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세쿼이어 운용자산 22조 웃돌아, “WM 경쟁 치열해 질 듯” 

Ⓒ위클리서울/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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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서울=방석현 기자] 글로벌 자산관리(WM) 시장에서 비전통 금융사들의 행보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러한 선례는 비이자 이익 늘리기에 사활을 걸고 있는 국내 은행들을 비롯, 비전통 금융사들의 신사업 진출에 불을 붙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자산관리 시장은 벤처캐피탈(VC), 핀테크, 법률회사, 가상자산거래소 등이 각 회사의 전문성을 활용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출시하며 고객 수요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고액자산가 수 증가와 함께 다양해진 고객 니즈와 요구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비전통 금융사들은 각각의 전문성을 살린 자산관리 서비스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세계 최대 VC 기업 세쿼이어(Sequoia)는 스타트업 창업가 고객 풀을 활용해 기업운영 관련 컨설팅부터 경영자 개인의 자산관리를 포함한 통합 자문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 유입을 촉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통합 자문서비스 Internal program를 출시하고 기업운영 전반에 대한 컨설팅과 더불어 자산운용 자회사 Sequoia Heritage에서 운용하는 펀드를 통해 벤처 창업가들의 개인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회사가 엄격한 심사 과정을 거쳐 투자 중인 스타트업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함으로써, 고객들에게 고수익의 선별적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금은 창업가 자금뿐 아니라 옥스퍼드 대학기금 등 외부 기관투자자 자금까지 유입돼 운용 규모가 조성 이후 연평균 33% 성장했으며, 2022년 8월 기준 운용자산(AUM)은 164억 달러(약 22조 원)에 달한다.  

핀테크 기업 RealBlocks는 자체 개발한 디지털 대체자산 투자 기술을 활용해 부유층 개인 고객의 대체투자 포트폴리오 관리를 지원하는 자산관리 플랫폼을 구축한 상태다.

PE(사모펀드) 등 대체자산에 대한 고액자산가들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지만 투자자들이 관련 정보를 취득하기 어렵다는 점에 착안해 개인 고객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체투자 WM 플랫폼을 개발했다.

고액자산가들에게 PE, 부동산으로 이뤄진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안하며 투자대상에 대한 실사 보고서, 정기 실적 모니터링 보고서 등을 플랫폼상에 제공하며 투자의 편의성과 신뢰성을 제고하고 있다. 2023년 4월 기준 운용 중인 자산은 총 770억 달러(약 102조 원)로 2022년에는 자산운용사 LaSalle과 제휴하는 등 B2B를 통해서도 자산규모를 확장 중이다.

영국의 법률회사 Irwin Mitchell의 경우 투자자문사를 인수해 금융 자문서비스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법무자문위원 네트워크를 활용해 고액자산가들에게 법률·금융 통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금융회사의 경우 새 자산관리 기법으로 다이렉트 인덱싱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이렉트 인덱싱은 개인의 선호 및 투자목적 등을 반영, 투자자가 개별 주식을 직접 매수해 지수를 추종하는 투자기법으로 최근 손님기반 확대와 함께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최근 주식분할 거래 도입으로 소규모 자금으로도 지수 복제가 가능해진 데다 증권사들의 무료수수료 정책으로 거래비용이 줄어들면서 손님기반 확대가 가능해졌다.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빠른 시장 선점을 위해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하기보다는 상당한 프리미엄을 주고 기존 다이렉트 인덱싱 업체를 인수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실제 BlackRock, Morgan Stanley, Vanguard, UBS 등이 지수 제공자 또는 혁신적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핀테크 업체 인수를 통해 동 시장에 참여해 경쟁하고 있다.

국내에선 KB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등이 다이렉트 인덱싱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주윤신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다이렉트 인덱싱이 ETF 등의 패시브 상품을 일부 대체하며 시장 규모를 확대해 나갈 것으로 전망되며, 업계 경쟁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라며 “일반 공모펀드 시장을 ETF가 대체했던 것처럼 ETF 시장을 다시 다이렉트 인덱싱이 일부 대체하면서 자산관리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이혜인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국내 금융사들도 고객들의 자산관리 서비스에 대한 니즈가 다양해질 것에 대비해 해외 비전통 WM사의 틈새시장 공략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며 “대체투자, 디지털 자산 등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이와 관련한 정보 제공 서비스와 딜소싱 역량을 강화해 개인 투자자의 접근성과 투자 편의선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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