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울린 ‘전세사기’ 실체…가담자 43%가 공인중개사
청년 울린 ‘전세사기’ 실체…가담자 43%가 공인중개사
  • 방석현 기자
  • 승인 2023.06.09 0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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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단속결과 피의자 2895명, 피해금액만 4599억
공인중개사 등 전문가들, 청년들 표적 삼아 전세사기 가담

[위클리서울=방석현 기자] 내집마련을 꿈꾸던 청년들과 신혼부부들을 벼랑 끝까지 몰아넣었던 ‘전세사기’의 실체가 드러났다. 약 10개월 간의 단속 결과 피의자만 3000여명에 달했고 피해금액만 4599억원에 육박했다.

특히 이들 중 절반 가량이 공인중개사 또는 부동산 감정사들로, 부동산 거래에 대해 잘 모르는 청년들을 도와줘야할 전문가들이 되려 이들을 범죄타깃으로 보고 전세사기를 주도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 4월26일 전세사기 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 국회시위가 열렸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국토교통부는 8일 검찰‧경찰과 합동으로 브리핑을 진행하고 지난해 7월25일부터 지난달 28일까지 약 10개월 동안 진행한 전세사기 근절을 위한 범정부 특별단속 결과를 공개했다.

국토부는 ‘부동산 거래신고 데이터’ 및 ‘전세피해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상담사례 등을 바탕으로 조직적 전세사기가 의심되는 사례 1322건을 선별하고, 조사·분석을 거쳐 전세사기 의심자 및 관련자들 970명을 수사의뢰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해당 기간 총 2895명이 검거됐으며 이들 중 288명이 구속됐다. 앞서 1월24일까지 6개월 가량 실시된 1차 특별단속에서 1941명이 검거돼고 168명이 구속된 것과 비교하면 피의자수와 구속인원이 각각 954명, 120명 늘어난 모습이다.

1차 특별단속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공인중개사 및 부동산 감정사들의 불법행위가 대거 포착됐다. 1차 특별단속 때 불법중개 혐의로 250명이 적발된데 이어 2차 특별단속에서는 불법중개 236명, 불법감정 45명이 검거됐다.

전세사기 의심자 970명 중 공인중개사 및 중개보조원은 414명으로 42.7%를 차지했고, 그 뒤를 △임대인 264명(27.2%) △건축주 161명(16.6%) △분양·컨설팅 업자는 72명(7.4%) 등이 이었다. 공인중개사와 분양업자 등 사실상 절반에 가까운 비중의 부동산 전문가들이 전세사기 행위를 벌인 셈이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대부분 20‧30세대 청년들인 것으로 나타나 안타까움을 더했다.

전세피해지원센터를 통해 상담한 피해자 558명 중 30대는 260명(46.6%)로 가장 많았고, 20대가 82명(14.7%)로 20·30세대가 60%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수사과정에서 확인된 전세사기 피해자만 2996명에 달했고, 이들 중 30대가 1065명(35.6%), 20대가 563명(18.8%)으로 2030세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피해 주택 유형별로는 다세대주택이 1715명(57.2%)으로 가장 비중이 높았고, 그 뒤를 오피스텔 784명(26.2%), 아파트 444명(14.8%), 단독주택 53명(1.8%) 등이 이었다. 사실상 빌라‧오피스텔 등을 중심으로 피해가 집중된 양상이었다.

피해금액은 △1억원 이상 2억원 미만 1008명(33.7%) △5000만원 이상 1억원 미만 999명(33.3%) △2억 이상 3억원 미만 422명(14.1%) △5000만원 이하 395명(13.2%) △3억원 이상 172명(5.7%) 등으로 대부분 5000만원에서 2억 사이였다.

지역별로 보면, 전세사기 피해규모가 가장 큰 곳은 서울 강서구로 피해액이 833억원(337건)에 달했고, 그 뒤를 △경기도 화성 238억원(176건) △인천 부평 211억원(128건) △인천 미추홀 205억(159건) △서울 양천구 167억(68건) △서울 금천구 129억(62건) △서울 관악구 115억(47건) 등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대부분 전세사기가 서울‧인천 등 수도권에 집중된 모습이다.

종합하면 전세사기는 이른바 부동산 전문가들이 주로 2030세대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 등을 주요 타깃으로 잡고 조직적으로 진행한 것들로, 많은 자금을 갖고 있지 않은 젊은 세대가 아파트 대신 빌라‧오피스텔 전세 등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범죄에 노출된 것이었다. 젊은층은 상대적으로 부동산 거래경험이 적었던 만큼 범죄자들의 손쉬운 표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수사과정에서 전국적으로 1만300여가구를 보유한 10개의 무자본 갭투자 편취조직을 비롯해 허위 전세계약서로 전세자금 대출금을 가로챈 사기조직 21개 등 31개의 조직을 적발했다는 점이다.

이중에서도 6개 조직에는 형법상 최초로 ‘범죄집단조직죄’가 적용됐다. 해당 죄목은 주로 조직폭력 범죄를 처분할 때 쓰이는 만큼, 수사당국이 전세사기 범죄가 상당히 조직적이고 구체적으로 기획된 상태에서 추진됐고 ‘경제적 살인’에 준할 정도로 피해가 극심하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대검찰청에서도 전국 54개 검찰청에 전담검사 71명을 지정하는 등 적극 대응해왔다.

 

ⓒ위클리서울/ 이주리 기자

합동 브리핑에 참석한 윤승영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국장은 “범죄단체로 의율했던 것은 6건인데 그중 무자본 갭투자로 범죄집단으로 의율한 것은 3건이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가 기획을 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 다음 빌라왕 등 명의상 임대인인 조직도 꽤 있었다”며 공인중개사‧감정평가사 등이 가담해 같이 공모한 경우 범죄집단으로 의율했다고 설명했다.

황병주 대검찰청 형사부장 역시도 범죄단체나 범죄집단으로 의율했을 경우 선고형이 높아질 수 있는데다가, 통상적인 사기범죄는 범죄수익을 추적해 뺏어올 수 없지만 조직적 범죄단체‧범죄집단으로 의율하면 범죄수익을 추징해 피해자들에게 돌려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실익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꼭 범죄단체가 아니더라도 사기 외에 문서위조죄라든지, 업무방해죄라든지 이런 죄명들이 되면 환수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며 사실관계를 철저히 조사하고 잘 진행해보겠다고 약속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남영우 국토교통부 토지정책관은 전세사기 의심자 다수가 공인중개사였던 만큼 이들이 계속해서 전세사기에 가담하는 것에 대한 대책을 묻는 질문에 “전세사기에 가담한 공인중개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오고 있고, 상당 부분이 중개보조원들로 인해서 벌어지는 일도 많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중개보조원에 대한 규정이라든지 중개보조인임을 표식을 달도록 한다든지 예방적 조치는 해오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공인중개사들의 전세사기와 관련된 여러가지 상황들이 추가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국토부 자체적으로도 중개업 전반에 대한 제도개혁을 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공인중개업 개혁 방안에 대한 TF팀을 가동하고 제도개선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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