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서울=정상훈 기자] ‘몽탄 신도시’. 몽골과 동탄신도시의 합성어다. 한류 열풍이 불고 있는 몽골 울란바토르에 국내 유통 기업들이 활발히 진출함에 따라 생겨난 신조어다. 최근 국내 유통기업들은 중국, 베트남 이후의 신(新) 성장동력 국가로 몽골을 택하고 있다.
몽골은 제조 인프라가 부족한 시장 특성상 수입 상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국내에 3만7000명 이상의 몽골인이 거주하고 있어 한국 문화에 대한 선호도도 높은 편이다. 특히 수도인 울란바토르는 몽골 전체인구(326만명)의 절반 가량(150만명)이 몰려있으나 소비 채널은 미미한 수준이다. ‘자리를 잡으면 몽골에서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전략 실행이 가능한 도시다.

대형마트, 글로벌 판로로 ‘몽골’ 낙점
대형마트업계는 몽골에 진출하며 ‘한국식 마트’ DNA를 현지에 심었다.
이마트는 몽골 울란바토르에 4년 만에 신규 매장 ‘몽골 이마트 4호점 바이얀골(Bayangol)점’을 지난 9월 7일 개장했다. 이 곳에 이마트는 한국 콘텐츠로 가득한 한국 스타일의 대형마트를 열어 ‘한국형 쇼핑 문화’를 원하는 몽골인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한국산 제품의 수출 증대에도 기여하겠다는 계획이다.
몽골 이마트는 현지 기업인 알타이그룹과 협약을 통해 2016년 1호점이 탄생했다. 2호점은 2017년, 3호점은 2019년 문을 열었다. 몽골 매장은 이마트가 브랜드 및 상품 그리고 점포 운영 노하우를 수출하고 로열티를 받는 프랜차이즈 형태로 운영된다.
이번에 문을 여는 4호점은 매장 공간 구성부터 판매 상품과 매장 내 입점 테넌트까지 ‘한국 스타일’을 전면에 내세웠다. 매장 인테리어는 올 5월 리뉴얼 개장해 ‘미래형 대형마트’ 표본 중 하나로 불리는 인천 연수점을 본떴다. 연수점처럼 테넌트를 강화해 ‘원스톱 쇼핑 센터’로 만든 것도 4호점의 특징이다.
패션 매장으로 문을 여는 탑텐은 몽골 내 매장으로는 2호점이다. 1호점은 올해 4월 몽골 이마트 3호점에 문을 열었다. 이마트는 탑텐에 몽골 시장 상황을 알려주고 현지 진출을 지원했다. 한국 프랜차이즈인 맘스터치도 몽골 이마트 4호점에 첫 매장을 열게 됐다.
한국산 상품도 울란바토르 시민들의 발길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선봉장은 이마트 대표 PL 노브랜드다. 몽골에서 노브랜드의 인기는 날로 커지고 있다.1~3호점에서 올해 1~7월 노브랜드 판매액은 전년 동기보다 58% 늘었다. 인기 있는 노브랜드 제품은 감자칩, 버터쿠키, 쌀과자 등이다. 생필품으로는 물티슈가 인기가 많다.
노브랜드를 필두로 한국산 상품 전체의 판매액도 14% 늘었다. 이마트는 한국 브랜드를 알리고 중소기업 수출에도 도움을 주는 프랜차이즈 형태의 해외 매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간다는 방침이다. 한국산 상품 판매가 늘면 국내 중소기업 수출 확대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마트 최종건 해외FC담당은 “한국 문화에 대한 호감도가 큰 몽골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한국형 쇼핑’의 즐거움을 알려주겠다”며 “앞으로도 울란바토르를 대표하는 쇼핑 메카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매장을 늘려가고 영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자체 브랜드 PB 상품을 몽골 시장에 내놓는다. 회사 측은 K-푸드 열풍 전진기지로 몽골 현지 ‘서클(CIRCLE)’ 그룹이 운영하는 할인점을 택했다. 이번 글로벌 시장 진출은 ‘홈플러스의 몽골 첫 수출’이라는 의의가 크다. 울란바토르 지역 ‘오르길’, ‘토우텐’ 14개 매장에서 PB 제품을 판매한다.
이들 매장은 식품코너 전면에 홈플러스 대표 상품을 배치했다. 취급 품목은 ▲‘홈플러스시그니처’ 가공식품·조미료, 건면, 대용식, 비스킷·스낵·캔디·음료·생수 등 먹거리 ▲화장지·물티슈 등 생필품이다.
국내에서 꾸준히 인기 있는 상품군과 현지 수요가 높은 품목을 기반으로 200여 종을 엄선했다. 초대형 식품 전문매장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을 필두로 상품 경쟁력을 높이고 고객 편의를 최적화 해온 전략이 몽골 현지에도 반영된 것이다.
