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찰단, 안전성 평가 않을 것"..."주변국 농락" 지적 나와
삼중수소, 유전자 변이 발생 '우려'...국내외서 해양투기 중단 '요구'

지난 4일 국회에서 '기시다 일본 총리 방한 관련 시민사회 정당 입장 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위클리서울/환경운동연합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한일 양국이 합의한 후쿠시마 시찰단 파견이 요식행위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국민 여론 악화가 극으로 치닫고 있다.

일본 정부는 도쿄전력의 후쿠시마원전 폐로 계획에 맞춰 이르면 6월부터 해양투기를 시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후쿠시마 원전 안의 녹아내린 핵연료(데브리)를 식히기 위해 발생하는 방사성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여과한 후 해양 방류하겠다는 방침이다. 일본은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를 과학적이고 안전하게 관리한다면서 오염수가 바다에 버려진다고 해도 환경에 영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찰단 파견, 검증 vs 견학

그러나 한국 국민들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여론이 거세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한일 정상은 지난 7일 기시다 일본 총리의 방한 후 이뤄진 한일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시찰단 파견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오는 22일부터 25일까지 시찰단을 파견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 여부를 검증한다는 계획이다.

외교부 대변인은 9일 "국제원자력기구(IAEA) 검증과 별개로 우리 국민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전문가들로 구성한 현장 시찰단을 독자적으로 (일본에) 파견하는 건 매우 의미가 크다"며 "우리 정부 관련 기관과 산하기관 전문가들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분 시설, 관련 시설과 설비현장을 방문해 직접 시찰·확인하면서 필요한 전문적 분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 날 일본 정부는 "한국 시찰단이 오염수의 안전성을 평가·확인하진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한국 시찰단에 오염수 방류 설비 등을 설명할 것이고, 안전하게 방류한다는 점에 대해 한국의 이해가 깊어지길 바란다고”만 했다.

한국의 시찰단의 활동은 안전성 검증이 아닌 단순 견학이나 관찰에 그칠 것이며 일본 측은 자국의 입장을 이해시키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이대로라면 국민 불안을 해소할 수 없다”며 “원자력 업계와 학계를 대변하는 시찰단 구성은 객관성을 상실할 우려가 크고, 활동 범위 또한 일본이 보여주고 싶은 곳만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지사는 “‘면죄부 시찰단’이 아니라 ‘국민검증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경숙 환경운동연합 시민방사능감시센터 활동가는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잠식시키기 위해선 철저한 안전성 검증이 이뤄져야 하지만 일본은 시찰단 파견마저 요식행위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며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주변국의 최소한의 검증이나 확인조차 받지 않고 넘기겠다는 일본 정부의 태도는 한국 국민을 농락하는 것”이라고 했다.

최 활동가는 “일본 측이 밝힌대로 그냥 둘러보는 견학에 그치는 시찰단 파견이라면 갈 필요가 없을 것”이라며 “특히 시찰단 파견을 통해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있어 파견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해양 방류 백지화하고 장기 보관 해법 등 대안 찾아야"

10일 국회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위클리서울/녹색연합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를 과학적이고 안전하게 관리한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사실상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의 종류와 총량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밝힌 적이 없고, 방사성 물질의 ‘생물학적 농축’에 제대로 연구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오염수의 정화 과정을 거쳐도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트리튬)는 남는다고 알려졌다.

그린피스는 삼중수소의 위험성에 대해 “생물채 내에 들어가면 강력한 방사성 물질인 세슘보다 두 배 이상의 생물학적 영향을 미치는 내부 피폭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삼중수소는 먹이사슬을 통해 농축되고, 여러 세대를 거쳐 축적되면 종의 유전자 변이를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티머시 무쏘(Timothy Mousseau)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생물학 교수는 지난 달 27일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삼중수소에 피폭된 실험쥐에서는 정자와 난자, 그리고 생식기 손상이 관찰됐고, 유전자 고리가 단절되면서 유전인자 변이도 나타났다”며 “심각한 문제는 삼중수소 피폭의 영향이 먹이사슬 상위 단계로 갈수록 커지고, 특히 여러 세대를 거쳐 축적되면서 종 유전자 변형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국내외적으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여론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9일 국회에서 열린 ‘방사능 오염수 무단투기 저지를 위한 한일간 연대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오염수 방류에 대한 모든 계획을 백지화한 후 과학적인 검증 과정의 수순을 밟아야 한다"며 "이후 방류가 아닌 다른 방안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에 관해 토론하고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후쿠시마현의 어선 승무원으로 활동 중인 카와시마 씨는 구마모토현 미나미타시 한 화학공장의 지속된 메틸수은 함유 폐수 방류로 인해 1956년 수은 중독성 신경질환 ‘미나마타(水俣)병’ 집단 발병이 확인됐던 일을 언급했다. 이 사건은 일본 사상 최악의 환경오염 사고로 기록됐다.

미나마타병 환자가 처음 나왔을 당시에도 폐수에 섞인 수은이 바닷물에 희석돼 안전하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잡힌 물고기와 조개를 먹은 지역 주민들이 어패류에 축적된 수은을 간접적으로 섭취하면서 신경 마비·언어장애·난청 등 증상을 일으켰고 사망자도 속출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카와시마 씨는 "어부들은 물고기는 인간과 같은 생물이고 물고기가 사는 풍요로운 바다를 지켜달라고 한다"면서 "도쿄전력이나 일본 정부는 다시 한번 상황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녹색연합은 “일본 정부는 우리 모두의 바다에 방사성 오염수라는 독극물을 버릴 권리가 없다”며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 투기 중단을 선언하고, 장기 보관 해법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경연합은 “녹아내린 핵연료를 제거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고농도의 방사성 오염수가 계속 발생한다면, 30년이 아니라 수백년이 될지 모르는 해양 투기의 시작이 될 것이다. 일본의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는 인류에 대한 핵테러에 다름 아니다”며 “한국을 포함한 태평양 연안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를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스님들도 8일 조계사에서 일본대사관 앞까지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일본 정부 방사능 오염수 방류 중단 약속을 촉구하며 오체투지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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