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시설·최저임금 보장 등 요구 '봇물'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제43회 장애인의날을 맞아 장애인의 주거·노동·인권 등 전 영역에 대한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여전히 거주시설에서 살고 있는 장애인들이 수두룩하며 장애인들이 최저임금법에서조차 적용제외를 당하는 현실에서 장애인들은 장애인의 날이 장애인 차별 철폐를 요구하고 선포하는 날이라고 말한다.

UN장애인권리협약, '탈시설' 명시...이행해야

20일 국회에서 'UN탈시설가이드라인 입법계획 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우리나라에는 2021년 12월31일 기준 618개의 장애인거주시설이 운영되고 있으며 이 시설에서 2만3950명의 장애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2008년 UN 장애인권리협약에 가입한 협약 당사국으로서 협약에는 탈시설이 명시돼 있다.

UN은 당사국이 협약에 명시된 ‘탈시설’을 단호하면서도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도록 ‘긴급상황을 포함한 탈시설가이드라인’ 지침을 제시한 바 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UN 탈시설가이드라인의 국내 이행을 위해 ‘장애인거주시설의 단계적 축소 및 폐쇄에 관한 법률안’과 ‘시설 수용 생존자 및 탈시설 장애인의 보상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애인거주시설폐쇄법에는 장애인거주시설의 10년 이내 폐쇄를 명확하게 선언하고, 국가와 지자체가 시설의 단계적 폐쇄에 관한 종합계획을 수립해 이행하도록 명시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또 법 시행 이후 장애인거주시설의 신규 설치 및 입소를 제한하고, 거주시설 폐쇄 신고 및 폐쇄에 필요한 행정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토록 하는 내용도 담길 계획이다.

탈시설장애인보상법을 통해서는 시설 수용 자체가 명백히 국민의 기본권 침해임을 명시하고 시설 수용 기간에 따라 법률이 정한 범위 내에서 보상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박경인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공동준비위원장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달장애인도 시민이라고 외치는 ‘피플퍼스트’ 서울센터에서 동료지원가로 활동하고 있고 23년 동안 시설에서 살아온 시설수용생존자로서 큰 시설과 작은 시설로 이리저리 말없이 보내져야만 했던 것에 대에 국가와 사회에게 사과받고 싶어서 이 자리에 나왔다”고 밝혔다.

박 공동준비위원장은 “태어나자마자 미혼모시설에서 나와서 신생아 때부터 수많은 시설 속에서 살아야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혼자 살아갈 힘이 없으면 시설에서 사는 줄로만 알았다”며 “그런데 사회에 나와보니 자립해서 산다는 건 동네에서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박 위원장은 “시설의 삶에는 내 방, 내 물건, 나만의 시간 등을 비롯해 자유와 내 삶을 결정할 권리가 없다”고 짚었다.

이어 “시설에서 폭력을 겪는 장애인의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좋은 시설은 없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UN장애인권리협약에서 시설을 폐지하라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요구하는 건 ‘대단한 삶’이 아니다”며 “어려움 속에서 스스로 삶을 꾸려나갈 권리와 자유를 달라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자기결정권이 있다. 장애인도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는 탈시설가이드라인에 명시된 시설의 폐지와 시설수용생존자에 대한 배보상이 한국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애인 노동권·행복추구권 보장해야 

20일 국회에서 '장애인 최저임금법 적용제외 삭제_기자회견'이 열렸다.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최저임금법은 법안의 목적에서 알 수 있듯이 임금의 최저선을 통해 적정생활을 보장하는 법이다. 2015년 감시단속적 노동자들에 대한 감액적용이 폐지되고 제외적용 대상으로 장애인만 남아 있다.

2022년 8월 기준, 적용제외 장애인의 평균임금은 37만원이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장애인은 보호고용이라는 명목 하에, 고용만 해주면 그게 어디냐는 차별적 인식 속에, 매우 낮은 임금으로 차별적인 노동에 내몰리고 있다”며 “이는 헌법상 최저임금의 시행 취지에 어긋나며 장애인 차별 금지 및 권리구제법상 차별금지 규정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국제적으로도 다수의 국가들은 최저임금을 전면적용하고 있고 적용제외를 법률로 정하는 나라도 극소수”라고 밝혔다.

이에 강 의원은 장애인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제외를 삭제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용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는 “장애인은 근로 능력이 떨어진다고 해서 최저임금법에서 적용제외되고 있다”며 “심지어 중증장애인은 일을 할 수 없는 사람으로 취급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용기 상임대표는 “그러나 중증장애인들도 노동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그리고 행복추구권을 보장받아야 할 것”이라며 “장애인들도 노동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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