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색깔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 연둣빛 새싹들이 소곤소곤 얘기꽃을 피우는 이맘때, 가벼운 마음으로 봄 마중을 나가 보자. 겨울의 무거운 찌꺼기를 털어내고 봄의 환희 속으로 들어가 새로운 다짐을 새겨둘 일이다. 요즘 어디를 가나 봄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시냇물 소리, 바람 소리, 속삭이듯 서걱대는 연초록의 물결, 그리고 아이들 함성.봄은 산빛에서부터 온다. 봄이 아기의 뒤뚱거리는 걸음처럼 다가설 때마다 산빛의 표정과 빛깔은 표나게 달라진다. 황량하기만 하던 산빛이 연초록으로 물들어가는 모습은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봄은 첫
칼을 들었는데 아름답고 애틋한 사람, 어매‘아직도 상처 받을 수 있는 쓸모 있는 몸’(신기섭, ‘나무도마’ 중).무수한 난도질 앞에 운명인 양 저를 온전히 내어놓은 것은 낡은 도마도 늙은 어매도 한가지다.“손 안 시려. 손이 불강아지 손같애서. 가죽이 굵어서.”‘어매’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세월 속에 얼음도 시리지 않고 불도 뜨겁지 않게 된 사람. 주머니에 넣고 한가하게 놀린 적 없는 두 손도, 쉬이 드러내지 않은 속내도 무쇠칼을 담금질하듯 무시로 단련해온 사람.어매는 삼시세끼 도마소리를 내는 이다. 송송송송 파를 썰고 탁탁탁탁 마늘
어릴적 추운 겨울 화로 가에는 맛있는 것들이 있었지...구운 고구마 그리고 갓 구운 가래떡지금은 추억속에 사라져 버렸지만할머니표 고구마가 이 세상에서 제일 맛났는데그 할머니 멀리 가시고어느새 내가 할머니 자리에 있네눈내리는 밤 할머니 모셔와 화로가에서 옛이야기 꽃 피우고 싶은데...찾을 길이 없네내일 아침 눈뜨면 창밖에흰눈이라도펑펑 와 주었으면 좋겠다 (‘쉼표, ’ http://cafe.daum.net/comma-photo 회원)
도둑이 되고자 한다는 따위 이런 결심은 책임감 없는 아이의 투정이거나 떼쓰기로 비쳐질 수도 있다. 알면서도 이런 빌어먹을 결심을 개인의 일기장 수준이 아닌 이른바 공약의 형식으로 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내가 사람으로 살자면 나 자신을 구속해야만 하니까. 당연히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나도 올해부터는 뭔가 소원 하나쯤은, 희망 하나쯤은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고서도 무려 열흘이나 지난 뒤에 내린 결정이니 나름 고민도 많았고 생각 또한 깊었다.새해의 희망이라든가 소원 같은 테마에 나는 사실 익숙하지 않았다. 익숙하지도 않은 테마에 관심을
자식“그때는 없이 산께 살기가 참 나쁜 시상이제. 그런디도 그렇게 넘의 자식도 애끼고 좋게 살았어.”물때 따라 하루 두 번 그 섬으로 가는 길이 열린다. 물이 나면 바다건너 1km 떨어진 해남 북일면 갈두마을로 노두를 타고 오갈 수 있는 섬 토도(완도군 군외면 황진리). 박정숙 아짐은 토도의 다른 아이들처럼 날마다 노두를 타고 나가 갈두에서 시오리길을 걸어 해남 북일로 국민학교를 다녔다.“물때가 안맞으문 어른들이 나룻배로 건네줘. 그때는 배가 짝은께 파도가 겁나 무섭게 치문 못와.”학교 갔다 온 시간이 물때와 꼭 맞지는 않았다.“갈
유독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이었다. 첫 눈을 애달파했던 사람들은 이제 그 눈을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그저 하늘만을 쳐다 볼 뿐."빵구가 난 것이야.""세상에 이런 조화가 어디 있댜?"그나마 날씨라도 포근한 게 다행이었다. 하긴 그마저 눈 세례에 동조했다면 사람들은 아마 전부 미쳐 버렸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사람들의 발길이 윤을 반짝반짝하게 내놓은 다음 얼어 붙어버린 길 위에 굴러 자빠져, 하늘을 쳐다보며 욕지거리를 내뱉던 30대의 회사원도 점심시간이 되면 남산의 공원 한 귀퉁이, 눈이 유난하게 쌓인 김구선생 동상 곁에
