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미세플라스틱특별법 '발의'
국제사회, 플라스틱협약 초안 11월 마련키로

지난 3월15일 국회에서 ‘미세플라스틱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국내에서 미세플라스틱율 규제하는 법안이 발의되고 국제적으로는 국제플라스틱협약 초안을 오는 11월까지 마련하기로 하는 등 탈플라스틱 시대를 열기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시동이 걸렸다.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으로 칭송받아 온 플라스틱은 이제 인류와 생태계 모두에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플라스틱은 재활용률이 9%에 불과하며 12%는 소각, 79%가 매립되고 있는 상황이다.

플라스틱은 바다로 흘러들어가 해양생물을 위협하고 미세플라스틱을 흡수하게 만드는데, 이것은 결국 바다의 동·식물을 섭취하는 우리 사람의 몸 속으로 돌아온다. 우리 몸에 쌓인 미세플라스틱은 ADHD, 폐 질환 등 여러 부작용을 낳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국내외적으로 속속 마련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 제조·수입 금지 담은 법안 통과 '시급'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은 5일 '미세플라스틱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자원순환 관점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제한 또는 금지하는 조치를 일부 취하고 있지만 그러나 플라스틱 규제 조치가 여러 법에 산재돼 있어 통합적인 관리가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날 발의된 법안에는 △제품에 의도적으로 첨가하는 지름 5㎜ 이하의 1차미세플라스틱이 안전기준 이상으로 포함·함유된 제품의 판매나 제조·수입을 금지하고 △플라스틱이 분해되면서 나오는 2차미세플라스틱이 기준 이상으로 배출될 우려가 있는 플라스틱 제품 또는 전기·전자제품의 판매나 제조·수입 등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국가·지자체·사업자·국민에게는 미세플라스틱의 발생과 배출량을 줄이고 관리해야 하는 책무를 규정했다. 아울러 환경부는 5년마다 '미세플라스틱 관리 종합계획'을 수립·시행토록 하고 국무총리가 공동위원장인 '미세플라스틱 대책위원회'도 구성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번 미세플라스틱특별법은 미세플라스틱을 규제·관리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기준과 절차 등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김은정 소비자기후행동 대표는 “처음에는 산업계가 반발하는 분위기였지만 현재는 국제적으로도 플라스틱 규제에 대한 필요성이 많이 강조되는 상태이기 때문에 산업계에서도 (이 법안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생각된다”며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이 특별법안의 조속한 입법과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한국정부, 플라스틱 생산 감축 합의에 적극 나서야 

Ⓒ위클리서울/픽사베이

한편 로이터통신데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2일까지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플라스틱 오염에 관한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을 성안하기 위한 ‘제2차 정부간협상위원회 회의’가 한국을 포함한 169개국 대표와 비영리단체 관계자 등 1700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플라스틱 오염 국제협약에 대한 정부 간 협상회의(INC)는 파리기후협정처럼 플라스틱과 관련한 구속력 있는 협약을 만들기 위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총 5차례에 걸쳐 열릴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우루과이에서 1차 회의가 진행된 데 이어 3차 회의는 오는 11월 케냐에서, 4차 회의는 내년 상반기 캐나다에서, 5차 회의는 내년 말 한국에서 각각 열기로 합의했다.

이번 2차 회의를 통해 플라스틱 오염 발생을 억제하기 위한 최초의 글로벌 조약 초안을 올해 11월 3차 회의 전까지 마련하기로 하는 등 국제적인 플라스틱 오염 규제 협약을 만들기 위한 논의가 일부 진전을 이뤘다는 평이다.

이번 회의에서 대다수 국가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 목표와 플라스틱·화학물질 규제, 미세플라스틱 연구·개발, 폐기물 관리 역량 강화 등에 공감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목표 연도나 재원조달 방안 등에 대해서는 이견을 나타냈다.

재원조달 안건의 경우 기후변화협약 등의 기존 재정 메커니즘인 지구환경기금(GEF)이나 새로운 재정 방안 등을 활용해 더 큰 피해를 입은 개발도상국에 재원을 지원하기로 하는데 공감했다.

그러나 플라스틱의 생산 단계부터 강력한 규제가 적용돼야 플라스틱 오염을 해결할 수 있다는 ‘플라스틱 생산 감축’은 이번 회의의 중요안건이었지만 국가간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EU·일본·칠레 등의 국가는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주장했지만, 인도·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중국 등의 경우 이에 반대하면서 추후 안건으로 미뤄졌다. 한국의 경우도 플라스틱 생산 감축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의견을 표명했다.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플라스틱 생산을 대폭 감축하는 내용을 담지 못하는 협약은 플라스틱 오염 문제와 그로 인한 기후 위기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담은 강력한 플라스틱 협약 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나라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이번 회의에서 석유화학업계와 산유국이 협약을 약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음에도 한국 정부의 참석자 목록에 한국석유화학협회가 포함돼 있었다”고 지적했다"며 “또 한국정부는 2차회의 전 제출한 사전 의견서에서도 플라스틱 생산량 절감과 재사용과 리필을 근본으로 하는 해결방안이 아닌 재활용과 바이오 플라스틱에 치중된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는 한국정부가 여전히 플라스틱 문제를 단순한 환경문제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정부는 플라스틱 문제의 시작이 석유화학 기업임을 깨닫고 석유화학 기업의 영향력을 배제해 나가야 한다”며 “플라스틱 생산량 감축과 더불어 근본 해결방안인 재사용과 리필 기반의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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