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하고 즐거운 데이트를 위한 맛집 탐방의 중간 결산
소소하고 즐거운 데이트를 위한 맛집 탐방의 중간 결산
  • 김은진 기자
  • 승인 2024.02.07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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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진의 생각하는 일상]

[위클리서울=김은진 기자] 내가 좋아하는 코미디 코너에서 그런 말이 나왔던 것을 기억한다. 우리 대부분이 데이트할 때 가는 코스는 대체로 뻔하다고. 식당 가서 밥 먹고 영화관에서 영화 보고 자동차로 드라이브하기. 만약 차가 없는 커플이 있는데 그 둘 중 하나가 최근 개봉한 재미있는 영화를 다른 사람과 보았다면, 데이트할 때 그냥 먹기만 하게 되는 거라고 말이다. 생각해 보니 그건 내가 남자친구와 하는 전형적인 데이트였다.

 

ⓒ위클리서울/ 김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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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둘 다 서울에 산다. 나는 차를 타면 좀 멀미를 하는 체질이라 교외 드라이브를 싫어한다. 둘 다 영화에 특별한 관심이 없어서 정말 보고 싶은 작품이 없는 한 영화관에는 거의 가지 않는다. 그래서 나와 남자친구는 밖에서 만나면 먹는 것이 주된 활동이었다. 물론 재미있는 이벤트나 체험 프로그램을 즐기는 날도 있었지만 그런 날을 제외하면 거의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거리를 산책하다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둘 다 술을 안 마시니 데이트 중 술집에 갈 일이 없었고 유흥이 적성에 맞지 않아 클럽 같은 곳에 간 적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평범한 데이트를 하는 날이면 우리의 주된 관심사는 ‘오늘은 뭘 먹을까?’였다. 그렇지만 나는 우리의 데이트가 그렇게 단순해도 나름대로 의미 있고 기억에 남는 것이기를 바랐다. 그래서 남자친구와 나는 데이트 전에 미리미리 함께 가고 싶은 식당을 알아보았다. 그중에는 유명 맛집도 있었고 역사가 오랜 가게인 노포도 있었다. 소위 ‘핫 플’로 알려진, 요즘 들어 인기 많은 집이나 인터넷에서 리뷰가 좋은 곳, 혹은 특이한 음식을 팔고 있는 곳도 우리 리스트에 포함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데이트 때마다 다양한 식당을 부지런히 다니기 시작했다.

 

