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R&D 지원 확대·세금 공제 등 추진해야
민간 투자 장려 재정적 인센티브 제공 '시급'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탄소중립·순환경제 핵심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열분해(Pyrolysis) 기술의 활성화를 위해 대규모 초기자본과 산업화 등 당면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업정책적 측면의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산업연구원은 지난달 28일 발표한 ‘탄소중립 산업전환을 위한 열분해 기술 활용과 정책과제’에서 “플라스틱 자원순환에서 기존 물리적·열적 재활용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열분해를 포함한 화학적 재활용이 미래기술로 주목받고 있다”며 “탈탄소화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폐플라스틱 열분해 시장은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열분해산업,  2016년 대비 2030년 254억 달러 성장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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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분해란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유기 물질에 높은 온도를 가열하여 발생하는 화학적 분해 반응을 의미하며, 폐기물 감소, 에너지 회수 등에 유용한 기술을 말한다.

열분해는 주로 플라스틱, 타이어, 바이오매스, 도시 고형 폐기물 등 다양한 유형의 폐기물을 처리하는 데 사용되며, 유용한 자원으로의 전환과 폐기물 감소가 가능해 향후 유망한 온실가스 감축수단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연구원은 “열분해 기술은 매립 및 소각에 비해 부정적인 환경영향을 최소화하고, 미래의 자원 고갈에 대응할 수 있는 친환경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며 “향후 글로벌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은 지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보이며, 특히 열분해 기반 화학적 재활용을 통한 고부가가치 제품 시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글로벌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은 2020년 395억 달러에서 2027년 638억 달러로 60% 이상 큰 폭으로 성장할 전망이며, 국내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 역시 2020년 1조7852억원에서2027년 2조8436억원으로 비슷한 성장세가 예상된다.

맥킨지 앤 컴퍼니(McKinsey&Company, 2018)에 따르면, 플라스틱 폐기물의 열분해 기반 화학적 재활용 시장은 2016년 대비 2030년 254억 달러 규모의 성장이 예상된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열분해 기술의 적용 가능성·수용성을 위한 세부 규정 및 지침이 마련 중이다.

EU는 그린 딜, 순환 경제 행동계획, 재활용 목표 달성에 있어 화학적 재활용이 기존 물리적 재활용의 보완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5년간 미국 내 18개 주에서는 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을 촉진하는 법률을 통과시켰으며, 이러한 재활용시설을 폐기물 처리 시설이 아닌 제조시설로 분류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폐플라스틱 열분해를 중심으로 하는 순환경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규제개선 및 재정지원을 통한 신규투자와 탄소중립 이행을 촉진하고 있다. 정부 국정과제로 열분해로의 전환이 강조되며, 폐플라스틱 발생량 중 열분해 처리 비중을 2020년 0.1%에서 2026년 10%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화학·정유 산업의 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마련하고, 산업분류 명확화를 통해 열분해유 생산업체의 산단 입주 애로를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열분해 외 다양한 화학적 재활용 방식의 포함을 검토 중이며, 화학적 재활용 플라스틱 제품에 대한 친환경 인증 기반을 확충하고 있다.

정부의 순환경제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국내기업들 역시 열분해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친환경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확대 중이다.

LG화학은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대규모 생산시설 구축을 위해 2023년 3월 충남 당진 석문산단에서 착공식을 열었으며, 완공 시 석유화학 공정 원료로 활용 가능한 연간 2만 톤 규모의 열분해유를 생산할 예정이다. SK지오센트릭은 2025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울산단지 내 플라스틱 재활용 단지인 ‘플라스틱 리사이클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며, 완공 시 열분해 기술 포함 화학적 재활용을 통해 연간 25만 톤의 폐플라스틱을 처리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규모 초기자본·산업화 등 당면과제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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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은 “산업부문 열분해 기술혁신의 극대화 및 신사업 확장을 위해 대규모 초기 자본 비용, 기업화 및 산업화 등 당면과제 해결 노력이 우선”이라고 짚었다.

열분해 장비는 구매 및 설치 비용이 많이 들고, 운영 및 유지보수를 위한 특정 기술 전문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며 단순 폐기물 처리 목적이 아닌 고부가가치 화학적 재활용은 공정이 복잡하고 대규모 설비 투자가 요구되어 산업 수준으로 확장하는 데 어려움이 존재한다.

또한 제품 대량생산 및 열분해 산업 활성화를 위해 안정적인 폐자원 원료 수급이 선행돼야 한다.

폐플라스틱의 매립·소각에 비해 환경적 영향이 작으나 화학적 재활용시설에서 적절하게 제어하지 않는다면 온실가스, 휘발성 유기 화합물 및 기타 오염 물질이 배출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열분해 공정 시 환경영향 최소화를 위한 적절한 배출 제어 시스템과 모니터링이 필요햐다.

연구원은 “탄소중립 산업전환의 미래 핵심기술인 열분해 확대에 대한 산업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과학기술 기반 탄소중립 실현과 열분해 핵심기술 사업화를 위해서 정부의 R&D 지원 확대는 물론 세금 공제, 보조금, 저금리 대출 등 민간 투자 장려를 위한 재정적 인센티브 제공은 중요하다”고 짚었다.

연구원은 “열분해의 기술적 진보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존재하며, 실제 기술을 적용하여 구체적인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법적·제도적 기반 마련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며 “열분해 기술에 대한 배출 규제, 제품 표준 및 인증 제도 등의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안전, 제품 품질, 환경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고 업계 참여자들에게 공평한 경쟁의 장을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생산에 대한 표준산업분류 개정을 통해 화학 신산업 투자 촉진 지원 등 실효성 있는 신산업 육성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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