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료 3000원에서 4000원으로 인상 요구
단체교섭 결렬되자 파업…누리꾼 반응 ‘싸늘’

[위클리서울=방석현 기자] 배달의민족 라이더들이 5월 5일 ‘어린이날’ 주문 콜을 받지 않는 파업을 진행한다. 이들은 배달의민족과의 단체교섭에서 기본 배달료를 3000원에서 4000원으로 ‘1000원’ 인상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회사와의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국 결렬됐다. 배달의민족 측은 복지를 추가하겠다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더들은 이에 5월 1일 ‘배민노동자대회’에 이어 어린이날 경고 파업에 나선다.

이에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배달 노동자들의 처우가 개선되길 바란다면서도, 국민을 볼모 삼아 이를 호소한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나온다. 파업의 피해가 플랫폼이 아닌 음식점과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위클리서울/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동조합 제공

2차 단체교섭에도 양측 합의 실패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동조합(이하 노조)은 4월28일 서울 송파구 소재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의 골자는 ‘배달료 1000원 인상’ 및 ‘5월5일 어린이날 파업’이다.

노사 교섭은 지난해 9월 상견례를 시작으로 진행됐다. 이후 본교섭을 13차례, 실무 교섭을 2차례 했다. 지난 4월 13일 1차 조정을 시작으로 3차례 추가 집중 교섭을 했으나, 27일 2차 조정에서 결국 합의를 보지 못하고 최종 결렬됐다.

노조는 ▲9년째 동결 중인 배달료 3000원을 4000원으로 인상할 것 ▲전업 라이더 중심성 강화 ▲알뜰(구간) 배달료 개선 ▲노동조합 활동 보장 등을 요구 사항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기존 복지비를 확대하는 방안을 내놨다. 기본 복지비는 ▲일 20건 달성한 날이 200일 이상인자 휴가비 연100만원 ▲보험료 지원 연100만원(23년 일몰) ▲명절 선물비 20만원 ▲건강검진비 10만원 ▲휴가비 8만원 ▲교육참가비 10만원 등이다.

여기에 ▲분기별 일 30건 달성한 날이 60일 이상인자, 분기별 15만원 지급 ▲분기별 일 30건 달성한 날이 60일 이상인자, 주간 120건 달성, 수락률 60%, 4만원 지급을 제시했다.

그러나 노조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사측의 안은 기본료 인상안이 아니고, 기존보다 기준일과 기준건수의 대폭 상향으로(연 240일, 일30건) 실제 적용받을 수 있는 인원의 숫자가 적어진다는 판단에서다.

노조는 기존 복지비를 없애고 주간 단위 인센티브 방식을 더 높이는 방식을 추가로 제안했지만 기준일·기준건수·수락률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렬됐다.

이에 노조 측은 회사가 직접고용은 하지 않되 직접 고용효과를 보고 싶어 한다고 지적했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제시한 기준을 최대 달성하려면 연간 240일, 하루 8시간 이상 일을 해야 한다”며 “일반적인 근로자보다 더 높은 근무를 요구하면서 높은 수락률까지 요구하는 것은 적은 비용으로 고용관계를 맺는 효과를 보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9년째 배달료 3000원 동결

노조는 라이더가 받아 가는 배달료가 9년째 3000원으로 동결됐다고 주장했다. 배달료는 음식점과 소비자가 함께 기본료 기준 6000원을 지급하며, 이 중에서 3000원을 라이더가 기본 배달료로 가져가는 구조다.

이에 라이더의 배달비를 올리려면 음식점이나 소비자가 내는 배달료를 올라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노조 측은 “우리의 의견은 소비자의 배달료를 올리라는 것이 아니라, 배민이 배달료 명목으로 받는 비용을 달라는 것”이라며 “6000원 배달료 중 기본배달료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주요 요구”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서 김광호 인천지부장은 “아침 9시에 나와서 하루종일 일을 해도 평일에는 1시간에 2건하기도 어렵다”며 “낮은 단가는 물론이고 길거리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주말이라고 해도 별로 다르지 않다. 일한 만큼 대접받고 싶고, 일하는 시간만큼 보상받고 싶어도 전혀 그럴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라며 “그래서 노조는 배민과의 단체교섭에서 9년째 동결 중인 기본배달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창의 배달플랫폼노조 위원장은 “노조는 교섭 시작부터 계속 기본료 인상을 요구했고, 적용 인원 축소방안까지 제시했지만, 사측은 기본료 인상으로 접근하지 않고 복지비를 추가하는 방식으로만 접근했다”며 “사측은 4200억원이라는 막대한 영업이익을 얻고 있음에도, 동반자로서 라이더를 대하고 있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위클리서울/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동조합 제공

지방 라이더 차별 지적도

노조 측은 서울·수도권 외의 지방에서 활동하는 라이더들의 배달 기본료는 최저 2600원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지역별로 촤저 배달료를 다르게 책정하는 것은 근거 없는 지방 차별이라는 입장이다.

