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 "ESG 공시 의무화 늦추자"...수출 타격 우려는?
대기업들, "ESG 공시 의무화 늦추자"...수출 타격 우려는?
  • 박영신 기자
  • 승인 2023.08.28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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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조사서 기업들 "준비 어려워"
EU·미국 등 움직임 빨라져...수출·투자 유치 등 '타격'
ⓒ위클리서울/픽사베이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대기업들조차도 ESG 공시 의무화 준비를 어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기업들은 ESG 공시 의무화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공시 의무화 시기를 더 늦추다가는 수출 주도 한국기업들의 수출 타격도 우려되는 상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기업 100개사 ESG 담당 임직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국내 ESG 공시제도에 대한 기업의견'에 따르면,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기업들은 국내 ESG 공시가 의무화되지만 대기업들조차 공시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가 오는 12월 발표 예정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의무공시 로드맵’에는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모든 상장사에 ESG 전반의 공시를 의무 도입·시행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특히 금융위는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에 ‘ESG 의무공시’를 적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2025년에 전년도 내용을 의무공시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 내년부터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은 로드맵을 따라야 하는 것이다.

대한상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ESG 공시에 대한 준비는 아직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ESG 자율공시를 하고 있는 기업들 중 90.6%는 '외부전문기관을 활용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내부인력만으로 공시하고 있는 곳은 9.4%에 그쳤다. 공시를 위한 자체 ESG 전산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도 14.0%에 불과했다.

스코프3(‘제품 소비 단계와 공급망 단위에서 발생하는 배출량)과 관련해서도 기업들은 여력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절반에 가까운 44.0%는 SCOPE3 배출량을 '공시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현재 공시 중인 곳은 32.0%였고, 준비 중인 기업은 24.0%였다.

기업들은 ESG 공시 관련 애로사항으로 '협력업체 데이터 측정 및 취합 어려움'(63.0%)과 '구체적인 세부 가이드라인 미비'(60.0%)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내부 전문인력 부족'(52.0%), '외부 전문기관 활용에 따른 비용 부담'(46.0%), '공시 위한 IT·전문시스템 부재'(37.0%) 등 순으로 응답했다.

이에 조사에 참여한 기업 61%가 '전체적인 일정을 늦춰야 한다'고 건의했다.

대한상의는 글로벌 ESG 공시 기준인 ISSB 기준을 반영할 필요는 있지만 국내 여건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혼란과 부작용이 예상되는 만큼 해외 주요국의 도입 사례 등을 살펴본 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여유 있게 도입하자고 금융위에 건의했다.

ⓒ위클리서울/픽사베이

그러나 유럽연합(EU)과 미국의 ESG 공시 의무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어 우리 기업의 공시 의무화를 늦추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대안인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018년부터 ESG 공시 제도를 의무화한 EU는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을 확정한 뒤 강화된 ESG 공시 의무를 내년 1월부터 부과할 예정이다. 미국도 지난해 3월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상장 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후공시 의무화 방안을 발표했다. SEC는 올 하반기 안에 상장사의 ESG 공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아울러 지난 6월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 산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전 세계적으로 통용될 ESG 보고서 공시 표준을 공개한 바 있다.

ISSB 기준 도입 여부는 개별국가의 권한이지만 한국은 ISSB를 기준으로 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가 공시 기준을 마련하고 있어 사실상 ISSB 기준을 채택한 나라로 볼 수 있다.

ISSB 기준에 따르면 S1('일반적 지속가능성 관련 지속가능성 관련 위험 및 기회 정보 공시에 필요한 일반 요구사항 규정')과 S2('기후 관련 위험 및 기회에 대한 공시 사항')는 2024년 1월1일부터 적용되며 2025년부터 첫 공시가 시작된다.

오는 2026년부터 스코프3까지 공시하게 되면 협력사의 탄소배출량 등 활동도 평가에 포함된다.

EU와 미국의 ESG 공시 의무화에 따라 이들 국가에 상장한 한국 기업뿐 아니라 상장 고객사에 납품하는 한국기업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수출 중심 경제인 우리나라가 공시 의무화를 늦추다가는 기업들의 대응속도가 더욱 느려져 수출이나 각종 투자 유치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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