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그레이수소 활용, 탄소 뿌리고 다니는 셈" 지적
낮은 에너지효율·막대한 인프라비용 등 '비경제적'

지난 2020년 10월12일 국회에서 수소버스 시승식이 열렸다. Ⓒ위클리서울/김현수 객원기자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정부와 기업들의 수소 통근버스 확대 추진과 관련해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수소차 확대는 수송 부문의 탈탄소화와 에너지 전환 속도를 늦춰 기후변화 대응을 방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4일 환경부·지자체 12곳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자동차·포스코E&C·SK실트론·현대차·SK E&S 등 7개 기업이 ‘통근버스의 수소버스 전환 업무협약’을 맺고 연내 250대 이상, 2026년까지 2천대 이상 통근버스를 수소버스로 전환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수소버스는 충전 시간이 10~20분으로 짧고 한 번 충전하면 500㎞ 이상 운행할 수 있어 인식 등 몇 가지 진입장벽만 없애면 보급이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무공해차로 전환을 서둘러야 하는 방향성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수소차는 에너지 효율성, 친환경성, 경제성 3가지 측면에서 수송 부문 탄소중립의 대안이 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린피스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수소는 대부분 생산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되는 그레이수소라고 지적한다. 그레이수소는 천연가스 개질이나 석유화학 공정에서 부산물로 만들어지며. 그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충주에서 바이오가스를 활용해 만든 그린수소를 충전소에 공급하는 사업이 운영 중이며 성남에서는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를 활용한 블루수소 생산사업이 추진 중이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다. 

그린수소와 블루수소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거나 적게 배출해 청정수소로 꼽힌다.

최은서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탄소 배출을 감축하기 위해 도입하는 수소차에 그레이수소를 활용하는 것은 오히려 탄소를 뿌리고 다니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또 최 캠페이너는 “그린수소를 활용하더라도 전기차에 비해 에너지 손실이 발생하면서 에너지효율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최 캠페이너에 따르면 전기차의 경우 태양광이나 풍력 등으로 생산된 전기를 배터리에 담아 다니면서 바로 사용한다.

그러나 수소차의 경우 먼저 태양광 등에서 생산된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만들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에너지 손실이 발생하고 또 이렇게 생성된 그린수소를 고난도 기술로 충전시설에 저장하고, 수소차가 그린수소를 충전해 다시 전기로 바꿔 사용해야 한다. 이 때 또다시 에너지 손실이 발생한다.

또 그린피스가 지적하는 수소차의 비경제적인 측면은 바로 수소차 인프라로 꼽히는 충전소 설치비용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기설치된 175개소의 수소차 충전소 중 수소버스 충전소는 21개소다. 환경부는 수소버스충전소를 140개소로 확대할 계획이며 충전소 한 개소당 설치비는 60억원(정부 70%, 지자체·민간사업자 30%)이 투입된다. 이에 따라 수소버스충전소의 총예산은 8400억원(정부 5880억원)이 들어가게 된다.

최은서 캠페이너는 “수소충전소를 하나 짓는데 60억원이 투입되며 운영비용도 추가로 들어간다”며 “막대한 세금 지원이 필요해 경제성 측면에서 상당히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21년 9월10일 '수소모빌리티쇼 전시회'가 킨텍스에서 열렸다. Ⓒ위클리서울/김현수 객원기자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에 따르면 수소 상용차는 그린수소를 활용할 때 의미있는 탄소배출 저감효과를 나타낸다.

최 캠페이너는 “그러나 재생에너지로 수전해된 그린수소가 상용화되기엔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하고 막대한 인프라 비용도 투입돼야 한다”며 “수소 상용차는 지금 당장 활용할수 있는 대안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당장 우리 일상에 영향을 끼치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2030년 이후 신차는 모두 전기차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 캠페이너는 “그린수소에 대한 분명한 목표와 이에 따른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이 필요하다”며 “그린수소는 자동차가 아닌 철강 생산 등에 활용될 수 있다. 철강을 만드는데 석탄 대신 수소를 쓰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2035년 신규 내연기관 판매 중단을 공약한 바 있다.

영국의 경제 컨설팅 전문기관인 케임브리지 이코노메트릭스에 따르면 한국이 2035년 이전 내연기관 판매를 중단하는 시나리오의 경우 2050년에는 현재 정책 대비 98% 이상의 배출량 감축이 가능하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에는 탈내연기관 목표도 제시된 바 없고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는 30%에서 21.6%+α로 오히려 후퇴했다.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