최근 새로 도입한 ‘알뜰배달’의 기본 배달료도 도마 위에 올랐다. 알뜰배달은 배민 라이더가 배달하면서 동선이 유사한 주문 건에 대해 묶음배달을 실시하는 서비스다. 코로나19가 소강상태에 접어들며 배달보다는 외식이나 집밥을 선호하는 현상이 발생하자, 배달의민족이 내놓은 새로운 서비스다.

업주와 소비자가 내는 배달료는 배민원보다 낮은 4000원이다. 이에 라이더가 가져가는 금액은 서울 2200원, 지방 2000원이다.

김정훈 배민분과장은 기자회견에서 “배민원의 경우 고객님과 업주님이 배달의민족에 지불하는 기본배달비는 현재 6000원부터”라며 “최소 6000원을 받아서 라이더에게는 3000원부터 지급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마저 지방 차별로 어떤 지역은 2800원, 가장 낮은 지역은 2600원부터 라이더에게 지급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객님과 업주님이 배달의 민족에 지불하는 기본배달비는 4000원 정도로 낮춘 알뜰배달의 경우 기본요금이 2200원부터”라며 “단체교섭 협약서에 기본배달료는 3000원 이라고 명시돼 있으나, 회사 측은 노조와 단체교섭 중임에도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3000원인 기본 배달료보다 훨씬 낮은 2200원이라는 금액을 알뜰배달의 기본 배달료로 정했다”고 비판했다.
 

파업 소식에 반응은 싸늘

파업은 2차 교섭에 앞서 지난 24일부터 27일까지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서 결정됐다. 약 80% 조합원이 참여한 해당 투표에서는 88.14%라는 압도적인 ‘찬성’으로 5월 5일 파업이 정해졌다. 5월 1일에는 배달의민족 본사 앞에서 집회 및 시청까지 오토바이 행진이 예고됐다.

이선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부위원장은 “배달노동자는 코로나 시기 필수노동자로 불리며 코로나 방역에서 꼭 필요한 존재였다”며 “그리고 코로나 시기 배달의민족은 라이더를 운영하면서 막대한 돈을 벌었지만 라이더 처우개선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노총은 7월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배달의민족이 배달노동자를 지속적으로 무시한다면 민주노총이 배달노동자와 함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파업 소식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라이더들의 처우가 개선되길 바라는 한편, 그 피해 대상이 소비자가 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누리꾼들은 “왜 국민들을 볼모로 하는 것일까”, “그날은 불편을 겪을 것 같으니 배달을 안 시키겠다”, “다른 플랫폼으로 쏠리는 것 아니냐” 등의 의견이 나왔다.

배달 라이더들을 응원하는 의견도 있었다. 일부는 “9년째 동결은 너무하다”, “소비자가 내는 배달료를 올리라는 게 아니라 비중을 높여달라는 것인데 뭐가 문제?”, “배달비를 제외한 남은 금액은 회사가 가져가는 것 아니냐? 그 금액을 배달원에게 주면 된다”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노조 측은 이번 파업이 전업 라이더의 기준을 만들어 배달 시장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으로 봐달라는 입장이다.

한 노조 관계자는 “전업 라이더의 안정적 콜수를 보장하고 일한만큼 보상받을 수 있도록 그 중심성을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그러나 배달의민족은 우리들의 요구에 수용 불가라는 입장만을 반복하며 오히려 기존의 단체협약도 후퇴시키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배달 플랫폼 업계 1등 기업 배민이 성장하는데는 우리 배달라이더들이 있었다. 라이더들이 없었다면 오늘의 배달의민족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코로나 시기에는 없어서 안될 사회의 필수노동자가 됐다. 우리 배달 노동자들의 값진 노동이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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