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망신' 식품업계 제품 베끼기, 트렌드처럼 '확산'
'국제적 망신' 식품업계 제품 베끼기, 트렌드처럼 '확산'
  • 박영신 기자
  • 승인 2023.05.02 1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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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파이 전쟁' 오리온 패소...오히려 원조기업만 '피해'
국감서도 지적...아직도 관련규정 정비 조치 없어
서울의 한 편의점에 라면제품이 진열돼 있다.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식품업계의 관행처럼 자리잡은 제품 베끼기, 일명 ‘미투마케팅’이 이미 국제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일본 라면회사인 닛신식품이 국내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과 유사제품을 출시해 논란이 일자 일본언론이 “줄곧 한국 기업에 모방당해 온 일본 기업의 복수 차원일 수 있다”며 맞장 논란을 펴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최근 닛신식품이 출시한 '닛신 야끼소바 UFO 볶음면 진한 한국식 매콤달콤 까르보'가 한국 삼양식품의 ‘까르보나라 불닭볶음면’과 같은 분홍색 패키지를 사용하고, 한국어로 '볶음면'이란 표기를 써 네티즌들 사이에서 베끼기 논란이 일었다.

이에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일본판은 지난 달 26일 '일본이 한국을 베꼈다? 닛신의 신제품이 한국의 불닭볶음면과 매우 흡사하다고 한국 누리꾼들이 난리'란 제목의 기사에서 "일본에서는 그동안 한국에 지속적으로 표절당해 온 일본이 복수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까르보나라 불닭볶음면 Ⓒ위클리서울/삼양식품
까르보나라 불닭볶음면 Ⓒ위클리서울/삼양식품

기사는 이제껏 한국이 일본 제품을 표절했다고 문제가 제기됐던 사례들을 나열했다. 농심 새우깡, 롯데 빼빼로, 오리온제과 초코송이, 해태제과 칼로리바란스, 남양유업 17차 등을 한국이 일본을 모방한 대표 사례라고 주장했다.

한국 농심의 스낵 ‘새우깡’은 일본 칼비의 ‘갓파에비센’을 모방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농심이 새우깡을 출시한 것은 1971년인데 칼비는 1964년에 갓파에비센을 출시했기 때문이다. 또 한국 롯데의 ‘빼빼로’는 일본 에자키글리코의 ‘포키’를 모방한 것으로 지적된다. 포키는 1966년, 빼빼로는 1983년 출시돼 포키 출시가 앞섰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많은 국내기업들이 외국 제품을 베끼기한 것으로 지적받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 간의 ‘미투마케팅’은 더할 나위 없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롯데제과가 2009년 출시한 '뻥소리'는 서울식품공업이 1982년 출시한 '뻥이요' 제품과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오징어 땅콩'도 1976년 오리온에서 처음 출시한 이후 해태제과, 롯데제과 등이 뒤따라 판매하고 있다. 또 삼양식품 육개장, 오뚜기 육개장은 농심이 1982년 내놓은 '육개장 사발면'과 유사제품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음식 레시피는 창작물로 인정받지 못해 법적인 보호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법적 분쟁이 발생해도 원조와 미투 제품을 명확하게 구별해 시비를 가리기 어려운 실정이다.

오리온 초코파이 Ⓒ위클리서울/오리온
오리온 초코파이 Ⓒ위클리서울/오리온

'초코파이'를 둘러싼 제과업계 전쟁은 결국 원조인 오리온이 패소하며 끝이 났다. 1974년 오리온이 내놓은 ‘초코파이’가 대박을 친 이후 롯데와 크라운 등이 초코파이 제품을 출시하자 오리온은 1997년 경쟁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초코파이가 상표로 식별력이 없다'며 롯데와 해태의 손을 들어줬다.

삼양식품은 팔도의 '불낙볶음면'이 자사제품인 '불닭볶음면'을 표절했다며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지난 2014년 이를 기각했다. 2017년에는 CJ제일제당이 자사 제품 '컵반'을 모방했다며 오뚜기와 동원F&B를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으나 이 역시 기각됐다.

이처럼 ‘원조 제품’이 오히려 법적인 보호조차 받지 못하자 제품 개발을 통한 공정경쟁보다는 히트를 친 제품을 베끼기하는 흐름이 트렌드처럼 번지게 됐다.

이에 지난 2021년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미투마케팅에 대해 지적하며 내부 규정을 정비하라고 지시했다.

안 의원은 “우리 식품기업이 제품을 수출했을 때, 외국 미투제품에 피해를 입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 안 새겠냐는 말처럼 우리 식품이 세계 어디에서나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본지 확인 결과, 식품업계 미투마케팅 관련 규정 정비를 위해선 농림축산식품부가 한국식품산업협회 등 관련업계 의견수렴을 통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 반영토록 특허청에 전달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전달한 내용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품업계 차원에서도 제품 연구개발에 힘쓰지 않고 베끼기로만 일관해선 브랜드 신뢰도가 하락해 다 같이 죽을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과 자정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면서도 “기업 차원에서 연구개발해 출시한 고유자산인 제품이 잘 보호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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