홈플러스는 몽골 지역을 글로벌 판로로 선택한 이유로 높은 젊은 인구 비중과 성장 잠재력을 꼽았다. 회사 측은 그로서리 상품과 생필품 품목 초기 실적을 바탕으로 2024년까지 냉장·냉동식품까지 범주를 넓혀 홈플러스 PB 인지도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오재용 홈플러스 상품2부문장 전무는 “국내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홈플러스 시그니처’를 지속 확대해 몽골 시장에 정착한다는 중장기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라며 “K-푸드 확산과 협력사의 해외 진출 교두보 역할에 앞장서 세계 소비 시장에서 홈플러스 입지를 굳건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몽골 사로잡은 K-편의점
대형마트보다 더 빠르게 몽골을 장악하고 있는 업종은 다름 아닌 편의점이다. CU는 이미 몽골 전역에 33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유통 기업 중 단일 국가에서 300호점을 개점한 것은 CU가 최초다. 몽골 제 2도시인 다르항에도 3개의 점포를 개점하면서 몽골 전 지역으로 출점의 범위를 더욱 확대하고 있다.
개점 속도를 살펴보면 CU가 몽골에 첫 진출한 2018년부터 100호점을 개점하기까지 약 26개월, 200호점까지 약 18개월이 걸렸으나, 300호점을 개점하기까지는 약 10개월이 소요되면서 개점 속도가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2배나 많은 점포를 개점하면서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오히려 사업 확장이 빨라지고 있다. 이로써 현재 CU는 몽골 편의점 시장 점유율 약 70%로 독보적인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성장세에 대해 회사측은 “안정적인 편의점 사업 운영을 위한 BGF리테일의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자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BGF리테일은 몽골 파트너 운영사인 CE사가 선진화된 한국 편의점의 운영 시스템과 차별화된 상품, 서비스를 몽골 사업에 반영할 수 있도록 지난해 10월 CE 친저릭 대표를 포함해 50여 명의 몽골 직원들을 한국에 초청해 사업 운영의 노하우를 전수했다.
BGF리테일의 주요 부서장들이 직접 몽골 CE 직원들에게 상품, 영업, 마케팅 등 사업 운영의 기본기에 대한 실무 교육을 진행했다. 또 회사가 운영하는 진천 중앙물류 센터와 센트럴키친 방문을 통해 발전된 한국 편의점 물류 시스템과 간편식 제조 현장 견학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몽골 CU는 울란바토르 근교의 콘코르 지방에 간편식 제조 전반을 관장하는 푸드 센터를 운영하면서 편의점 핵심 상품인 간편식품의 원활한 생산 공정 관리와 품질 유지에 힘쓰고 있다. 또 CU는 그동안 쌓은 IT 노하우를 집약해 개발한 ‘BGF 글로벌 IT시스템’을 지난해 8월 몽골 전점에 도입했다.
이처럼 상품 기획, 제조부터 물류 운영까지 BGF 전사의 전천후 노력 속에 지난해 몽골 CU 점포들의 매출은 전년 대비 48.0%나 증가했다. 특히 떡볶이, 튀김, 호떡, 즉석라면 등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는 즉석조리는 무려 117.4%나 매출이 늘었으며, GET커피 또한 120.2%로 높은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장영철 BGF리테일 상품·해외사업부문장은 “몽골 300호점 개점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CU만의 차별화된 가치를 전달하기 위한 노력이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쁘다”며 “앞으로도 CU는 한국 편의점 문화를 전파하는 것과 동시에 사회적 가치까지 더해 대한민국 1등 편의점 프랜차이즈로서 편의점의 한류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편의점업계 맞수인 GS25도 CU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 2021년 5월 몽골 재계 2위인 숀콜라이그룹과 손잡고 몽골에 첫 진출한 지 16개월에 100호점을 돌파한 상황이다. 몽골에 진출한 편의점 브랜드 중 가장 단기간 쌓아 올린 금자탑이다. 현재는 231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GS25는 최단기간 몽골 매장을 확장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몽골의 식(食)문화와 K-푸드 열풍을 적절히 융합한 현지화 전략과 편의점의 인프라를 활용해 다목적 기능을 강화한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몽골로 수출된 카페25 등 국내 PB 상품은 현지 최고 인기 상품으로 부상했으며, 편의점 인프라를 통해 몽골 내 부족한 식당, 카페, 쉼터 등을 대신하는 다목적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GS25는 몽골에서 쌓은 운영 노하우와 다목적 인프라 기능을 중점 강화하며, 2025년까지 몽골 GS25를 500점 이상 전개해 현지 1위 편의점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수제맥주 등을 몽골 매장에 도입해 편의점 주류 열풍을 현지에서 재현한다는 계획이다.
또 퀵커머스, 반값택배 등 한국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생활 서비스를 현지에 맞는 형태로 개발해 지역 사회의 공헌자로서의 역할 또한 강화해 간다는 구상이다.
정희경 GS25 해외사업팀장은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몽골 GS25가 큰 성장을 이루는 등 K-편의점의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며 “K-편의점을 넘어 대한민국 문화를 전 세계로 알리는데 GS25가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