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성수동의 청춘, 뚝도시장으로 집합
뜨거운 성수동의 청춘, 뚝도시장으로 집합
  • 김은영 기자
  • 승인 2023.10.26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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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 탐방] 뚝도 청춘시장
ⓒ위클리서울/ 김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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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서울=김은영 기자] 지하철 2호선 성수역 주변은 1년 365일 불야성이다. 과거 철공소와 폐자재 공장들이 즐비하던 성수동 일대는 대한민국에서 최신 트렌드를 가장 먼저 구경할 수 있는 브랜드 팝업 스토어와 브랜드 상점과 카페 거리로 변신했다. 가닥가닥 색색깔로 염색한 긴 머리의 젊은 여성들과 짧은 반바지, 크롭 상의를 입은 청춘들이 거리를 젊음으로 물들인다. 상전벽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다. 마치 천지개벽한 듯 성수동은 이전과는 다른 세상이 됐다. 트렌디하면서도 아날로그한 감성의 상점과 음식점, 카페들을 찾는 인파로 인해 성수동의 주말 저녁은 마치 크리스마스이브 저녁처럼 들떠있다. 이러한 성수동에 위치한 재래시장인 ‘뚝도시장’은 성수동의 또 다른 세계를 여는 문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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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불야성 골목에 위치한 청춘 재래시장

지하철 2호선 성수역 3번 출구에서 약 700 미터 쯤 떨어진 곳에 위치한 뚝도시장은 문이 무려 8개나 있다. 가장 먼저 보이는 뚝도시장의 관문은 7번이다. 건너편으로 정문 격인 뚝도시장이 눈에 들어온다. 지금의 뚝도시장이 자리 잡은 것은 약 60여 년 전 1962년도부터 지만 시장으로의 기능을 하기 시작한 건 조선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근방은 한강이 인접해 있어 강원도에서 물건을 실어나르기 용이해 남대문 시장과 동대문 시장과 더불어 서울 3대 시장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위클리서울/ 김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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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도라는 지명은 시장을 둘러싸고 있는 지형의 모양이 강으로 이뤄져 마치 섬 모양 같다 하여 뚝섬 혹은 한자음으로 뚝도라 자연스럽게 불리면서 지어졌다. 뚝도는 임금의 행차를 의미하는 ‘둑기’라는 큰 깃발을 세웠던 섬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조선 태조 때에는 임금이 사냥하고 무예를 다지던 곳이라 알려져 있다. 3대 시장 중 하나라는 명성과는 달리 쇠락의 길을 걷다가 지금의 뚝도시장은 여러 가지 정비를 거쳐 새롭게 재단장하고 개장됐다. 중기부의 청년상인창업지원사업으로 선정되면서 2016년부터 2018년도 사이에 기존의 노후된 시설을 제거하고 새롭게 ‘뚝도 청춘시장’이란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그런 만큼 전통 시장과 젊은이들이 좋아할 레트로한 감성의 음식점들이 한데 모여 있어 다양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

 

ⓒ위클리서울/ 김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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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에서 내려 뚝섬 청춘시장으로 가는 길목. 아직 오후 6시가 되지 않았는데도 땅거미가 짙게 깔리기 시작한다. 다소 더웠던 낮 기온과는 달리 해가 지자 늦가을의 바람이 쌀쌀해진다. 하지만 성수동을 찾는 젊은이들의 모습에는 열기가 느껴진다. 저마다 자신들의 취향에 맞는 술집과 카페, 상점에서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성수동 거리는 과거와 미래의 모습이 중첩되어 있다. 건너편에는 오래된 구건물이 있는가 하면 대로를 가로지르면 첨단 고층 빌딩이 현대식 간판을 달고 영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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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건물에서든지 까르르 건네는 웃음소리와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소음은 기본이다. 많은 사람들이 야외 테이블에 앉아 모여 노는 모습이 기분 좋게 거리를 메운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이들의 모습이 경쾌하다. 아이를 가로로 맨 젊은 아빠의 모습도 보인다. 사진을 찍기도 하고 옆에 친구와 담소를 나누기도 하면서 신호를 기다리는 모습들이 싱그럽다. 신호가 바뀌자 서둘러 시장 방향으로 가본다. 계속 직진을 하다 보면 커다란 커피잔 모양의 조형물이 반긴다. ‘성수 카페거리’라고 적힌 노란색 커피잔이 뚝도 시장 방향을 가리킨다. 커피잔을 지나 횡단보도를 건너니 드디어 뚝도시장 간판이 보인다. 그런데 뚝도시장 간판은 한 군데가 아니다. 가장 먼저 7번 게이트를 알리는 간판을 만나나 했더니 건너편에는 6번 게이트가, 다시 1번 게이트로 이어진다. 오밀조밀 미로처럼 도로를 앞뒤에 두고 그렇게 청춘시장은 연결된다. 청춘시장의 1번 게이트로 진입해 보니 다양한 음식점 거리가 펼쳐진다.

