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지르고 반항했나" 등 아버지측 변호인 신문으로 큰 고통

 

아버지에게 성폭행당한 10대 소녀가 "변호인 신문 과정에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아버지측 변호인을 상대로 손배배상 청구소송을 냈으나 법원이 이를 기각하자 여성계가 반발하고 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34단독 윤태호 판사는 29일 아버지에게 상습 성폭행을 당한 A(16)양이 정모 변호사를 상대로 "정신적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낸 2천만원의 손배 청구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윤 판사는 "변호사가 원고에게 첫 성관계 시기 등을 신문한 것은 검찰 조서에도 나와 있는 것으로 사건과 무관한 질문이라는 원고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윤 판사는 "원고 입장에서 신문 내용이 불쾌할 수는 있겠지만 의뢰인을 변호하는 변호사로서 입장이 있는 만큼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을 정도로 불법행위를 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양의 소송대리인인 강지원 변호사는 "우리 사법부가 여전히 제식구 감싸기를 하고 있다"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강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나이 어린 소녀가 변호사의 가혹한 신문으로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를 전혀 감안하지 않은 후진적 판결"이라며 "성폭행 피해자의 상처를 고려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성의 전화 이명숙 변호사도 "성폭력 피해자는 재판 과정에서 생각하기도 싫은 기억을 떠올리며 또 한번 상처를 받는다. 피해자가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는 점을 고려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아홉살 때 처음 아버지에게 강제추행 당한 A양은 열 한 살 때부터 4년간 성폭행에 시달리다 작년 11월 아버지에 대한 재판에서 "소리 지르고 반항했나", "윤락업소에 다니는 친구는 없나" 등과 같은 아버지측 변호인의 반대신문으로 또 다시 고통을 받았다고 한다.

정신적 충격을 받은 A양은 강 변호사에게 "법정에서 죄인 취급을 받으며 신문당한 뒤 초초함과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는 편지를 보내고 도움을 요청해 지난 1월 소송을 낼 수 있었다. A양의 아버지는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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