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원시별
[신간] 원시별
  • 위클리서울
  • 승인 2023.06.02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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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춘 지음/ 철수와영희

[위클리서울=온라인뉴스팀] 항일 독립운동가 주세죽의 삶을 그린 장편소설 『코레예바의 눈물』로 이태준문학상을 수상한 손석춘 작가가 신작 『원시별』로 돌아왔다. 작가는 2001년 첫 장편소설 『아름다운 집』 이후 끊임없이 역사의 아픔과 시대의 진실을 정면으로 응시해왔다. 특히 분단과 이데올로기에 뒤엉킨 삶들을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듯 특유의 사실적이고 속도감 있는 문체로 그려냈다.

ⓒ위클리서울/ 철수와영희
                                                ⓒ위클리서울/ 철수와영희

‘한국전쟁 정전 70주년’을 앞두고 출간된 『원시별』은 전쟁의 한복판에 놓인 세 청년을 통해 어둠 속에 갇힌 꿈이 어떻게 밤을 뚫고 빛을 이어가는지 처연하게 그려내고 있다.

『원시별』은 회피하고 싶은 비극적 역사를 오히려 품 안으로 끌고 들어와 더욱 속속들이 들추어낸다. 서투른 꿈과 갓 피우기 시작한 사랑을 전쟁의 격랑 속으로 파묻어야 했던 인물들은 이제 스물을 넘긴 청년들이다. 그리고 지금은 가기 좋은 산책로쯤으로 알려진 연희동 궁동산 일대가 이야기의 배경으로 등장한다. 이곳에서 벌어진 ‘연희고지 전투’는 한국전쟁 당시 서울 탈환의 최전선이었다. 급박하게 전개되는 서사는 인간의 의지와 힘으로는 어찌 할 수 없을 것 같은 역사의 파도를 효과적으로 담아낸다. 그러나 그 파도 속에서 세 명의 청년은 어둠 아래로 사라지면서도 결국에는 작은 빛 하나를 띄운다. 작가는 언제나 삶은 이어진다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정전된지 70년이 지났지만, 아픔의 기억은 여전하고 상처의 흔적은 곳곳에 남아 안팎으로 작용한다. 작가 손석춘은 분단과 그로 인한 갈등을 깊이 천착해왔다. 손석춘의 리얼리즘은 언제나 여기에 있다. 기억되지 않는 슬픔과 상실한 공동체, 잃어버린 철학과 언어를 되살리고자 하는 작가의 치열한 기록은 지금 이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해원과 호흡을 같이한다. 작가가 설정한 인물이 꿈을 품은 청년들인 것도, 그 배경이 동네 바로 뒷산인 것도, 언제나 우리말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는 고집도 그러한 까닭일 것이다.

손석춘 소설의 미덕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우리말 사용의 능수능란함이다. 손석춘에게 소설을 쓰는 행위는 우리말로 우리 민중의 가슴에 남은 상처를 제대로 밝혀내 진단하고, 그 상처를 “보들보들 핥아”주는 주는 치유 과정이다. 상처의 치유는 결국 새로운 살을 돋게 하는 생성의 힘이다. 그것이 “작은 동굴” 속에서 “고만한 바위”를 밀고 나온 아이에게서 “쑥내음이 향긋”하게 풍기는 이유일 것이다. 작가의 말대로 이 “한국전쟁의 까만 어둠에서 길어 올린 이야기는 연가(戀歌)일 수도 비가(悲歌)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별이 탄생하는 초기 단계라는 “원시별”도 “까만 어둠에서” 더욱 빛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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