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영화 속 전염병과 코로나19] 스위트투스 : 사슴뿔을 가진 소년

[위클리서울=김은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전 세계가 고통 받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염병과의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렇다면 인문학에서 전염병을 어떻게 다뤘고, 지금의 코로나19를 살아가는 현재에 돌아볼 것은 무엇인지 시리즈로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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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는 여기 있습니다. 바로 이곳에. 기도가 필요한 사람들은 지금 기도를 해야겠군요.”

정부는 새로운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이 일어났음을 선포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스위트투스: 사슴뿔을 가진 소년’에서는 세상을 바꿀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등장한다. 드라마에서 바이러스로 생긴 대혼란은 지금 우리가 코로나19를 처음 맞게 된 것처럼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다. 시작은 병원에서부터다. 발열과 손 떨림, 충혈 등 이상한 증상을 가진 여자가 병원을 방문한다. 어떤 바이러스에 걸린 것처럼 보인다. 환자의 상태는 이전에는 본 적이 없는 모습이다. 병원은 즉각 환자를 격리하고 의료진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병원은 봉쇄된다. 의료진들은 현 상황을 흑사병 이후 가장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예측했다. 세상의 끝을 있게 만든 바이러스 ‘H5G9’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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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만들어낸 기이한 생명체

‘H5G9’라 불리는 바이러스는 많은 사람들을 죽게 만들었다. 코로나19를 겪는 우리들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9개월 만에 전 세계 인구 중 100만 명이 사망했다. 발병 3년째인 현재 전 세계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680여만 명이다. 확진자 비율은 전 세계 인구의 8.4%에 육박한다. 인류가 파악하지 못한 바이러스는 수많은 사람들을 사망과 중태에 이르게 한다. ‘H5G9’도 코로나19와 비슷한 증세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고열이 나고 기침, 구토, 땀이 났다. 감기나 독감과 같은 호흡기질환 증상이다. 처음에는 호흡기 바이러스의 일종으로 봤다. 하지만 그런 정도가 아니었다. 사람들이 감염되자마자 속절없이 죽었다. 그런데 이보다 더 기이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바이러스가 세상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사이 태어나는 아이들이 동물의 모습으로 태어났다. 누군가는 돼지코를 하고 있고 누군가는 팔 대신 날개가 달렸다. 사슴뿔을 한 아기도 있다. 기형아, 아니 반인반수의 모습을 한 ‘돌연변이’들이 바이러스가 확산되며 태어나기 시작했다. 영화 속 사람들은 이들을 ‘하이브리드’라고 불렀다. 사람들의 관심은 하이브리드에게 쏟아졌다. 이들이 도대체 어떤 종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의료계에서도 정부에서도 사냥꾼까지 이들을 쫓고 있다. 때문에 하이브리드의 부모들은 아이들을 피신시킬 수밖에 없었다. 한 남자 역시 자신의 아이가 하이브리드인 것을 알고 아들을 빼앗길 것을 염려하여 깊은 산속으로 도망쳤다.

아이는 태어나면서 머리에 사슴처럼 뿔이 달렸다. 아이의 이름은 거스(크리스천 콘버리 분). 거스가 7살이 되자 남자는 아들에게 왜 자신들이 이곳에서 살고 있는지를 설명해 준다. 남자는 사람들이 지구를 통치하며 욕심 때문에 자연이 파괴되기 시작했고 자연이 인류에게 아픔을 주었다고 말했다. 이 장면은 우리가 코로나19로 인해 고통받았던 때를 떠올리게 한다. 코로나19는 결국 인간의 무차별적인 산림 훼손으로 인해 서식처를 잃은 박쥐들이 마을로 날아들면서 인간이 가지고 있지 않은 바이러스를 동물에게 옮기고 다시 인간이 감염된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 에볼라, 사스, 메르스 또한 마찬가지다. 영화 속 바이러스 ‘H5G9’도 인간들의 욕심으로 인해 훼손하고 오염시킨 자연환경이 인간에게 주는 벌로 그려지고 있다. 남자는 이어 설명한다. 이러한 와중에 너와 같이 생긴 하이브리드가 태어났고 인간들은 기존 사람들의 모습과는 다른 반인반수의 하이브리드를 두려워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우리를 사냥 다니는 사람들까지 생겼다고 말이다. 거스가 9살이 되던 해 남자는 병에 걸려 죽게 된다. 홀로 남은 거스. 아빠는 죽기 전 절대로 철조망 넘어 인간들이 사는 곳으로 가면 안 된다고 당부한다. 하지만 거스는 호기심 많은 어린아이 일 뿐이다. 아빠가 이야기한 무시무시한 사실은 잊고 바깥세상에 대한 궁금증이 점점 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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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종식? 새로운 바이러스에 대응해야