오래 되어 편안하다 함께 늙는 집꽉꽉 잠가두지 않았다. 고샅을 향해, 유재를 향해 열린 대문. 고샅에 드리워진 대문 그림자도 그 ‘열림’이 만든 ‘환한 틈새’를 거느린 무안 현경면 용정리 월두마을 양재휴(90) 할아버지댁.친구와 장은 오래 될수록 좋다 하였던가. 시방 이 집 장독대엔 오래 묵은 장이 익고, 오래 벗해 온 늙은 아내(곽양임)가 있다. 30년 된 감나무엔 해마다 식구들이 먹고 유재에 나누어 줄 만큼 큼직한 대봉감이 열린다.“서리를 맞히면 꼭 청(꿀)허고 똑같애.” 다디 단 감이 익어 가고, 빨랫줄엔 빨래가 고실고실 마르
흙바닥 위에 마치 내동댕이쳐진 듯이 아무렇게나 눕혀져 있었던, 거의 시체나 다를 바 없었던, 어쩌면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낯선 고양이는 결국 살아나 주었다. 그 시간이 아마 길면 세 시간이요 짧으면 두 시간여 쯤이었을 것이다. 앞발이 꿈틀거리고, 눈곱과 함께 꾹 감겨져 있던 눈꺼풀이 무엇을 탐색이라도 하듯이 조금씩 조용히 열리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아 다행이다, 하고 호들갑을 떨기보다는 조용히 쾌재를 불렀다. 우리가 이겼다. 우리의 생각이 옳았다. 아니다 참, 그 생각은 엄격히 말하자면 우리의 생각은 아니었다. 우리보다 윗세
하루벌이 3000∼4000원. 젊은 사람들도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쉴 새 없이 주워야 하루 1만원을 간신히 채울 수 있다. 노인은 한 푼이 아쉬우니 몸이 아파 일을 못 나갈 때가 가장 속상하다. 여러 가지 불합리한 조건에 치여 정부의 노인복지 혜택은 엄두도 못 낸다. 오늘 하루도, 구부정한 키에 몸집이 마른 노인은 자신의 키보다 한참 높이 쌓아올린 폐휴지 수레를 끌고 뒤뚱뒤뚱 도로를 걷는다. 추운 겨울, 이불 속 온기를 떨치고 일어나기 쉽지 않은 새벽이다. 그들의 하루는 그렇게 시작된다. 이른 새벽, 노인은 손수레를 끌고
“나는 찍지 말랑께, 요 이삔 고구마나 찍으란께.”흙밭에 나앉은 아짐 할매들의 말씀은 한 가지다.‘요 이삔 고구마’라고, 울퉁불퉁 흙 묻은 고구마를 치하하는 그 맘으로 일의 무게를 견딘다.“굵기도 굵고. 색깔도 뽈그름허니 사랑시롭고.”캐다 보면 재미가 옹골차다.“쭐거리(줄기) 한나에 많썩 딸려나온께 오져. 줄래줄래 나오는 것을 파낼라문 조깨 힘들어도 재미지제. 졸랑졸랑 성제간 같고 식구맹이여. 언제는 하다 많이 달려서 줄기를 들고 시어 본께 열 일곱 개가 달렸어.”평생 자식들을, 식구들을 먹이고 키우고 건사해온 어매들은 줄래줄래 딸
겨울이 되기 전에우리교회 옆 골목 샛노란 은행잎 다 떨어지기 전에그 사람 꼭 만나야겠다언젠가 지하철에서 만났던 맹인녹음기를 목에 걸고 그 반주에 맞춰 기어들어가듯 작은 목소리로찬송가를 부르며 지나갈 때차내가 복잡하다는 핑계로혹은 천 원짜리가 없어서그냥 지나쳐버린 그 친구그 천사를 만나야 한다 겨울이 되기 전에창밖에 추적거리며 내리는 비흰 눈으로 바뀌어 흩날리기 전에그 사람 꼭 만나야겠다아파트 입구나 골목 어귀 푸성귀 몇 잎에 종일 깐 도라지나 고구마줄기 몇 점허리가 굽어 바닥에 붙은 할머니먼지가 많아 불결할거야그래도 마트보다 비쌀
따뜻함이 그리운 계절이다. 날씨가 쌀쌀해지니 장작불 지핀 한옥의 구들방에서 며칠 묵어보고 싶다. 며칠 묵고 싶다고 했지만 사실 빡빡한 일상에서 시간을 떼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걸 잘 안다. 어쨌거나 지금부터 내가 하는 얘기에 주목해주시기 바란다. 그렇다고 뭐 거창한 게 아니다. 구들방과 창호지, 마루와 마당이 있는 한옥에 얽힌 얘기다. 더 넓게는 잊혀져가는 우리 문화에 대한 얘기라고 보면 된다. 문명이 모든 걸 바꿔놓고 있는 오늘날 한옥은 그 존재 가치가 점점 엷어져가고 있다. 아파트 문화가 대세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리
다정하게 엄하게-마루가 들려주는 말씀다산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중 한
