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앤코와 주식양도 소송으로 대법원까지

[위클리서울=방석현 기자] 지난 2021년 4월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던 시기, 남양유업은 갑작스럽게 ‘불가리스에 코로나 억제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며 세상을 발칵 뒤집는다. 발효유를 통한 항 바이러스 효과가 입증됐고, 남양유업의 ‘불가리스’ 제품으로 실험한 결과 코로나19 억제 효과 연구에서 77.8% 저감효과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 발표는 2023년 현재 남양유업의 새 주인이 누가되느냐를 가르는 큰 파도가 되어 돌아왔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불가리스 코로나 억제 효능 발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으며, 사모펀드에 회사를 매각하려다 법적 다툼에 장기적으로 휘말리게 된다. 그 사이 남양유업의 손자들은 마약에 손을 대 경영에는 전혀 상관이 없음에도 회사의 이름을 뉴스 사회면에 오르내리게 했다.
 

ⓒ위클리서울/ 이주리 기자

불가리스가 코로나 억제에 효과?

지난 2021년 4월 13일 유산균 전문가로 알려진 여러 교수들과 연구원들은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LW컨벤션에서 남양유업의 대표제품인 발효유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능이 있다고 발표했다. 당시 코로나19 발생 누계는 10만명을 넘어섰고, 위중증 환자 역시 100여명을 넘어선 상황이었다.

당시 박종수 남양유업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장은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 발효유 제품에 대한 실험 결과 인플루엔자바이러스(H1N1)를 99.999%까지 사멸하는 것을 확인했고 코로나19 억제 효과 연구에서도 77.8% 저감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소재 중심의 항바이러스 연구에서 벗어나 발효유 완제품이 인플루엔자, 코로나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음을 국내 최초로 규명했다”며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세부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민 건강에 이바지할 수 있는 항바이러스 면역 증진 제품 개발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연희 서울여자대학교 전 한국미생물학회장 교수는 “김치, 발효유에 들어 있는 유산균은 국내외 논문에서 동물실험, 임상실험을 통해 그 효과가 입증됐고 이를 바탕으로 한 리뷰 논문도 발표되고 있는 추세”라며 “앞으로 다양한 인체적용 시험을 통해 발효유 완제품의 항바이러스 기능성이 추가 입증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표에 질병관리청은 즉각 반박했다. 특정 식품의 코로나19 예방 또는 치료 효과를 확인하려면 ‘사람’ 대상의 연구가 수반돼야 하는데, 남양유업 측에서 진행한 연구는 원숭이 폐세포를 숙주 세포로 실험했기 때문이다.

 

2021년 4월 진행된 남양유업 측의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
2021년 4월 진행된 남양유업 측의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 ⓒ위클리서울/ 남양유업

질병관리청은 “잘 통제된 사람 대상의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 그 이후 공유할 만한 효능인지를 검토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라며 “인체에 바이러스가 있을 때 이를 제거하는 기전을 검증한 게 아니므로 실제 효과가 있을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질병청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불가리스 제품은 마트나 편의점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품절 및 사재기 현장이 빚어졌다. 주가는 하루아침에 8%가 치솟았다. 일각에선 과장된 발표로 투자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이광범 전 남양유업 대표이사 등을 경찰에 고발했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이 전 대표이사와 박 연구소장, 본부장급 임원 2명 등 총 4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한 시민단체는 8월 주가조작 의혹 등을 제기하며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을 식품표시광고법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남양유업 내놓은 홍원식 회장, 한앤코와 갈등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당 심포지엄이 순수 학술 목적이 아닌 자사 홍보 목적 발표라고 판단했다. 이에 세종시에 위치한 남양유업 세종공장에 식품표시광고법 위반으로 2개월의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부과하려 했으나, 소비자 불편 및 원유 수급 불안 등을 고려해 과징금 총 8억 2860만 원을 부과했다.

이 일로 홍원식 회장은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모든 국민들과 현장에서 더욱 상처받고 어려운 날들을 보내고 계신 직원, 대리점주 및 낙농가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회사 성장만을 바라보면서 달려오다 보니 구시대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비자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후 2021년 5월, 홍 회장은 지분 51.68%를 포함한 오너 일가 지분 53.08% 전량을 국내 경영 참여형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에 매각하는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공시에 따르면 양도 대상은 남양유업 주식 37만8938주고, 계약금액은 3107억2916만원이다. 한앤코는 지난 2013년 적자였던 웅진식품을 인수해 성공적으로 매각했던 사모펀드다.

