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정책적 조합 및 저소득층·피해업계 지원 등 필요 지적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세계 각국이 기후변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이른바 ‘탄소세’ 도입 움직임이 일고 있다.

탄소를 배출하는 기업 등에 매기는 세금인 ‘탄소세’는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중립을 위한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수단으로 꼽힌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 처음 온실가스 배출 목표치를 설정한 이래 지금까지 한번도 지키지 못했다. 2017년은 7억914만톤을 배출해 2020년을 목표로 만들어진 로드맵의 목표치를 15.4%나 초과했다.

이후 지난 2015년부터 시행된 2030 로드맵에 따라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을 전망치인 8억5080만톤 대비 37% 감축한 5억3600만톤을 달성하겠다고 밝혔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

IMF는 화석연료로부터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3를 차지하므로 이를 줄이기 위한 대응방안이 필요하며 비교적 높은 수준의 탄소세가 세계적으로 도입되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독일의 경우, 탄소세를 도입한 1999년부터 2003년까지 4년 동안 2002년 기준 700만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소시켰다. 2005년에는 1990년대와 비교해 25%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소시켰다.

이처럼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책으로 꼽히는 탄소세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탄소세기본법안(기동민 의원안)’과 ‘탄소세법안(용혜인 의원안)’,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전부개정법률안(장혜영 의원안)’ 등 3건의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다.

탄소세기본법안은 휘발유, 가스, 석탄, 화석원료 등이 에너지사업, 제조업, 건설업 등에 사용될 때 온실가스가 배출되면 그 물품을 탄소세 과세 대상으로 하고, 이에 대한 세율은 이산화탄소상당량 톤(tCO₂-eq)당 5만원(탄력세율 50%)으로 정한다.

탄소세법안에는 휘발유와 경유, 석유가스, 나프타, 아스팔트, 항공유 등 대부분 연료로 사용되는 물품에 대해 1이산화탄소 상당량톤당 8만원(탄력세율 50%, 추후 12만원까지 인상) 세율을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환경세법 전부개정안에서는 휘발유, 경유에 더하여 등유, 중유, 석유가스 중 프로판·부탄(혼합물 포함), 천연가스, 석유 부산물, 유연탄, 무연탄을 과세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이산화탄소 톤당 5만5천원(탄력세율 30%, 2030년 11만원까지 인상)을 부과하기로 했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와 정책적 조합 고려해야

Ⓒ위클리서울/픽사베이

그러나 전문가들은 탄소세 도입에 앞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와의 정책적 조합 △역진세에 대한 국민적 저항 △경제계의 부담 등을 고려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KDI(한국개발연구원)은 ‘탄소세 도입 방안에 대한 연구’에서 “탄소가격제도로 분류되는 배출권거래제가 국내에서 2015년 1월부터 이미 운영 중이기 때문에 탄소세 도입 시 이 제도와의 정책 조합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주요 쟁점 중 하나는 배출권거래제에 참가하는 대상들에 대한 탄소세 부과 여부”라고 짚었다.

다행히 이 문제는 발의된 3개의 법안 모두에서 배출권거래제 참가자들에 대해 탄소세를 면제환급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

탄소세기본법·탄소세법안에서는 유상으로 할당받은 온실가스 배출권으로 탄소세를 대납하는 경우 환급 또는 공제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으며 환경세법 전부개정안에서는 납세의무자가 온실가스 배출권을 유상으로 할당받거나 거래하는 경우 해당가액을 납부징수액에서 공제하도록 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탄소세 도입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보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위원회는 “배출권 가격의 높은 변동성은 탄소배출 감축이라는 본래의 취지에 적합하지 않고, 특히 낮은 배출권거래 가격은 추가적인 온실가스 배출 시그널을 시장에 전달할 가능성이 높다”며 “보다 보편적이고 직접적인 수단으로 탄소세를 도입한다면 배출권거래제가 가진 한계점을 보완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더욱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위원회는 “탄소정책은 우리 경제·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기존 운영 중인 배출권거래제를 우선 합리화하고 우리나라 여건에 맞는 최적의 정책조합을 좀더 촘촘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역진성으로 국민적 저항 발생

Ⓒ위클리서울/픽사베이

또 탄소세는 간접세 성격을 가지므로 기업이 소비자에게 탄소세 비용을 전가하여 최종 소비자가격에 반영될 경우 전기료, 상품가격 등의 물가상승으로 경제적 취약계층이 더 큰 부담을 지게 되는 조세의 역진성(逆進性)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화석연료 제품의 주요 소비층이 저소득층이 많은 만큼 탄소세를 부과하면 저소득층이 세 부담을 더 많이 지게 된다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탄소세가 도입될 경우 소득과 소비가 높을수록 세부담이 적고 소득·소비가 낮을수록 세부담이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러한 역진성은 조세의 공평부담원칙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취약계층 등의 조세저항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탄소세 도입의 역효과를 불러 올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실제로 호주의 경우 탄소세 도입 초기 다른 국가보다 높은 탄소세율을 적용했으나, 주력 수출업종 및 에너지 소비자의 부담 증대에 따라 2년 만에 탄소세를 폐지한 바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탄소세 도입 시 공평성 측면에서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경영계 탄소세 부담 최대 ‘36조’

Ⓒ위클리서울/픽사베이

탄소세 도입에 따른 경제계가 떠안아야 하는 경제적 부담도 쟁점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탄소세 도입 영향 추정’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탄소세를 도입할 경우 온실가스 배출기업들은 최소 7조3천억원에서 최대 36조3천억원의 탄소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배출량 상위 100대 기업 중 22~50개는 탄소세가 영업이익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의 ‘기후변화 대응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는 탄소세를 부과할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제조업 분야의 생산 비용이 최대 4.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석유화학, 철강 등 탄소배출량이 많은 업종에 대한 탄소세 부과 시 제품가격 상승에 따른 영업 이익률 저하, 탄소저감을 위한 설비투자에 따른 비용 부담이 증대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탄소세의 도입으로 산업계의 부담이 가중될 경우, 오히려 투자 위축, 일자리 감소, 물가 상승 등 경제 전체에 악영향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부담이 큰 기업에 대한 지원책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키워드
#탄소세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