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단일화제 폐지 등 담은 노조법 개정안 '입법 청원'

불평등․양극화 해소를 위한 산별교섭 활성화 입법운동 발표 기자회견이 지난 달 27일 민주노총 중회의실에서 열렸다. Ⓒ위클리서울/노동과세계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초기업(산업·업종별) 교섭 확대가 우리 사회의 양극화·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핵심 방안으로 제시되면서 산별교섭을 활성화하기 위한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산별교섭을 확대해 단체교섭 적용율을 높이면 특수고용·간접고용·플랫폼·5인이하 등 영세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 효과까지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23일 ‘초기업, 산별 교섭 활성화 입법 청원’이 5만 명 국민 동의를 확보해 해당 내용을 담은 노조법 개정안이 국회 심의절차에 넘겨졌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주장하고 있지만 근로자대표제 개편, 노사협의회 노동자 대표성 부여, 개별노동계약 활성화 등 오히려 노동조합의 교섭력을 약화하는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노동계와 학계는 초기업(산별)교섭 활성화야말로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불평등·양극화 극복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근로기준법에서 배제된 특수고용·간접고용·플랫폼·5인 미만 사업장 등 영세 노동자는 단체협약을 통한 보호도 받지 못한다”며 “기업별 단체교섭을 강제하는 노조법이 단체협약 적용 범위를 사업장 단위로 묶어두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단체협약의 효력은 하나의 기업 밖으로 확장되지 않는다”며 “단체협약 효력 확장은 불안정 노동계층 노동조건과 고용을 보호하는 핵심 정책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양경수 위원장은 “기업을 넘어 초기업(산업·업종별) 교섭을 활성화해야 기업 간 격차도 좁힐 수 있고,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노동조건도 끌어올릴 수 있다”며 “노동조합을 만들기 어려운 5인 미만·비정규직 노동자도 같은 산업이나 업종의 노동조합이 사업주단체와 체결한 단체협약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노조법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양 위원장은 “기업별 교섭만 강제하는 법 규정은 이미 전체 60% 이상(민주노총 89.4%, 한국노총 45.0%)이 초기업(산업·업종별) 노조인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이정희 연구위원은 “현행 노조법의 ‘교섭창구 단일화제도’는 소수노조 교섭권 침해, 사용자 권한 남용(사실상 교섭선택권 부여), 대표노조 선정 절차에 따른 교섭지연, 기업별 교섭 강제, ‘조합원 과반수’ 요건 따른 노-노 갈등 등을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기업별 교섭을 강제하면서 산별교섭을 배제하는 교섭창구 단일화제도를 폐지하고 산별교섭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위원장은 “산별노조가 교섭을 요구하면 사용자가 이를 거부·회피하지 못하게 교섭 의무를 부여하고 동일산업·동일 업종에서 공동의 이익증진을 목적으로 설립한 단체를 사용자단체로 인정함으로써 이들 단체에 산별교섭 참가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산별교섭에서 체결한 단체협약이 노조도 없고 단체협약도 체결할 수 없는 동일산업·동일 업종 노동자에게까지 적용되도록 단체협약의 효력을 확장해야 한다”고도 짚었다.

초기업 산별 교섭 활성화 입법에 관한 청원 Ⓒ위클리서울/국민동의청원 사이트 캡쳐

국회에 넘겨진 노조법 개정안에는 사업장 단위 교섭구조를 강제해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 창구단일화를 거치지 않은 노동조합의 교섭권과 쟁의권을 부정하는 교섭창구 단일화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동종 업종·산업·지역 등에서 공동의 이익증진을 목적으로 설립한 단체는 조직형태나 규약 등에 관계없이 사용자단체로 보도록 하고 국가나 지방정부가 조성하고, 입주 승인, 지원하는 산업단지 내 소규모 영세업체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초기업 교섭을 보장하는 내용도 담겼다.

아울러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을 통해 관련 산업·지역·업종에 종사하는 다른 동종의 근로자와 다른 사용자에게 단체협약 효력 확장이 가능토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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