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단체서 제시민사회종교단체로 '확대'...정부 비판 수위 높여
국제사회, "ILO 협약 위반...보고할 것" 밝혀

121개 제시민사회종교단체가 4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건설노조 간부 분신사망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위클리서울/전국민중행동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세계노동절(5월1일)에 분신한 건설노조 간부의 사망사건 관련, 국내 시민사회 뿐 아니라 국제시민사회까지 비판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묵묵부답인 채 입장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故 A씨는 건설노조 강원지부 간부로. 조합원 채용과 건설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등을 요구한 혐의로 기소돼 강원지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있던 지난 1일 분신을 시도했고 2일 사망했다.

故 A씨는 야당을 수신인으로 남겨둔 유서에서 “당 대표님들께 무고하게 구속된 분들을 제발 풀어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진짜 나쁜 짓하는 놈들이 많다. 그놈들 잡아들이고 대한민국을 바로 세워달라”고 전하기도 했다.

제시민사회종교단체, "정부 스스로 법치 지켜야" 

건설노조 간부의 분신 사망사건과 관련해, 국내에서는 노동단체에서 더 확대된 제시민사회종교단체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아울러 국제시민사회도 비판에 나섰다. 

4일 121개 시민사회종교단체들은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정권의 반노동·노조 탄압이 죽음을 불렀다”며 건설노조 탄압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그 어떤 정권에서도 볼 수 없었던 가혹한 탄압이 건설노조에 집중됐다”며 “윤석열 정부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원한다”고 요구했다.

대각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스님은 “사람이 스스로 자기 몸에 불을 붙여 태우면서 노동자 탄압을 중단하라고 외쳐도 대통령은 노동자들에 대한 비판만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입맛에 맞도록 조폭의 행동대장처럼 움직이는 장관의 모습들은 이미 장관의 모습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각 스님은 “대통령과 장관은 건설노동자 죽음 앞에 나아가 진정으로 참회하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그저 평범한 노동자이고자 했던 동지를 죽음으로 내몬 것은 당당한 노동자로서 살고자 했던 동지의 자존심을 짓밟은 윤석열 정권의 탄압이었다”며 “정당한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지켜내기 위한 투쟁을 파렴치한 범죄로 규정당한 동지는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결국은 죽음으로 항고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 의장은 “동지는 결국 외롭게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지만 이제 수천, 수만명의 동지들이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사람 죽이는 정치에 국가 권력을 사용하는 정권을 누가 공정하다고 하고 헌법 정신에 부합한다고 하겠나”며 “헌법에도 나와 있는 노동3권을 탄압하는데 국가 권력을 쓰지 말라고 국민들이 다같이 요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용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은 “고용과 실업을 반복하는 건설현장에서 조합원들의 고용 요구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며 “전임비는 건설현장에서 활동하는 전임자 뿐 아니라 상급단체 전임자에게도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고 지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무엇을 근거로 불법이라고 단정하고 수사를 진행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위원장은 “형사소송법은 수사권이 적정하게 행사돼야 하고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수사절차상에서도 12명을 구속하고 수십번의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수백명을 소환조사한 것은 희대의 수사권 남용 행태”라고 짚었다.

이어 그는 “법치를 얘기하는 윤석열 정부가 법의 규정을 위반한 채 수사권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며 “이유는 명확하다. 건설사들이 건설노조의 정당한 문제제기 없이 막대하고 부당한 이윤 추구를 할 수 있도록 자락을 깔아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위원장은 “윤 대통령은 헌법과 법치를 얘기하기 이전에 건설노조의 노동3권 행사를 보장하고 탄압을 중단하기를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건설노조가 2일 강원도경찰청 앞에서 노조 간부의 분신사망사건과 관련해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위클리서울/건설노조

한편 국내 뿐 아니라 국제사회도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앰벳 유손 국제건설목공노련 사무총장은 3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가 600명이 넘는 건설노조 조합원을 수사하고 간부 16명을 구속한 것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다음 주 ILO에 가서 지난 사흘간 한국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분명하게 보고할 것"이라며 “오는 6월 열리는 ILO 연례 전체 총회에서도 한국 정부의 노조 탄압이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이슈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국토부, 분신사망사건 입장 표명 없어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건설노조 간부의 사망사건이 발생한 지 이틀이 지나도록 분신사건과 관련해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런 불행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건설현장 등 노동시장에서 공정과 노사 상생 관행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최선을 노력을 다하겠다“고 브리핑에서 언급했다. 그러나 분신사건으로 인한 정책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러한 일들이 재발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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