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뉴스지금여기] 장영식의 포토에세이
[위클리서울=가톨릭뉴스지금여기 장영식] 브라질의 환경운동가였던 치코 멘데스는 “계급투쟁 없는 환경운동은 정원 가꾸기일 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고무채취 노동자였으며, 아마존을 보존하기 위해 대지주들을 상대로 타협을 모르고 투쟁했습니다. 1988년, 치코는 아마존 숲을 태워 기업형 농장이나 목장을 만들려고 하는 축산업자들의 아마존 훼손과 맞서서 싸우다가 축산업자에게 살해당했습니다. 치코의 암살사건은 전 세계의 언론에 주요 뉴스가 되었습니다. 치코의 생애와 죽음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가 아마존 열대우림의 훼손과 보존 문제를 성찰하게 되었습니다. 폴 매카트니는 1989년에 낸 앨범 '쓰레기 속의 꽃들'(Flowers in the Dirt)에 실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How Many People)라는 곡을 발표했습니다. 이 곡은 1년 전에 살해당한 치코의 삶을 노래한 헌정곡이었습니다.
지난 4월 14일, 세종시에서는 노동자와 농민 그리고 시민 5000여 명이 참석한 ‘기후정의파업’이 열렸습니다. 시민들은 제주에서 설악산까지 환경과 관련된 지역의 의제를 안고 세종시 정부청사 앞으로 달려왔습니다. 기후정의파업에 참석한 이들은 각자의 지역에 맞는 피켓을 들고 전국에서 무분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환경훼손과 기후위기를 규탄했습니다. 특히 제주와 새만금, 대구와 가덕도 등지에서 추진 중인 신공항 건설은 기후위기를 부채질하는 수상한 사업들입니다. 대부분의 새 공항들은 미국과 관련된 군사 목적의 공항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 참가자들의 일치된 생각이었습니다.
설악산과 지리산 등지에서 추진하고 있는 케이블카 사업 등은 산과 숲을 파괴할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이 모든 것은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됩니다. 자연의 파괴는 인간의 본성이 아니라 끝없이 이윤을 추구하는 가운데 인간과 자연을 자원으로서만 바라보는 자본주의 체계를 충실히 따른 결과였습니다. 결국, 현대의 기후위기는 자연 자체가 아니라 자연을 지배하려는 인간의 욕망과 자본주의의 결합에서 비롯됩니다.
지구는 우리 공동의 집입니다. 인간의 무한한 욕망을 유한한 지구가 더는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더 늦기 전에-이미 늦었지만- 최악의 상황에서 최선의 길을 찾아야 합니다. 전국에서 발호하는 토건 세력들에 맞서 저항해야 합니다. 나쁜 정치인들과 자본주의에 맞서야 합니다. 지금은 비상 상황입니다. 우리는 실패할 권리가 없습니다. 병든 지구를 진단하고, 올바른 처방을 내려야 합니다. 성장을 멈추고, 골고루 가난한 사회를 지향해야 합니다. 파멸로 치닫는 세상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풀잎과도 같은 민중의 연대입니다. 연대는 평화이며 사랑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