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폭력시위’에 족쇄를 채우고 싶은 욕망이 사라져야

 

지난달 농민대회 과정에서 두 명의 농민이 경찰의 무차별 폭력진압으로 사망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벌어진 뒤 40여일 만에 국가인권위원회의 발표,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 등이 이어지고 있다.

공권력에 의한 ‘타살’이 3번의 민간정부가 들어서고 최루탄과 백골단이 상징적으로 사라지면서 지금으로부터 먼 군부독재시절의 기억으로 잊어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금번 ‘여의도 사태’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이 나서서 사과까지 하는 마당에 경찰청장도 물러나는 것은 기정사실인 듯하다. 하지만 문제는 누가 책임지는 문제가 아니라 언제든지 공권력 일방의 물리적 폭력으로 인권이 침해되고, 생명까지 잃을 수 있다는 믿기지 않는 사실에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번 집회 시위과정의 농민사망 사건의 핵심은 경찰이 적법한 공권력을 행사했는지의 여부이다.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시위과정의 폭력성에 경찰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이에 대한 원칙은 분명하다.

첫째, 공권력과 시위참여자를 1대1로 등가 시켜서는 안 된다. 경찰 스스로 밝힌 것처럼 법집행에 있어서 최소한의 물리력을 동원하고 국민의 안전을 보장해야할 책임이 있는 경찰이 집회 시위대가 물리적인 폭력을 행사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들을 향한 공격적인 폭력행위를 자행한 것은 그 자체가 적법한 공권력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위법한 공권력의 남용이다.

70노인이 등을 돌린 틈을 타 날선 방패로 목을 가격하고, 집회참여자들을 200m이상 쫒아가 무차별적으로 구타하는 등의 행위와 이를 방조하는 지휘관은 시위참여자들을 불순한 적으로 이미 간주한 것이나 다름없다. 

둘째, 사회적 현안에 대한 제고 없이 시위자체의 물리적 양상에 따라 정당성 문제를 판단하는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다. 국가가 책임지지 못하고 있는 양극화된 사회상황, 민중의 생존권의 측면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시위과정의 문제로만 참여자의 의사를 판단하는 것은 제고되어야 한다.

집회시위현장 인권보호 매뉴얼 자료(경찰청)에서도 ▲ 최소한의 물리력 사용 ▲ 감정적인 물리력 사용 자제 ▲ 물리력 사용의 자제등을 포한하고 있다. 즉 공권력은 최소한의 물리력으로 최소한의 수준에서 발동될 때만이 그 정당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지역과 전국에서 벌어지는 집회 과정에서 과연 이러한 기본원칙들이 지켜지고 있는지 경찰 스스로 자문해봐야 할 것이다.

10월4일 경찰은 ‘인권경찰비젼선포식’과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을 통해서 해서 ‘인권’을 최우선의 가치로 하는 경찰로 거듭날 것임을 천명한 바 있다.  이를 통해 경찰은 “불법적인 시위라 할지라도 인권보호를 최우선으로 필요한 물리력만을 사용해야 하며, 구타나 가혹행위를 벌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권력 행사의 한계점을 인권침해의 소지의 없는 선으로 한정한 것이다.

경찰이 마련한 기준만 놓고 보더라도 집회? 시위현장에서 경찰 스스로 밝힌 기준들이 제대로 집행되었는지 상식적인 선에서 파악할 수 있다.  

올 1월부터 경찰은 남영동 대공 분실을 ‘인권보호센타’로 탈바꿈하고, 외부에 자문조직으로 ‘인권수호위원회’등을 구성하는 등 상징적인 조치를 통해 ‘인권경찰’의 이미지를 재고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일각에서는 검? 경 수사권 독립 문제를 겨냥한 사전포석이라는 지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유야 어쨌든 결국 ‘인권경찰’를 표방해온 경찰공권력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권리를 집회, 시위라는 공개된 장소에서 두 명의 민간인을 사망에 이르게 한 최소한의 인권도 지켜내지 못한 초라한 꼬리표를 달게 되었다.

여기에 미성년 피의자에 대한 긴급체포 후 밤샘조사를 벌인 후 이에 대한 압박감으로 그 피의자가 자살까지 하는등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수사관행도 도마 위에 올라있다.

경찰 지휘부가 대외적으로 시끌벅적했던 것과 대조적으로 자기식구 인권교육이나 국민과 접촉하는 공간에서 인권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낙제점’이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실질적인 조치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려스러운 것이 있다. 경찰이 농민대회 직후 “폭력행사를 한 농민들에게 손해배상등을 청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일부 언론이 “농민들의 폭력에 대한 정당한 공권력 행사”등을 내세우며 여론몰이를 해가며 본질을 호도했던 부분이다.

오늘 대통령의 비공식 발언에도 시위의 폭력성을 거론한 것이나, 강기갑 의원의 발언이 와전돼 여론몰이에 이용되고 있는 현실은 주목할 만하다.

 경찰책임을 말하고 있지만 속마음은 ‘폭력시위’에도 족쇄를 채우고 싶은 욕망이 담겨 있는 발언과 내용들이 이곳저곳에서 고개를 들이밀 것으로 보인다.

집회 시위과정에서 공권력으로 인한  인권침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지배의 욕망이 사리질 때 가능하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전북평화와인권연대=김종섭 활동가> 이 글은 전북 지역 인터넷 대안언론 `참소리`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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