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폭염'에 노동자들 사망사건 잇따라..."작업중지권 '유명무실'"
'살인폭염'에 노동자들 사망사건 잇따라..."작업중지권 '유명무실'"
  • 박영신 기자
  • 승인 2023.07.13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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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고 권리 행사 어려워
작업중지권 강화 개정안도 계류 중..."안전대책 강화돼야" 목소리
ⓒ위클리서울/픽사베이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최근 이상고온 현상이 심각해지는 추세에서 폭염 속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며 폭염 시 휴게권과 작업중지권 보장 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달 19일 대형마트 코스트코에서 무더운 날씨에 쇼핑카트 및 주차관리 업무를 하다 20대 노동자가 사망했다. 사망 원인은 온열에 의한 과도한 탈수로 발생한 폐색전증인 것으로 알려졌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서울교통공사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40대 노동자가 30도에 달하는 더운 날 야외에서 작업을 하다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사인은 심근경색이었다.

온열질환으로 인한 산업재해 건수는 최근 3년간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2020년 2명 △2021년 3명 △2022년 4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산업재해 건수는 △2020년 13건 △2021년 19건 △2022년 23건으로 증가세를 나타냈으며 산재 피해자도 △2020년 18명 △2021년 25명 △2022년 24명으로 나타났다.

또 고용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6~2020년)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열사병 등 온열질환 재해자는 총 156명이 발생했고 이 중 26명이 사망(16.6%)했다.

그러나 고용부의 ‘온열질환 예방지침’은 실제 현장에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지침에 따르면 폭염특보가 발령되면 10~15분 이상 규칙적으로 쉬고, 작업 중 규칙적으로 물을 섭취토록 했다. 특히 무더운 시간대(오후 2~5시)에는 옥외작업을 최소화하도록 했다.

실외작업장에서는 작업자가 일하는 가까운 곳에 그늘진 장소(휴식공간)를 마련하고 실내작업장의 경우 △작업자가 일하는 장소에 온·습도계 비치·확인 △선풍기, 이동식에어컨 등 설치 및 주기적인 환기 조치 등을 실시토록 했다.

문제는 이 지침은 말 그대로 지침에 불과해 강제성이 없어 현장에선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지난해 8월 폭염기 건설현장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1135명 중 폭염 특보 발령 시 1시간 일하면 10~15분 이상 규칙적으로 쉬고 있다는 응답은 27.3%에 그쳤다. ‘쉬지 않고 봄, 가을처럼 일한다’는 17.0%, ‘흡연 등을 이유로 재량껏 쉬고 있다’는 56.7%였다.

또 폭염 관련 정부 대책이 있어도 건설현장에서 적용되지 않는 이유(복수 응답)에 대해선 ‘대책에 강제성이 없어 있으나마나’라는 답변이 53.2%로 가장 높았다.

또 산업안전보건법상 작업중지권은 △사업주가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중대재해 발생 시 △근로자가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판단한 경우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에서 재차 산업재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한 경우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은 폭염 등 자연재난 상황에 대해선 작동이 어려우며 사업주의 선제적인 조치가 있어야 작업중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위클리서울/최규재 기자

이에 국회에는 폭염 시 작업중지를 명령토록 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계류하고 있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과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각각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두 개정안은 폭염·한파 시 지자체장이 사업주에게 근로자의 작업 중지를 명령하도록 하고 있으며 아울러 고용부 장관은 작업을 중지한 근로자의 생계를 위해 감소한 임금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토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사업주가 지자체의 작업중지명령에 따르지 않을 경우 이 의원안은 5천만원, 김 의원안은 3천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두 개정안은 2020년 12월과 지난해 5월 각각 소관 상임위원회인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논의된 바 있지만 아직 계류 중이다.

환노위 관계자는 “폭염 등 자연재해 시 작업중지권을 강화하는 법안에 대한 논의 일정이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사업주 의무를 강화하는 등 방향으로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현행법상 노동자의 작업중지권을 규정하고 있지만 노동자가 작업중지권을 실행하기란 고용관계상 실제로 어렵다”며 “만약 실행하더라도 사업주가 업무가 지연된 데 대해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어 노동자의 작업중지권에 대해 사업주의 제재 및 손배청구 등을 막는 규정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발주한 건설공사의 경우 폭염 등으로 인해 작업을 할 수 없을 경우 공사기간을 연장하고 계약금액을 증액하도록 하는 고시가 시행 중”이라며 “그러나 민간공사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어 이러한 규정이 모든 공사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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