ⓒ위클리서울/ 김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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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남자친구가 외국인이다 보니 나는 데이트 중에 다양한 한식을 먹을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그렇게 그는 나의 손에 이끌려 곰탕과 부대찌개를 비롯해 도가니탕, 만두전골, 평양냉면 등은 물론이고 아귀찜과 황태 해장국, 추어탕에 순대 국밥까지 온갖 한식을 섭렵하게 되었다. 아시아식 도 빠뜨리지 않았다. 남자친구는 일본식 튀김과 오므라이스, 돈가스, 그리고 한국식 중식인 짜장면과 탕수육을 매우 좋아했다. 다양한 식당을 검색한 덕분에 나도 태어나 처음으로 일본식 파스타인 나폴리탄, 수프 카레와 드라이 카레를 맛볼 수 있었다. 그 밖에 우리 둘 다 낯선 음식을 먹어보기도 했다. 그중에는 체코식 로스트비프인 스비치코바, 남미식 옥수수 과자인 알파호르, 가지를 넣은 그리스 음식 무사카도 있었다. 사실 이 모두는 처음에는 내게 그저 단순히 사랑하는 사람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외식 중심 데이트를 통해 남자친구와 나는 서로의 음식 취향을 더 잘 알게 되었을 뿐 아니라 맛을 느끼는 감각이 다듬어져 의도치 않게 요리 솜씨가 조금 늘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렇게 점점 음식 경험이 쌓이면서 우리는 ‘밖에서 밥을 먹는 것’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외식에 대한 우리만의 관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위클리서울/ 김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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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음식을 먹어보면서 우리는 각자가 원래 좋아하는 음식도 더 잘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우리는 햄버거와 피자, 소금빵, 차 등 익숙한 음식을 다양한 맛집에서 먹어보았다. 남자친구가 가장 좋아하는 음싟 중 하나인 햄버거는 우리에게 음식의 가격과 맛의 정도가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또한 우리는 햄버거라는 음식의 본질은 단순하며 그 기본을 제대로 지키는 버거라면 들어가는 내용물이 단순해도 맛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피자는 우리에게 또 다른 경험이었다. 남자친구와 나는 서울의 유명 피자 맛집들을 다니면서 모든 종류의 피자를 다 잘하는 집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떤 집은 마르게리타 피자가 맛있고 어떤 집은 디아 볼라 피자가 맛있다. 토핑이 맛있는 피자집이 있고 빵 부분인 도우가 매력적인 피자집도 있다. 찻집도 비슷했다. 차 맛이 좋은 집이 디저트까지 잘 만드는 경우는 별로 보지 못했고, 디저트를 잘하는 집의 차는 다소 실망스러운 경우가 많았다. 반면 소금빵은 우리에게 다른 것을 발견하게 해주었다. 이 빵은 이제 아주 흔한 빵이고 재료도 특별한 것이 없다. 여러 빵집에서 소금빵을 사먹어 보면서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단순한 재료로 만드는 메뉴일수록 만드는 사람이 무엇을 생각하는지가 잘 드러나는구나. 어떤 소금빵은 녹은 버터맛만 흥건했고 어떤 소금빵은 버터를 아낀 티가 났다. 어떤 소금빵은 그저 모양과 형태만 흉내 낸 느낌이 역력했다. 그중 기억에 남게 맛있는 소금빵이 소수 있었다. 빵 맛이 완벽해서가 아니다. 사실 빵집마다 맛의 결은 조금씩 달랐다. 하지만 맛있는 소금빵은 공통적으로 만드는 사람이 ‘소금빵이 무엇인가’에 대한 자신의 답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그 서로 다른 답이 각각 매력적인 맛이라는 결과로 드러난 것이다. 아주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위클리서울/ 김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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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시내 여러 식당을 다니면서 맛집과 핫플이라는 이름이 붙는 데에는 여러 요소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관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떤 식당은 특이한 콘셉트와 눈에 띄는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핫플이라는 이름을 얻는다. 음식 자체의 차림과 디자인이 사진을 찍었을 때 아름다워 보이도록 연출된 곳도 있다. 유명인들이 언급해서 긴 줄이 늘어서게 된 곳도 있고 아이디어가 아주 기발한 메뉴 덕분에 인기가 있는 식당도 있다. 맛집도 마찬가지다. 사람의 입맛은 미묘하게 서로 다른 데다 과거에 했던 음식 경험에 따라 맛을 평가하는 기준이 달라진다. 뿐만 아니다. 맛만큼 가게의 위생상태가 중요한 사람들이 있고, 가게의 접객이 별로면 음식 맛을 더 안 좋게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합성 조미료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그런 조미료를 먹으면 두통이 나는 사람도 있다. 표준화된 레시피의 맛을 편안하게 느끼는 사람이 있고 개성 있는 독특한 맛을 추구하는 사람도 있다. 수많은 식당을 방문하면서 우리는 호평이든 악평이든 식당을 평가하는 각각의 리뷰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쓰였다는 것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서 결국에는 직접 가서 먹어보며 나의 의견을 갖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위클리서울/ 김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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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리는 기나긴 맛집 탐방 끝에 우리만의 맛집 리스트를 갖게 되었다. 우리가 사랑하는 소수의 맛집들은 우리에게 음식에서 감동을 느끼게 해 준 곳들이다. 그곳들의 맛은 개성이 있지만 그 메뉴의 본질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 맛집들 중 노포라고 불리는 집들은 사실 대부분 손님을 태도와 말투가 부드럽지 않다. 하지만 사람을 기분 나쁘게 하지는 않는다. 젊은 맛집들은 자신이 만들어가는 맛에 대한 자부심과 손님을 배려하는 마음이 적당히 균형을 이루는 집들이다. 나와 남자친구는 여러 가게에서 주인이 가진 맛에 대한 지나친 자부심과 기술 중심주의가 맛에도 영향을 주는 것을 많이 보았다. 음식은 첫째도 정성, 둘째로 정성이라는 대장금 속 대사가 뻔한 것 같지만 결국 현실이다. 그 어떤 대단한 테크닉도 만드는 사람의 마음을 감추지는 못한다. 맛의 결은 만드는 사람의 의도와 마음의 습관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우리가 직접 발품을 팔아 만든 맛집 리스트는 지난달 아주 요긴하게 쓰였다. 남자친구의 부모님이 한국에 오셨기 때문이다. 우리는 두 분을 우리가 직접 검증한 맛집들로 모셨다. 한식이든 양식이든 차든 커피든 부모님은 아주 만족스러워하시며 이런 곳은 어떻게 찾았냐고 자주 물어보셨다. 사람 입맛은 각각이지만 진정한 맛은 문화의 차이를 넘어 통한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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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외식을 중심으로 하는 데이트를 하면서 나는 우리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 주었던 곳들에 감사의 마음이 생겨났다. 생각해 보면 작은 식당이나 빵집, 카페의 음식과 서비스, 그리고 공간이 주는 경험은 사실 거의 작은 종합 예술에 가깝다. 각각의 가게들은 창업자의 개성에 따라 모습도 추구하는 방향도 다르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실제로 좋은 맛집들은 한정된 자본과 제한적인 환경 안에서 좋은 음식 맛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그것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적절한 가격을 제시하며 그곳에 있는 것이다. 이 모든 일들이 얼마나 어려울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맛집들의 존재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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