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안민석 의원 "삼성과 이건희를 위한 변명" 칼럼

 
 민주노동당 노희찬의원이 `떡값 검사` 폭로해 삼성의 인맥 관리가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열린우리당 안민석 의원이 30일 정치권의 `삼성맨`을 언급해 눈길을 끌고 있다.
  
  안민석 의원은 지난 30일 당 홈페이지에 올린 `삼성과 이건희를 위한 변명`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내 주변에 여야를 막론하고 삼성의 관리 대상이 된 정치인들도 있고, 반면 삼성의 관심 대상이 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정치인들도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그분들은 자신들이 삼성으로부터 받는 수혜는 천문학적인 삼성의 수익에 비하면 `새 발의 피`도 안된다"며 삼성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은 것을 변명하고 있다면서 "기업으로부터 투명한 방식으로 정치활동을 후원받는 것은 시대분위기와도 일맥상통한다"고 강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민석 의원은 삼성의 교묘한 인맥 관리를 통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삼성이 잘살아야 나라가 산다`라는 허위의식과 함께 `삼성맨`이 되어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안민석 의원은 특히 삼성의 정치인 관리 방식의 사례로 7∼8년 전 삼성이 자동차를 최초로 출시할 무렵 삼성자동차 생산 공장을 견학했던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일행 중 절반은 이른바 저명인사들이었고, 삼성에 의해 간택됐다는 자부심이 사뭇 얼굴에서 느껴졌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며 "삼성이 제공한 최고급 리무진 버스, 부산에 위치한 최고급 호텔 등 2박 3일 동안 일정을 같이하며 어느새 삼성은 내 머릿속에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으로 자리 잡게 되더라"고 말했다.

다음은 칼럼 전문이다.

삼성과 이건희를 위한 변명  
 
7-8년 전 삼성이 자동차를 최초로 출시할 무렵 삼성자동차 생산공장을 견학할 기회가 있었다. 일행 중 절반은 이른바 저명인사들이었고, 삼성에 의해 간택되었다는 자부심이 사뭇 얼굴에서 느껴졌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삼성이 제공한 최고급 리무진 버스, 부산에 위치한 최고급 호텔 등 2박 3일 동안 일정을 같이하며 어느새 삼성은 내 머리 속에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삼성이 잘되어야 우리나라가 잘 살 수 있다는 허위의식이 자리 잡게 된 것도 자동차공장 견학을 통해서이다.

내 주위 정치인들 중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삼성의 관리 대상이 된 정치인들도 있고, 반면 삼성의 관심 대상이 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정치인들도 있다. 그분들은 자신들이 삼성으로부터 받는 수혜는 천문학적인 삼성의 수익에 비하면 `새 발의 피`도 안된다고 변명한다. 그리고 기업으로부터 투명한 방식으로 정치활동을 후원받는 것은 시대분위기와도 일맥상통한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그분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삼성이 최고` `삼성이 잘 살아야 나라가 산다`라는 허위의식과 함께 삼성맨이 되고 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심리학에 ‘인지부조화이론’이란 게 있다. 이 이론을 주장하는 페스팅거라는 미국의 심리학자는 한 실험을 통해 자신의 행동에 따른 대가가 적을수록 사람들은 더 열심히 자신의 행동을 옹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실험은 사소한 거짓말을 하는 대가로 어떤 사람에게는 1달러를, 또 어떤 사람에게는 20달러를 주는 것이었다. 결과는 1달러에 거짓말을 한 사람이 20달러를 받고 거짓말을 한 사람보다 거짓말을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경향이 훨씬 강하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인지부조화이론에 따르자면 단돈 1달러에 거짓말을 하는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시키기 힘들기 때문이다. 자신이 이미 내뱉은 거짓말은 되돌릴 수 없는데 자신이 단돈 1달러 때문에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하느니 자신의 행동에 맞게 믿음을 바꾸면 되는 것이다. 반면에 20달러를 받은 피실험자들은 인지부조화를 더 적게 경험한다. 자신이 사소한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20달러라는 꽤 괜찮은 보수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니까 말이다.

만약에 말이다, 만약에 삼성에서 ‘떡값’을 때마다 받으신 판검사 나리들이 ‘그건 그저 인사치레였을 뿐 나의 직무와는 상관없다’라고 말씀하신다면 그건 정말 그 떡값이 꽤 괜찮은 액수였기 때문일 것이다. 인지부조화이론에 따르자면 그렇다는 말이다.

떡값이 말 그대로 떡값 수준이었다면 오히려 판검사들의 신념체계가 흔들렸을 것인데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왜냐하면 그까짓 몇 푼 때문에 누군가의 뒷배를 봐주는 파렴치한이 될 수는 없으니까, 아예 ‘삼성에 이로운 것이 나라발전에도 이롭다’는 식으로 신념체계를 바꾸었으면 큰 일 아닌가. 하지만 그 떡값이 누구나 다 알다시피 몇 천 만원쯤 되는 꽤 괜찮은 액수였고, 따라서 그들의 양심은 나름대로 자유로웠을 것이니 참으로 다행이다.

같은 원리로 삼성언론재단을 통해 일 년에 몇 천 만원씩 지원을 받아 외국연수를 갔다 온 기자들도 ‘삼성 봐주기’ 기사를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믿어야겠다. 몇 만원도 아니고 한 달에 몇 백 만원씩 학자금에 생활비까지 엄청난 돈을 받았지만 배울 만큼 배운 사람들이 그깟 돈 때문에 ‘언론의 자유’를 팔았겠는가.

하지만 내가 삼성공장을 견학하고 2박3일간의 접대를 받험은 실험결과와 좀 다르다. 크던 작던 뭔가 받으면, 그만큼 사람은 변하게 마련이다. 두 눈을 부릅뜨고 재벌의 폐해를 명심하려해도 ‘삼성의 위력’을 확인하는 순간 인지부조화를 해결하려는 ‘합리화’ 기제가 작동하더란 말이다. 지금 나의 솔직한 심정은 아직까지 초짜 정치인인 내가 ‘삼성의 관리대상’으로 간택되지 않았음을 감사할 따름이다. 나의 양심에 비춰 한점 부끄럼 없이 이런 글을 쓸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이건희 회장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삼성 본관 앞에 시대의 양심인 ‘촛불시위’가 등장하고 일인시위가 줄 잇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아마도 그는 지난 시대 ‘생존’을 위해 구차한 뒷거래를 할 수밖에 없었기에 ‘삼성’도 또 다른 피해자라고 합리화하는 듯하다.

그렇다면 X파일에 등장하는 당신의 검은 뒷거래가 파렴치한 장사치 근성 때문이 아니라 세계 초일류기업 삼성의 미래를 보장받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치자. 정말 그렇다면 이제는 ‘이건희’라는 존재로 대표되는 구시대 잔재가 ‘삼성의 미래’를 질곡하고 있는 현실은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당신이 공들여 키운 ‘삼성’이 바로 당신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당신은 항상 ‘10년 후’를 내다보며 기업을 경영하지 않았던가. 이제는 X파일에 거론되는 ‘이건희식 잔재’가 이제 더 이상 ‘삼성의 미래’를 발목잡지 않도록 결단해야 한다. 다른 사람도 아닌 국민들이 ‘삼성의 10년 후’ 깨끗하고 활기찬 미래를 위해 당신의 책임지는 모습을 요구하고 있다. 당신이 책임을 져야 당신 스스로도, 그 때 삼성의 돈을 받은 판검사도, 정치인들도 그 구차한 뒷거래가 다 정말 ‘나라를 위한 충정, 삼성을 위한 애정’이었음을 증명하는 것 아니겠는가.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