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기대에 ‘시기상조’ 선긋기, 부작용 차단
소비자물가 상승률 주춤, 근원물가는 더디게 둔화

[위클리서울=방석현 기자] 한국은행이 2월과 4월에 이어 25일 기준금리를 재차 동결했다. 이로써 한국 기준금리는 3.5%, 미국과의 금리 격차는 1.75%p로 최고치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위축과 금융 불안을 우려한 결정인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떨어져 전망치가 3.5%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도 한은이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5일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하기로 했다. 지난 2월과 4월에 이은 ‘3연속’ 동결인 셈이다. 한은이 금리인상 행진을 멈춘 배경에는 결정적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가 자리하고 있다.

 

ⓒ위클리서울/ 디자인=이주리 기자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3.7%로 14개월 만에 3%대로 진입했다. 이달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역시 3.5%로 유지되는 만큼, 물가 상승폭이 크지 않은 상황에 굳이 금리인상을 단행해 금융불안을 가중시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경기위축 역시 정부가 우려하고 있는 것들 중 하나다. 한은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4%로 소폭 하향 조정했다. 내년 전망도 2.3%로 0.1%p 내렸다.

1%대 성장률은 코로나19로 인해 마이너스 성장한 2020년(-0.7%)과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2009년(0.8%)을 제외하면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3% 증가했는데, 소비개선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상대로 한 대중(對中)수출과 반도체 등 IT수출 부진이 심화됨에 따라 오는 2분기에도 침체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 역시 지난 260억 달러보다 소폭 줄어든 240억 달러로 예상규모가 줄었다. 중국 수출 증가폭이 기대보다 작았고 반도체 중심 IT수출 부문 부진에 더해 설비‧건설 부문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중국은 부동산 경기 부진 지속 및 대외여건 악화로 내수·제조업 개선세가 약화하면서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선진국에선 금융 불안이 확산하면서 글로벌 경기 부진이 예상보다 심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3연속 금리동결을 택했지만, 여전히 뒷맛은 씁쓸하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1.75%p로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는데다가 물가상승폭 둔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물가 인상 압박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하긴 했지만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모두 이번 금리 인상기 최종금리 수준으로 3.75%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한은이 금리를 더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겁만 준다는 시장의 반응이 있는데 우리는 옵션을 열어놨다”고 말했다.

한은이 이처럼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예고한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도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타진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격차가 너무 벌어지게 되면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원화 가치 폭락 등의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美연준이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한다면 한은 역시 쫓아갈 수밖에 없다. 이 총재가 말한 “옵션을 열어놨다”는 것을 이러한 부분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미국 연준이 금리를 어떻게 결정할지 불확실한 상황”이라면서 일단은 지켜보면서 물가와 데이터를 보고 판단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일각에서는 금리인상이 멈추는 수준을 넘어 인하의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한은은 금리인하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고 못 박았다.

이 총재는 “중장기적으로 국내 금융 안정이 작년보다 나아졌으나 금리를 조급히 내리면 금융 불안을 다시 촉발할 위험은 없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가가 확실하게 2% 수준으로 수렴한다는 증거가 있기 전까지는 인하 시기를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일례로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떨어지면서 금리동결을 택했지만, 변동성이 큰 식료품‧에너지 등을 제외한 근원물가는 여전히 상승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근원 인플레이션율은 지난 4월 4.6% 오른데 이어 여전히 4.0%를 유지하고 있다.

이 총재는 “소비자물가가 예상한 대로 둔화하고 있지만, 근원물가는 상대적으로 더디게 둔화되고 있다”며 “물가 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지속하겠지만 상당기간 목표 수준(2%)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한은이 올해도 물가상승 흐름 자체는 계속될 것이라 진단하며, 긴축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 밝힘에 따라 시장 일각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로 인한 정책효과 감소가 차단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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