거스는 아빠가 죽었다고 한 엄마의 흔적을 찾아 콜로라도로 향한다. 그 과정에서 하이브리드를 노리는 사냥꾼을 만나 큰 위험에 빠진다. 이때 만난 남자 제퍼드(논소 아노지 분)가 사냥꾼으로부터 거스를 구하고 거스와 동행하며 바이러스로 인해 지옥으로 변해버린 인간들의 세상으로 나아가게 된다. 거스와 같은 하이브리드는 곳곳에 산재해 있었다. 하이브리드를 노리는 이들은 사냥꾼만이 아니었다. 하이브리드가 바이러스의 변종에 대응할 열쇠였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하이브리드의 대뇌 반구 사이 내분비기관인 솔방울샘에서 나오는 분비물과 골수 줄기세포와 조합을 하면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다른 집단들도 하이브리드를 생포하려 한다. 거스는 과연 이 생지옥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을까? 사실 현실에서 우리들도 거스와 별반 다르지 않다.

바이러스 변종이 약화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바이러스 팬데믹 속에서 각자도생 중이다. 진짜 코로나19는 올해 종식될까? 지긋지긋했던 팬데믹이 정말 지나가고 있는 것일까? 정부는 연달아 코로나19 위기단계 조정 로드맵을 발표하며 코로나19 종식을 논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우리가 맞이하는 일상은 과거 코로나19 발생 전과는 다르다고 못 박았다. 질병관리청장은 “국민들의 노고와 인내의 결실로 온전한 일상회복 로드맵을 그리며 함께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면서도 “우리가 맞이하는 일상은 코로나19 이전의 일상과는 다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는 여전히 매일 사망자가 발생하는 감염병이고, 많은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영원한 종식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또 많은 전문가들이 머지않은 시기에 미지의 새로운 감염병으로 인한 또 다른 팬데믹이 올 것이라고 전망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새삼 질병관리청장의 말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우리는 이전의 대응 경험을 반면 교사 삼아 새로운 바이러스에 대해 대비하는 한편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삶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상상하기도 싫지만 앞으로 팬데믹 바이러스 대란이 또다시 닥친다면 우리는 지금까지의 해온 안전수칙을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수용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체계적인 의료시스템 구축과 백신 공급, 마스크, 치료제 개발, 국제적인 공조 등에 한 발 앞서서 방역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오랜 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의료 폐기물, 수많은 일회용품 쓰레기, 마스크 등으로 인해 자연환경이 훼손되고 오염되고 있다. 이러한 오염은 우리가 살아가는 생태계에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니 영화에서처럼 바이러스의 변종이 앞으로 태어날 태아에게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보장을 누가 할 수 있으랴. 이미 모기가 옮기는 감염병 중 소두증을 일으키는 지카 바이러스로 인해 태아에 일어나는 악영향을 우리는 경험했다. 지카바이러스로 인해 일어난 일을 보더라도 앞으로 발생하는 바이러스가 태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장담할 수 없다. 지나칠 정도로 안전한 것이 최고다. 그래야 앞으로 다가올 코로나19보다 더 큰 감염병 유행에도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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