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
아쉬움
  • 고홍석 기자
  • 승인 2023.08.0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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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세상] 고홍석

[위클리서울=고홍석 기자] 

ⓒ위클리서울/ 고홍석 기자

차를 몰고 가는데 문득 <비비빅>이 머리 속을 맴돕니다.
<비비빅>이란 우리 또래 분들은 이미 잘 알고 계시는 빙과류 중의 하나입니다.
그 상품명을 만들었던 그 회사에서는 아마도 '크다'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하여 그런 이름을 붙였을 것이고, 은근히 성적 환상을 가미하였을 가능성도 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느끼는 비비빅은 느낌 그대로 다른 빙과류보다는 조금이라도 '크다'는 양적인개념이고, 팥으로 만들었다는 점(제가 팥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어렸을 때 즐겨 먹었던 아이스께끼(그때 그시절에는 이렇게 불렀습니다)와 비슷하여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여러 빙과류 중에서 일차적인 선택 대상입니다.

그리고 이 비비빅을 먹을 때는 탱탱하게 얼어 있을 때보다는 약간 녹기 시작하는,
다시 말하여 고체에서 액체로 변하기 시작하는 바로 그 시점(타이밍이 엄청 중요하다)이 가장 맛이 있습니다.
슬쩍 깨물기만 하여도 저절로 입에서 녹고,
또 금방이라도 팥물이 녹아서 떨어질 것 같은 그런 아슬아슬한 스릴이 바로 그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단단히 얼어있는 비비빅을 그런 상태까지 그냥 기다리는 것은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먹는 것을 앞에 두고 참는 것은 거의 도는 닦는 것과 진배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쉬운 방법도 있습니다.
익히 알고 계시는 분들도 계실 것 입니다만,
선풍기 앞에서 바람을 쏘이는 방법입니다.
이런 스릴과 방법을 저뿐 아니라 또래의 많은 이들이 이미 경험하였을 것입니다.

음식이란 사실 입으로만 먹는 것이 아니라 머리로도 먹습니다.
오히려 머리로 먹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는 것을 굶어보거나
혹은 먹고 싶은 것을 참고 견디는 사태(이건 분명 사건을 넘어서서 사태의 상황입니다)를 겪어본 사람은 동감할 것입니다.

그러니 차를 몰고 오는 내내 이 비비빅을 머리 속에 담고 오니 휴게소를 그냥 지나칠 수 없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마침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비비빅을 팔지 않겠습니까.
운전하면서 차량 에어컨 바람으로 비비빅을 음미하면서 먹을 수 있는,
그런 '고체에서 액체로 변하는' 상태를 만들어 가면서 맛나게 먹는 것은 고난도의 기술을 요합니다.
전방 주시하면서 운전하랴,
그리고 금방이라도 팥물이 떨어질 것만 같은 그 스릴을 즐기랴,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만족하는 것은 엄청난 테크닉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안전 운전을 위해서 약간 녹은 상태에서 그냥 먹습니다.
머리 속에 뭔가 아쉬움이 남아 있습니다.

#예전 글과 사진입니다.
#지금은 뚜벅이입니다.

 

<고홍석 님은 전북대학교 명예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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