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신입생 배정 거부 들어간 사학재단 파동


사학법 논란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사학 재단이 신입생 배정 거부의사를 밝혔을 때까지만 해도 설마 하는 마음이었던 교육부가 뒤통수를 맞은 것이다. 지난 5일 제주 지역 5개 의 사학 재단이 집단적으로 신입생 배정을 거부했다. 부랴부랴 대응에 나선 교육부는 타협과 법적 대응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교육부의 입장에서는 배정 거부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인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대결에서 사학재단과 교육부간의 대결로 바뀐 양상이다. 당 차원에서의 대결은 정치싸움이라 치더라도 후자간의 대결은 현실의 다툼이기 때문에 그 심각성의 정도가 더욱 크다고 할 것이다. 지금 상황만 보더라도 애가 타는 사람은 애꿎은 학부모와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예비 모집까지 거부할 수는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배정을 거부하진 않을 것이란 애초의 관측도 틀린 마당이다. 현재로선 모든 게 불투명해 보인다.

사학법 개정 반대는 처음부터 국민적 지지가 없는 소모전에 불과한 싸움이었다. 이는 각종 설문조사가 증명해주고 있다. 사학법 개정 반대 행동의 중심에 서 온 한나라당의 내부 분열도 그 믿음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한나라당 내 소장파 의원들의 반발이 외부에까지 표출되고 있는 점이 그 반증이다. 원희룡 최고위원의 박근혜 대표에 대한 공격과 원 최고위원을 두둔하는 손학규 경기지사의 발언이 눈에 띈다. 이제는 당 내부로부터도 그 정당성을 잃고 있는 장외투쟁인 셈이다.

사학 재단들도 할 말은 많다. 비리를 저지르는 재단은 극히 일부인데 왜 모두에게 시비를 거느냐는 식이다. 그러나 그런 투쟁을 하는 와중에도 사학 재단의 비리는 계속 적발되고 있다. 사학 중·고교와 대학을 나왔던 사람 치고 그 재단의 비리에 대해 성토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교육부에 의해 그 독립성이 제한되는 중·고교의 경우에도 종교문제, 금전상의 비리 등이 문제되고 있다. 비교적 사학의 독립이 존중되고 있는 사립 대학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는 지경이다. `2005년 하반기 감사결과’발표된 아시아대와 대불대의 비리 적발사건이 그 단적인 예이다. 

사유재산권에 대한 부당한 침해라고도 주장한다. 하지만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사유재산권은 정도에 따른 제한이 주어진다. 사유재산권은 신성 불가침의 권리가 아니다. 국가적 차원에서 봤을 때 사학 재단의 재산권보다는 학생들의 학습권이 비교우위에 있다. 그리고 현 개정 사학법의 제한 정도는 개방형 이사를 이사 정족수의 3분의 1을 확보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수치로는 재단의 견제 세력은 될 수 있을지언정 집권 세력은 될 수 없다. 자신들이 비리가 없다면 견제세력의 등장을 왜 꺼리는 것인가? 적어도 재산권의 근본적인 침해라고 한다면 의사정족수를 위협하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

각 사학에는 설립 정신이 있고 정관이 있다. 여기에는 대부분 참 교육을 실현하고 국가인재 양성에 이바지하겠다는 식의 문구가 포함되는 게 일반이다. 그런데 정부의 입법에 반발하여 학생들을 볼모로 싸움을 이어가는 모습은 그 정신과는 동떨어져 보인다. 이들은 기본적인 학습권마저 무시하며 교육 재단이 아니라 주식회사처럼 대응하고 있다. 애초부터 `교육자 정신`은 없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정말로 교육을 위해 `이바지`하려고 학교를 `설립`한 것이라면 지금의 신입생 배정 거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학 재단은 불만이 있다면 법적으로 대응해야지 신입생을 볼모로 싸우는 추태는 보이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오형석 기자 lorrely8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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