의 불법 유통 단속 강화’를 내거는 등 해당 약물에 대한 단속 강화 계획만 밝히고 있다.

현재 임신중지 시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의료행위로 병원마다 시술비는 천차만별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지난해 6월 공개한 ‘2021년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임신중지 시술을 한 여성 중 36.2%가 시술비로 30만~50만원을 지불했다. 15.4%는 50만~70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브플랜 홈페이지 캡쳐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모두의 안전한 임신 중지를 위한 권리보장 네트워크'는 9일 “형법상 낙태죄 처벌 규정의 효력이 없어진 지 2년이 지났으나 여전히 임신 중지를 위한 법·제도가 마련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네트워크는 "정부와 국회의 방치 속에 여성들은 여전히 임신중지권을 권리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많은 여성들이 높은 임신중지 의료비용을 부담하고 있으며 임신중지 관련 정보도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들은 "임신 중지를 건강권으로 보장해야 할 것"이라며 “여성의 안전한 임신 중지를 위해 관련 의료행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현재 ‘모자보건법’상 여성들은 △본인·배우자가 유전학적 장애가 있는 경우 △본인·배우자가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에 의해 임신된 경우 △혈족·인척 간 임신된 경우 △본인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는 경우 등에만 임신중지가 허용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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