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서울=가톨릭뉴스지금여기 장영식] 어느 사회에서나 참사는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참사 이후 대응에 따라서 그 사회는 달라집니다. 적어도 ‘이 참사가 어떻게 해서 일어났는가’와 참사에 대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라는 문제를 밝히는 것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참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재발 방지를 위한 지침이 명확해질 수 있습니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대구 지하철 참사와 세월호 참사 등을 겪은 우리 사회가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 이태원 참사입니다. 우리는 159일 전의 이태원 참사에 희생된 사람들의 마지막 시간들을 모릅니다. 희생자들의 마지막 시간들을 숨기지 말고, 올곧게 밝히는 것은 미래세대의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요구입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에 의하면, 참사가 일어나고 희생자들의 시신은 모두 용산구 다목적체육관에 있었습니다. 그 희생자들을 누구의 지시로 40여 곳으로 분산해서 옮겨졌는지 밝혀져야 합니다. 사인이 분명하고 신분이 확인된 희생자들을 변사체처럼 알몸으로 사진 100여 장을 찍고 처리했는지 밝혀져야 합니다. 서울에서 죽은 희생자들의 시신을 경기도 외곽 지역 등으로 분산해서 옮긴 과정이 밝혀져야 합니다. 누가 지시했고 감독했으며, 은폐한 이가 누구인가를 밝혀져야 합니다. 왜 신분이 확인된 희생자들이 어느 곳으로 안치됐는지조차 TV 자막으로 안내하지 않았는지 밝혀져야 합니다. 서울은 물론이고, 지방에서 올라온 부모들이 아이들의 행방을 수소문하기 위해 밤새도록 미친 사람처럼 절규하며 여기저기를 찾아다녀야 했던 그 애타는 마음을 가로막은 자들이 누구인지 밝혀져야 합니다.
희생자들의 시신을 다른 곳으로 보낼 수 있었던 사람, 시간을 지연시킬 수 있었던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져야 합니다. 그날의 진실이 규명되고, 그날의 진실에 따라서 대통령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고, 그날의 책임자들이 처벌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159명의 희생자들을 올곧게 추모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비로소 159명의 희생자들이 올곧게 부활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