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흑백사진 같은 풍경. 손잡이를 당기면 뒤로 눕혀지는 낡고 묵직한 의자의 팔걸이에는 키 작은 아이들을 위한 널빤지가 놓여있고, 의자 앞으로는 손때 묻은 바리캉이며 가위며 알루미늄 빗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날이 접히는 옛날 면도기 옆에는 비누거품을 내는 플라스틱 컵이, 그 옆으로는 면도날 갈 때 쓰는 닳아빠진 가죽 허리띠가 매달려 있다. 사라져가는 것들이 어디 이 뿐일까 만은, 이렇듯 작고 초라하고 잊히는 것을 유심히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가 있다. 낡은 이발관이 품고 있는 진한 추억의 향기를 세련된 미용실이 흉내 낼 순 없기 때
서울시가 뉴타운과 재개발사업의 대안으로 ‘마을공동체’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도심 곳곳의 마을들이 새 단장에 분주하다. 은 도심 속 새로운 주거형태로 떠오르고 있는 마을공동체를 집중 취재하고 있다. 이번호에는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희망나눔동작네트워크(희망동네)’를 찾았다. 상도동 주민이 주축이 돼 구성된 희망동네는 ‘행복한 마을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주민의사에 따라 자발적으로 추진하는 마을공동체이기 때문에 마을 주민 상당수가 주인의식이 깊게 배어 있다는 평가다.낙후된 곳 재생해야지난 2004년 주민들이 협
‘인사가 만사’라고 했지만 첫단추부터 심상치 않다. 이명박 대통령은 인수위 시절부터 일명 ‘고소영’ 인사로 몸살을 앓았다. 박근혜 당선인측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진 않겠다’는 의욕을 불태웠지만 발표가 될 때마다 대형 폭탄이 투하되는 형국이다.김용준 총리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의 불똥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인사 검증 시스템 논란으로 옮겨 붙고 있다. 박 당선인 측이 총리 후보자 지명에 앞서 철저한 검증을 벌였다면 김 후보자 측이 의혹들에 대한 해명을 차일피일 미룰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박 당선인의 인사 문
성동구 용답동에 위치한 용답시장은 꺾이지 않는 추위 탓인지 한적하기 그지없다. 제설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아 거리는 여전히 꽁꽁 얼어 있고 인적은 드물다. 상인들도 점포 문을 꽁꽁 닫은 채 언제 올지 모를 손님들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과일가게 주인은 최근 몇 년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주인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연말이나 새해를 맞아 선물세트를 사가는 손님들이 많았지만, 이번 겨울엔 그런 풍경조차도 구경하기 힘들다고 했다.“불황이다 보니 선물세트 장만하는 일도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물건 값이 작년과 비슷해
인수위원회가 26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등 이명박 대통령 측근 특별사면설과 관련 "과거 임기말에 이뤄졌던 특별사면 관행은 그 고리를 끊을 필요가 있다"고 반대 입장을 밝혀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이날 오전 삼청동 인수위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말하며 "더구나 국민정서와 배치되는 특별사면은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대변인은 "특히 부정부패나 비리와 연루된 사람에 대한 사면은 국민을 분노케 할 것"이라며 "그러한 사면을 단행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덧붙
교육과학기술부가 장관이 교과서 검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고 요구에 따라 교과서 내용을 수정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교과부는 작년 8월, 입법예고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대해 교육단체와 교과서 출판사 등이 낸 의견을 수렴한 법률 개정안을 최근 다시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이 개정안은 필요에 따라 장관이 교과서 편찬, 검정, 인정 단계에 관여할 수 있는 권한도 명시하고 있다.그러나 이 개정안으로 교과서 편찬에 특정 이해관계와 정치적 성향에 따른 영향력이 작용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속되는 한파로 삶의 동력을 상실해가는 이들이 있다. 바로 쌩쌩 불어대는 찬바람에 온 몸을 내맡긴 채 거리에서 노점을 하거나, 폐지를 줍거나, 청소를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이들이다. 은 혹한의 추위 속에 꽁꽁 얼어붙은 거리를 무대로 경제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을 만나고 있다. 지난 호 노점상들에 이어 두 번째로 꽁꽁 얼어붙은 빙판길 위 리어카나 손수레를 끌며 아슬아슬 곡예 하듯 살아가는 폐지 수집인들을 만나봤다. 나이 든 노인들이 대부분인 이들은 이른 새벽부터 초저녁까지 하루 종일 길거리를 헤매며 폐지를 줍고 나른다. 그렇게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가 24일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당선인의 불통을 규탄하고 면담을 촉구했다. 유가족들은 “박 당선인이 유가족들을 만나 진상규명과 구속철거민 사면, 제도개선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가족 전재숙 씨는 “인수위 출범 첫 날부터 계속 면담을 신청했지만 박근혜 당선인은 면담을 거부하고 있다”며 “인수위와 박 당선인의 면담확정을 받아야 돌아가겠다”고 말했다.그러나 기자회견 직후 면담신청을 받으러 나온 인수위 국민행복제안센터 정익훈 센터장은 끝내 유가족들에게 인수위 문을
“내 돈 내놔라!”“저축은행 피해자를 죽인 금융모피아와 고위공직자를 사형시키라!” 탄식과 함께 억울한 사연들이 인수위 앞에 쩌렁쩌렁 울렸다. 2011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저축은행 사태 관련 피해자들이 24일 인수위 앞에 대거 집결했다. 대부분은 60세가 넘은 고령자들이다. 피해자 김모(69. 여) 씨는 “10원짜리, 100원짜리 긁어모아 갖다 바쳤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느냐”고 토로했다. 이들은 저축은행이 영업정지 되는 순간까지 금감원의 저축은행 관리 감독에 대해 깊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했으나