그러나 원활할 것 같았던 매각 진행에 차질이 생겼다. 남양유업이 “주식매매계약 종결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2021년 7월 30일 진행하기로 했던 임시주주총회을 갑작스럽게 9월로 미루면서다. 매수자인 한앤코는 “합리적 이유도 없이 임시주주총회를 6주간이나 연기했다”며 “주식매매계약의 명백한 위반”이라며 법정 대응을 예고했다.

홍 회장은 이후 같은 해 9월 “한앤코 측이 계약 후 태도를 바꿔 사전 합의 사항에 대한 이행을 거부했다”며 “선친 때부터 57년을 소중히 일궈온 남양유업을 이렇게 쉬이 말을 바꾸는 부도덕한 사모펀드에 넘길 수는 없다고 결심했다”고 밝히며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했다.

한앤코 측은 “주식매매계약상 규정된 어떤 비밀유지 의무도 위반한 바 없다”며 남양유업 측에 소송을 제기으며, 1심과 2심 모두 한앤코가 승소했다. 재판부는 남양유업과 한앤코의 ‘주식 매매 계약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홍 회장 측은 “계약을 맺을 때 해제에 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310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책임을 지기로 했다”며 한앤코를 상대로 위약금 소송을 내며 맞섰으나, 이 역시 패소했다.

그러나 홍 회장은 상고를 통해 대법원까지 맞서고 있다. 홍 회장 측은 김앤장 법률 사무소가 회사 매각 과정에서 양쪽을 모두 대리하는 이른바 ‘쌍방대리’를 하며 증인 출석 거부 등 남양유업 측에 불리한 상황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앞서 2심에서도 제기됐으나, 당시 재판부는 하나의 법무법인이 양측을 대리하는 것은 일반적이라고 보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홍 회장 측은 불가리스 사태가 시작된 지 딱 2년 만인 지난 4월 13일, 상고이유서를 제출했다. 그는 “2심에서 새로운 쟁점과 외국 입법례 사례를 토대로 ‘쌍방대리’ 위법성을 거듭 주장했다”며 “그러나 재판부는 이에 대한 법적 검토조차 없이 1심 판결을 그대로 인용하며 재판을 종결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판부의 심리미진 및 성의 없는 재판 진행에 대해 억울한 심정을 감출 수가 없다. 권리 구제의 마지막 단계인 대법원에서만큼은 모든 잘못이 시정되고 합리적인 판단이 내려지길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 대법원 선고에 따라 남양유업의 주인이 결정될 예정이다. 현재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승소한 한앤코가 남양유업의 새 주인 등극이 유력한 상황이다. 불가리스 사태가 불거진 후 소송으로만 2년의 시간이 흐른 것이다. 그 사이 남양유업은 2019년 3분기부터 13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태다.
 

3세 마약은 ‘실형’…주가조작 의혹 무혐의

회사 이미지 실추는 또 다른 곳에서 발생했다. 남양유업 창업주 고(故) 홍두영 명예회장의 외손녀 황하나씨가 상습 플로폰 투약으로 논란을 일으킨데 이어, 손자인 홍모씨 또한 대마초 유통 및 흡연 혐의가 드러난 것.

홍모씨는 지난해 10월 대마초를 소지하고 이를 지인과 유학생들에게 나눠준 후 함께 피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전직 경찰청장 아들 등 5명에게 16차례에 걸쳐 대마를 판매한 혐의 등으로도 추가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에서 징역 2년, 40시간의 약물 중동 재활 프로그램 이수, 추징금 3510만원을 명령했다. 홍모씨 측은 모든 혐의를 인정했으나,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남양유업 측은 앞서 황하나씨가 마약 사건으로 세간의 이목을 끌던 당시 “황하나씨는 기업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인물”이라며, 남양유업을 언급하지 말라는 호소를 해왔다. 창업주는 이미 오래전 고인이 된 만큼, 창업주의 외손녀라는 표현으로 남양유업 로고나 사옥 사진 등이 보도에 활용돼 피해가 막심하다는 이유다.

남양유업 측은 “저희 임직원뿐만 아니라 전국에 있는 남양유업 대리점분들과 주주들 등 무고한 피해를 받고 계시는 많은 분들을 양해해달라”고 호소했다. 최근 창업주의 손자 홍모씨까지 마약 사건에 연루되자 홍모씨 역시 남양유업과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행인 것은 불가리스 사태때 불거졌던 주가 조작 의혹은 무혐의로 판결난 점이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최근 식품표시광고법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아온 홍 회장에게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앞서 지난해 3월에도 홍 회장은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 됐으나, 검찰이 7월 재수사를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재수사에서도 식품표시광고법과 자본시장법 위반 두 혐의 모두에 대해 혐의 없음 결론이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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