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고래 혼획·판매·유통 막아야

11일 환경운동연합, 핫핑크돌핀스 등 시민단체들이 울산 남구청에서 울산고래축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위클리서울/환경운동연합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최근 열린 울산고래축제가 고래의 죽음을 부추기는 반생태적 축제라는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멸종위기종인 고래를 보호하기 위해 해양포유류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울산에서 열린 울산고래축제는 올해로 27회를 맞았다. 프로그램으로는 고래 점프쇼, 고래 노래방, 고래 열기구 체험 등이 진행됐다.

환경운동연합, 핫핑크돌핀스 등 시민단체들은 11일 “울산고래축제는 고래의 생태를 이해하고 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이 아닌, 고래의 대상화와 이용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고래 없는 고래축제’로 비판받아 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울산 남구청은 고래축제의 목적을 포경 산업의 역사를 계승하고 보존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며 “혼획 사체 유통이 가능한 고래류의 취식을 묵인하고 종용하는 등 반생태적 축제라는 점을 더욱 지적할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울산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울산에서 고래 혼획 등으로 인한 폐사(혼획)는 △2017년 71건(69건) △2018년 72건(64건) △2019년 53건(47건) △2020년 44건(33건) △20221년 41건(38건) △지난해 31건(26건) 등이다.

혼획 고래 판매·유통 허가..."바다의 로또?"

1946년 네덜란드, 노르웨이, 미국, 프랑스, 소련, 덴마크 등의 국가들이 미국 워싱턴에서 국제포경규제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1986년에는 5년 동안 상업적 포경을 전면 금지하기로 선언한 바 있다.

한국도 1978년 12월29일 이 협약에 서명하면서 상업적 포경이 금지됐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불법포경국'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한해 수천마리의 고래가 불법포획 뿐 아니라 혼획으로 죽어가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867마리의 고래가 우리나라에서 혼획됐다. ‘고래자원의 보존과 관리에 관한 고시’에 따르면 ‘혼획’이란 고래류가 면허·허가어업의 조업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어획된 것이란 뜻으로 어민들이 정상적인 조업을 위해 설치해둔 어망이나 어구 등에 고래류가 걸려 올라오는 것을 말한다.

게다가 현행 고시에는 고래 포획과 판매는 불법이지만 혼획된 고래 중 해양보호생물로 비지정된 종에 대해선 판매와 유통이 합법이다. 특히 해외보호생물에서 제외된 밍크고래는 한마리당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판매·유통되며 ‘바다의 로또’로 불려 왔다.

이에 ‘우연히’ 혼획된 고래를 비싼 값을 주고 판매할 수 있는 이러한 규정은 의도적 혼획을 유발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문제는 그물에 걸린 고래가 '우연히' 잡힌 것인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잡은 것인지 구분조차 어렵다는 점이다.

이산화탄소 33톤 흡수...지구온난화 막는 고래 보호 '시급'

Ⓒ위클리서울/픽사베이

고래의 불법포획과 의도적 혼획 등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대책으로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정부에 △혼획 고래의 유통과 판매를 전면 금지할 것 △모든 고래류를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해양포유류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우리나라에는 해양포유동물 보호를 위한 별도의 법은 없으며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과 '수산업법' 그리고 '고래자원에 관한 고시'에서 일부 해양포유동물에 대한 내용이 나와있다. 하지만 매년 수천 마리의 해양포유동물이 죽음을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조항은 없는 상태이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미국, 캐나다 같은 선진국에서는 해양포유동물을 지키기 위한 법이 별도로 존재한다.

해당 법에서는 해양포유동물에게 단순히 상해를 입히는 수준을 넘어서 번식, 이동, 호흡, 출산 등의 모든 행동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정했다. 또한 해양포유동물이 너무 많이 잡히는 그물은 아예 금지시키거나 혼획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를 부착하도록 했다.

얼마나 많은 해양포유동물이 살고 있고 어떤 종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지 모니터링하기 위해 3년마다 전 해역의 해양포유동물 조사를 실시하고,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경우에는 1년에 한 번 조사를 진행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이 마련되더라도 고의적인 혼획 의심사례들이 여전히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어업 종사자 및 고래고기를 찾는 애호가들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한편 고래를 보호해야 될 필요성은 단순힌 생물다양성 보전 차원 뿐 만은 아니다.

미국 커네티컷 주에 위치한 예일대 환경대학원의 인구· 사회 생태학 교수인 오스왈드 슈미츠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고래, 상어, 영양, 해달, 사향소, 아프리카 숲 코끼리, 미국 들소 등 9종의 야생동물의 이산화탄소 포집능력을 조사한 결과 연간 64억1천만톤의 이산화탄소를 추가로 포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고래 등을 비롯한 야생동물을 보호하면 천연 탄소 포집 능력이 강화돼 기후 변화를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고래는 한마리당 평균 33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고래 한 마리를 보호하는 일이 수천 그루의 나무 심는 것보다 기후온난화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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