포강포강 차곡차곡-지혜로운 수납이렇게 수더분하고 헐거운 수납이라니. 또한 이렇게 알뜰하고 치밀한 수납이라니. 공중에 그저 무심하게 혹은 대범하게 걸쳐둔 듯한 나무막대기 한두개가 이루는 수납공간. 가로지른 나무는 서까래의 선과 얽히고 설켜 조화를 이루며 마루 위에 또하나의 미학을 이뤄내기도 한다.안채 마루 위의 시렁은 소반이며 채반, 석작, 바구니 같은 안살림에 필요한 살림살이들을 간수하는 용도로 요긴했다.꼰지발을 딛고 손을 한껏 뻗치든 의자를 놓고 올라가든 아무튼 눈에 잘 띄고 손길 닿는 자리. 저만치 창고나 헛간채로 유배되지 않고
앙거봐! 잡사봐!-만남의 자리‘따뜻한 기다림’을 품고 있는 듯하다. 내어밀면 ‘당신은 귀한 손님’이라는 무언의 환대.손님을 맞는 응접실로서의 마루의 위상을 가만히 일러주는 방석 하나. 그 마루 위에 물외 한 개라도 뚜걱뚜걱 썰어 설탕 쳐서 소반에 올려 함께 나누면 별미가 된다.“사탕가리 쳐서 목모를 때 묵으문 씨언허니 좋드랑께. 아, 잡사. 새포롬헌 놈만 추래갖고 잡사. 그 놈이 연해.”당신은 ‘새포롬안헌 놈’ 만 골라서 잡순 금산떡(곡성 죽곡면 당동리)은 ‘잡사’를 연발했다.들명날명 사람들 걸터앉았다가 가는 마루. 앉은 자리에 세
SPC그룹(회장 허영인)의 계열사 ㈜파리크라상의 대표 브랜드파리바게뜨는한가위를 맞아 클래식한 전통추석선물을 더 고급스럽고 품격있게 구성해 추석선물의 가치를 더하고, 정통선물을 모던하고 세련되게 재해석한 추석선물세트를 함께선보인다. 한국민속촌과 콜라보레이션으로 스토리를 담은 추석선물 파리바게뜨는 한국민속촌과 콜라보레이션을 통해▲고운 찹쌀떡세트와 ▲고운 찹쌀떡&약과세트 2종을 선보인다. 제품 패키지에는 우리 선조들이 귀한 손님에게 특별한 간식으로 대접했던 조선시대 찹쌀떡에 대한스토리텔링를 담아, 먹는 재미뿐만 아니라 보는 재미까지 더했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김제남 의원(정의당)은 현 정부의 동반성장 의지 약화, 위원장의 중량감 추락, 재정 위기 등으로 존폐의 위기에 처한 동반성장위원회(이하 위원회)가 급기야 수천만 원 어치의 공연티켓을 정재계에 뿌리고, 사무총장이 규정을 무시하고 돈벌이에 나선 사실 등을 공개하면서 동반위가 사실상 관피아의 놀이터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위원회는 중소기업적합업종 합의 도출 및 공표, 대기업 동반성장지수 산정 및 공표 등을 주 업무로 해 독립이 보장된 민간위원회로서 대중소기업상생협력재단(이하 재단)에 설치되고 위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한
물색 좋다!흐린 하늘에 잠깐 해가 내비친 순간, 좀전까지도 물색 없던 앞 바다의 본색이 드러난다. 치맛자락이라도 적시면 푸른 물 들것 같은 푸르름이다.면적 2.2㎢, 해안선 길이 7.9km의 영산도는 국립공원 8번째 명품 섬마을. 대흑산도․소흑산도․대둔도․다물도․대장도 등으로 이뤄진 흑산군도에서, 영산도는 흑산도 본섬 동쪽 해안으로부터 4km 가량 떨어진 해상에 있다. “우리는 바구리 속에서 한테 옴시랑옴시랑 사는 것 같애. 근께 서로 틀어지문 불편해서 못살아.”
지난 4월 16일, 두 남성이 부산시청 앞 교통안내전광판에 올라갔다. 4개월을 훌쩍 넘긴 현재 그들은 아직도 전광판 위에 있다.전광판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두 남성은 부산일반노조 생탁 현장위원회 송복남 총무부장과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부산지회 소속 심정보 씨이다. 이들이 뭉친 이유는 소수노조의 교섭권 때문이다.생탁 사측은 45명의 직원이 노조(민주노조)를 만들어 파업에 돌입하자 새로운 노조(기업노조) 설립에 개입해 최대 노조를 만들었다. 택시사업자는 기존의 노조가 사측에 편향돼있고, 심정보 씨가 속해있는 소수노조는 교섭권을
박과의 여러해살이풀인 하늘타리(Trichosanthes kirilowii)는 들이나 숲 가장자리에서 자란다.뿌리는 고구마처럼 굵고, 줄기는 다른 나무나, 바위, 담장 등의 물체를 자라는 덩굴성식물이다. 어긋나는 잎은 단풍잎처럼 5∼7개로 갈라진다. 꽃은 7∼8월에 피며, 수꽃은 수상꽃차례로 달리고 암꽃은 1개씩 달린다. 꽃받침과 화관은 각각 5개로 갈라지고 화관갈래조각은 실처럼 다시 갈라라져 마치 머리를 풀어헤친 여인의 머리를 연상시킨다. 열매는 둥글고 지름 7cm 정도이며 오렌지색으로 익고 씨는 다갈색을 띤다.하늘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