주요 대학들이 올 해 등록금을 동결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는 가운데 주요 사립대학교 총학생회장들이 명목 등록금 인하를 촉구하며 박근혜 당선인에게 면담을 요청하고 나섰다. 건국대ㆍ고려대(서울/세종)ㆍ국민대ㆍ성균관대(인문사회/자연)ㆍ연세대(신촌/원주)ㆍ한양대(서울/에리카)ㆍ홍익대 총학생회로 구성된 ‘주요 사립대 총학생회 연석회의(연석회의)’는 “명목 등록금 인하와 국가장학금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박 당선인과의 면담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연세대 총학생회의 제안으로 구성된 연석회의는 지난 13일 발족했으며 명목등록금 인
공무원노조 김중남 위원장의 인수위 앞 단식농성이 8일째 계속되고 있다. 공무원 노사관계 정상화와 해고자 복직 등을 촉구하며 단식에 돌입한 김중남 위원장은 "해직공무원 원직복직을 위한 기자회견을 수차례 가졌고, 의견서를 인수위에 전달했다"며 "그러나 아직까지 연락조차 없다. 박근혜 당선자가 이명박이 아닌 새로운 정부를 구성, 성공한 대통령이 되고 싶다면 공무원노조를 인정, 행정을 개혁하는 길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그는 이어 "5년 전 인수위 앞에서도 이러한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며 "하지만 5년 동안 이명박 정권은 통수권자의 생각대
서울시가 뉴타운과 재개발사업의 대안으로 ‘마을공동체’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도심 곳곳의 마을들이 새 단장에 분주하다. 은 도심 속 새로운 주거형태로 떠오르고 있는 마을공동체를 집중 취재하고 있다. 이번호에는 도봉구 창4동 마을공동체를 찾았다. 창4동은 여전히 미완의 마을공동체로 마을만들기 사업에 한창이다. 흔히 마을공동체 사업 하면 다양한 문화적 프로젝트를 떠올리지만, 그동안 창4동 주민들은 동네 쓰레기와 벽보 등을 제거하는 등 마을환경개선 작업부터 시작해야 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이전과 확연히 달라진 동네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창
민주당이 대선 패배 책임을 놓고 여전히 시끄럽다. 최근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의 대선평가특위 위원장엔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 캠프에서 활동한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임명됐다.한 교수는 문재인-안철수 전 후보 간 ‘아름답지 못한’ 단일화 과정과 ‘친노 책임론’, 문재인 후보에 대한 평가 등을 주요 과제로 삼겠다는 뜻을 명시적으로 밝혀 당내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민주당 내 불협화음을 살펴봤다. 대선 평가를 책임진 한 교수는 지난 대선에서 안 전 후보를 지지하며 문재인 전 후보를 ‘과거’로 규
사오정(45세 정년퇴직), 삼팔선(38세가 퇴직선) 등 직장인들의 아슬아슬한 퇴직 시점을 가리키는 용어가 이제는 일상어로 자리하고 있다. 정부는 때마다 ‘일자리 창출안’을 내세웠지만, 비정규직 양산만 촉진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실업자들의 패배감은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상황이 이러니 40~50대 퇴직자들에게 재취업이란 언감생심. 특히 퇴직 이후 특별한 기술이 없어 편의점이나 호프집을 전전긍긍하거나 재취업의 기회를 노리는 퇴직자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에게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아직은 일 할 수 있는 자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당선인 사이에 4대강 사업을 비롯한 주요 현안과 관련,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감사원으로부터 ‘총체적 부실’이라고 지적된 4대강 사업에 대해 박 당선인 측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주목되는 가운데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지명 그리고 설 특별사면까지 이어지면서 좋았던 관계가 불편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두 사람은 같은 당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여러차례 평행선 관계를 이어오곤 했다. 정권 교체기 이후 어떤 모습을 보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박 당선인은 아직까지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일단 취임식 전날까지는 임기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참사 4주기를 하루 앞둔 19일, 용산참사 현장과 서울역 광장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노동·시민단체 143곳이 꾸린 `용산참사 4주기 범국민추모위원회`는 이날 참가자 2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구속자 석방과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범국민추모대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대회에 앞서 서울 용산구 남일당 터에 모여 `구속 철거민 석방, 용산참사 진상 규명, 강제퇴거금지법 제정`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서울역 광장까지 행진했다. 참가자들은 "죽은 사람은 있는데 죽인 사람은 없다", "
중랑구 상봉동의 동부시장은 시장 간판만 단 채 그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나마 시장상가 주변에 들어서있는 점포들이 동네 골목시장의 분위기를 자아내준다. 골목 어귀 분식집 주인은 잇따른 대형마트의 등장으로 골목 상인들이 하나 둘씩 떠나가기 시작했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오랫동안 장사하시던 분들은 생계 터전이었던 시장을 떠나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장사를 그만 두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해요. 젊은 사람들이야 다른 동네로 옮겨가서 새로 시작할 수 있지만 평생 여기서 장사하신 나이 든 사람들은 그게 되겠느냐고요. 대형마트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