 

ⓒ위클리서울/ 김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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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 주민들의 응원으로 자리를 잡은 노포 맛집들의 향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상점은 횟집이다. 싱싱한 활어들이 수족관에서 노닌다. 건너편에는 설렁탕집이 성업 중이다. 꼬리곰탕, 해장국, 설렁탕이 주메뉴다. 배달이 많아 문 앞에는 상시 배달 오토바이가 대기하고 있다. 시중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메뉴도 있다. 민물매운탕집이 바로 그렇다. 이 집은 특이하게도 ‘어탕국수’가 시그니쳐 메뉴다. 본래 이 집의 주력 메뉴는 민물 매운탕이다. 하지만 점심시간에는 단연 어탕국수가 인기다. 어탕국수는 8천 원에 제공된다. 기본 찬은 조촐하다.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하얀 콩나물무침과 빨갛게 무친 단무지와 김치가 전부다. 그리고 돌솥에 바글바글 끓는 어탕국수가 주인공으로 나선다. 초록색의 잔디같은 부추가 한 움큼 올라간 얼큰한 국수. 면은 가는 소면이다. 국물은 민물고기 특유의 시원함이 가득한 깊고 진한 맛을 안겨준다. 국수의 되직한 전분기 없는 맑고 깊은 국물의 맛이다. 소주 한잔을 부르는 시원한 맛이라 인기다.

 

ⓒ위클리서울/ 김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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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색의 간판이 눈길을 끄는 대성정은 지역 주민들만 가는 20년 전통의 노포 맛집이다. 각종 전 외에도 닭볶음탕, 코다리찜, 과메기, 제육볶음 등 없는 걸 부르는 게 더 빠를 정도로 많은 메뉴가 있지만 이곳은 전이 가장 유명하다. 전 한 장을 시켜도 기본 찬이 8가지나 나온다. 감자볶음, 오이도라지 초무침, 숙주나물, 고추절임, 깻잎 등 기본 찬만 봐도 배가 부르다. 가정식 백반이 생각나면 숙영이네를, 빈대떡이 먹고 싶으면 강남빈대떡이 제격이다.

주말이라 문 닫은 상점도 많지만 곳곳이 맛집투성이라 성수 뚝도시장 내에는 보물찾기 하듯 하나씩 도장 깨기 하는 즐거움이 있다. 음식점 투어로 배가 부를 때쯤 시장을 둘러보면 여기저기 시장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아직도 검은 비닐봉지를 씌어 만드는 가정식 콩나물시루부터 직접 손으로 만드는 재래식 두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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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어지면서 어둠이 짙게 깔린다. 바람도 더 써늘해졌다. 이런 쌀쌀한 바람이 흥겨운 사람들도 있다. 바로 잉어빵과 꽈배기를 판매하는 포장마차를 찾는 사람들이다. 어두운 거리를 밝히는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며 이들 상점의 불빛도 점점 환해진다. 꽈배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잉어빵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나뉘어 줄을 선다. 잉어빵은 두 개 천 원이다. “잉어빵이 싸잖아. 그래서 사람들이 줄 서서 먹어”라며 바로 옆 상점에서 떡볶이와 튀김 등을 판매하는 주인은 떡볶이를 뒤적이며 답한다. 단순히 저렴하기만 해서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지는 않을 듯하다. 바삭바삭한 식감의 잉어빵이 추위를 녹여준다. 쫀득쫀득한 꽈배기의 달콤함도 함께하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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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마차 앞으로는 뚝도시장 9번 게이트를 알리는 간판이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 문을 닫았다. 음식점이 아니라 일반 휴대폰 매장과 전자담배 등을 판매하는 매장이 대다수다. 많은 간판들로 이루어진 미로와 같은 뚝도시장이다. 어떤 곳은 활성화가 되었지만 어떤 곳은 9번 게이트처럼 개점휴업이 경우도 있다. 5번 게이트 쪽은 불야성이다. 환하게 불빛을 밝히는 상점들이 청춘들을 부른다. 동태찌개, 생선조림, 묵은지 닭볶음, 코다리찜 등 식욕을 자극하는 음식들이 가득하다. 가장 중요한 공중화장실도 5번 게이트 쪽에 있다. 청춘들이 가득한 성수동에 위치한 재래시장, 먹거리와 놀거리가 더욱 풍부해지면 시장이 더 활기차질 것 같다. 성수동에서만 느낄 수 있는 시장의 감성을 뚝도 청춘시장에서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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