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영업규제 폐지 줄곧 내세워
전문가들, "건강 위협 심각...오히려 확대해야"

27일 국회에서 열린 '유통서비스노동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위클리서울/진성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전환하는가 하면 업계에서 의무휴업 폐지 주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의무휴업일을 확대하고 요일 변경 논의 시 노동자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형마트들은 영업시간 제한 등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는 등 의무휴업 폐지를 줄곧 내세우고 있다. 또 대구시는 대형마트와 준대규모 점포 60여곳은 2월13일부터 2·4째주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의무휴업일을 변경했다. 이어 청주시도 43개 점포에 대해서 5월1일부터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수요일로 변경하기로 했다.

아울러 지난해 12월28일 국무조정실과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와 대형마트 사용자단체인 한국체인스토어협회, 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등이 업무협약을 맺고 오전 0시부터 10시까지 심야~영업전 시간대와 월2회 의무휴업일에도 대형마트의 온라인배송 영업 허가를 추진하기로 했다.

주말·야간노동, 일가정 갈등·암발생위험 증가 등 초래

김복철 패션리폼중앙회 회장은 27일 국회에서 열린 '유통서비스노동 토론회'에서 “'상생'을 중시한 대법원의 판결에도 대형마트는 의무휴업 폐지를 줄곧 내세우고 있다”며 “대법원은 사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대형마트의 주장에 대해 공익을 보호해 상생하는 사회를 유지하고 발전할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짚었다.

2015년 대법관 전원은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6개사가 제기한 영업시간 제한 등 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 근로자의 건강권 보호 및 중소유통업과의 상생발전 등 규제로 달성하려는 공익은 중대하고 보호해야 할 필요성도 크다”며 “소비자 이용 빈도가 비교적 낮은 심야나 새벽시간 영업만을 제한하는 것이고 의무휴업일도 한 달에 이틀이어서 영업의 자유나 소비자 선택권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결했다.

김 회장은 “일하는 사람에게는 늘 휴식이 필요하다”며 “휴식 시간은 가족을 돌보고 친구를 만나며, 동네 사람들과 친목을 다지는 시간”이라며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는 1년 365일 시간의 제약 없이 열려있는 대형 복합매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권에 심각한 위해를 가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배준경 마트산업노조 정책국장은 “유통노동자들도 자식·부모·배우자 등 가족 구성원으로서 다양한 역할을 해야 하지만 마트에서 일한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일요일 휴식이 당연하지 못한 것이 됐다”고 지적했다.

배 정책국장은 “특히 대형마트는 인력감축으로 각 부서마다 인력 부족과 이로 인한 고강도 노동에 시달린다. 주말은 평소보다 보통 배 많은 매출을 올리기에 휴무를 보장하기보다는 주말 출근을 늘리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며 “두 번의 일요일 정기휴무는 복합적 갈등을 일부 해소할 수 있는 장치이기도 하다”고 짚었다.

전주희 서교인문사회교실 연구원은 “대형마트의 온라인 유통산업으로의 전환 혹은 병행이 추진되면서 기존 매장의 일부를 온라인 배송을 중심으로 한 PP센터로 전환하고 있다”며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주문을 결합하는 형태로 운영되며, 오프라인 매장 공간에 피킹·패킹 노동력을 투입해 고객 대신 장보기업무와 포장 업무를 대행하는 ‘매장 피킹노동’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재는 주간 근무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향후 유통산업의 규제완화와 개별 기업의 경쟁적투자 등에 따라 매장 피킹노동은 야간노동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짚었다.

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활동가는 “압축적 장시간 노동은 정신적 피로, 사고 위험 증가와 삶의 질 저하의 원인이 된다”며 “주말근무는 업무상 사고 위험, 정신건강 악화, 일·가정 갈등 증가를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야간노동은 뇌심혈관질환 위험 증가, 정신건강 악화와 암 발생 위험 증가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도 밝혔다.

서민 활동가는 “압축적 장시간 노동을 가능하게 하는 의무휴업일 폐지 등은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할 뿐 아니라 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일방적으로 바꾸는 것은 마트노동자의 노동시간 통제권을 제약하고 마트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24시간 온라인 판매 확장은 물류와 배송 등 야간 노동자 인구를 증가시켜 건강권을 악화시킨다”고 짚었다.

요일 변경 노동자 합의·온라인주문 금지 명문화해야

27일 국회에서 '유통서비스노동 토론회'가 열렸다. Ⓒ위클리서울/진성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 

전주희 연구원은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역차별이라는 논리의 전제는 24시간 365일 유통산업의 영업시간을 정상적인 것으로 간주한다”며 “그러나 유통산업의 특성상 영업시간은 곧 노동자들의 노동시간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주말·야간 노동시간과 불규칙한 출퇴근시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영업시간이 규제되거나 혹은 불규칙 노동시간을 매우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노동시간의 불규칙성을 규제하는 방안이 현실적으로 마련되기 힘들다면, 영업시간의 규제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양창영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변호사는 “대형마트의 장시간 및 공휴일 영업으로 인한 노동자의 건강상 문제의 심각성을 봤을 때 의무휴업일을 폐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오히려 백화점, 복합쇼핑몰, 쇼핑센터 등 다른 유통업에도 의무휴업일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그는 “의무휴업일을 공휴일에서 평일로 변경할 경우 합의 당사자에 노동자 또는 노동조합과의 합의를 거치도록 명문화해야 한다”며 “의무휴업일 변경처분 주체인 지자체장이 노동자와 합의하는 것은 노동자의 건강권이라는 공익 실현을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양 변호사는 “법제처 유권해석으로 대형마트 사업자가 의무휴업일에 온라인 주문과 배송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으나 명확하게 명문화해 반드시 금지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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