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KB리브엠 정식 승인…공식적으로 시장 진출
알뜰폰 시장 경쟁 활성화 기대, 출혈경쟁으로 이어질까

ⓒ위클리서울/ 디자인=이주리 기자

[위클리서울=방석현 기자] 금융위원회가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 ‘KB리브엠’을 정식 승인하면서, 이동통신업계가 이어질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은행의 알뜰폰 시장 진출로 경쟁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겠지만 기존 이동통신업계에서는 시중은행들이 강력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파격적인 저가 요금제 공세에 나설 경우, 출혈경쟁에 이어 시장 약탈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2일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를 통해 KB국민은행의 ‘간편·저렴한 금융·통신 융합서비스’의 규제개선 요청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KB국민은행은 기존에 운영하던 KB리브엠 서비스를 정식으로 지속할 수 있게 됐다.

알뜰폰(MVNO)은 기존 통신사에 망 도매대가를 지급하고 망 이용권을 부여받아 기존 통신3사의 요금제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이 골자다.

그동안 은행은 본업 외 업무를 할 수 없었지만, 지난 2019년 4월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이 혁신금융서비스 1호로 지정되면서 규제샌드박스 사업으로 처음으로 운영됐다. 이후 2023년 4월16일 특례기간 만료가 닥치면서 KB국민은행이 관련 규제개선을 요청했고, 금융위가 이를 수용해 정식 승인됐다.

금융위는 “혁신금융심사위원회 등을 통해 규제 개선의 필요성, 그간의 운영결과, 금융시장·질서의 안정성과 소비자 보호에 미치는 영향 등을 심사해 국민은행의 규제 개선 요청을 수용했다”며 KB국민은행이 알뜰폰 서비스를 부수업무로 신고하면 추후 법령 등을 정비할 예정이라 설명했다.

KB리브엠은 처음에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지적과 함께 기존 알뜰폰 서비스 업계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지만, 출시 4년이 지난 현재는 가입자수 41만명을 돌파했다.

점유율만 보면 2% 수준으로 낮아서 아직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지만, 금융위 차원에서는 금융과 통신 데이터 융합에 따른 디지털 혁신을 기대하는 눈치다.

KB국민은행이 알뜰폰 사업을 은행 부수업무로 지정할 수 있게 되면서, 다른 금융사들 역시 시장 진출을 노리는 모습이다. 현재 신한은행은 KT망을 쓰는 중소 사업자들과 제휴해 12개 요금제를 제공 중이며, 하나은행 역시 디지털 기반 금융통신 서비스 제공을 위해 알뜰폰 요금제를 선보였다.

그동안 알뜰폰 시장의 경우, KT‧SKT‧LGU+ 등 통신3사의 자회사 중심 체제로 운영돼왔지만 시중은행들이 강력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 3사 중심 과점체제를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KB국민은행 측에서는 “통신 소비자의 이용 편의 제고, 알뜰폰 시장 활성화, 중소 알뜰폰 사업자와의 상생·동반성장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 후생 역시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요금경쟁이 보다 치열해지면서 저렴한 요금제를 이용할 수 있게 돼 소비자들에게 보다 많은 이익이 돌아가게 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동통신업계에서는 KB리브엠으로 인해 시장이 교란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KB리브엠이 2020년 139억원, 2021년 184억원의 영업손실을 보고 있다며 “도매대가 이하 요금으로 판매해 단기간에 42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고 날을 세웠다.

일례로 최근 알뜰폰 시장에서는 최대 65GB의 데이터를 무약정 0원에 제공하는 요금제까지 우르르 등장했다. 사실상 ‘출혈경쟁’이 현실화된 것이다. 출혈경쟁이 지속된다면 결국 중소업체들부터 떨어져나갈 것이고 시장은 대기업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동통신유통협회는 이동통신3사 알뜰폰 자회사에는 도매대가보다 낮게 판매할 수 없게 하고, 사은품‧프로모션 규제를 적용하면서 같은 사업을 하는 KB리브엠에는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KB리브엠의 덤핑판매는 영세 알뜰폰 사업자뿐 아니라 이동통신 유통 소상공인들의 생존권 박탈 및 전국민의 통신서비스 중단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비판을 쏟아냈다. KB국민은행 측에서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과 상생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들 업체는 여전히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법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합리적인 측면에서의 규제를 언급한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는 KB리브엠이 알뜰폰 활성화 및 통신요금 인하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규제에는 선을 긋고 있다.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은행의 알뜰폰 시장 진출은 단기적 측면에선 이동통신 시장을 활성화 해줄 것이란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중소 알뜰폰 사업자간 인수합병(M&A)이 가속화 될 수도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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