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서울> 어린이마당 정다은 기자 전교 회장 선거에 도전하다

지난 7일 학급임원선출에서 회장이 된 나는 꼭 해보고 싶었던 전교 회장 선거까지 출마했다.

학급 회장에 뽑힌 날 바로 점심을 먹고 등록을 해야 된다고 해서 난 라이벌이자 같은 반 남자 회장 송하용과 같이 갔다. 참고로 우리 학교는 한 반에 남자 회장, 여자 회장, 남자 부회장, 여자 부회장 이렇게 네명의 임원을 뽑고 있다.

오후 2시30분에 번호를 뽑는다고 했다. 다시 교실로 갔다가 공부를 끝내고 제비뽑기로 번호를 뽑았는데 난 3번이었다. 기호 3번 정다은.

6학년 중 도전자는 남자 2명이었고, 여자는 나까지 합해서 5명이었다. 총 7명이다. 난 6명의 아이들과 기싸움도 하고, 고생도 해야한다.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니까 멋지게 이겨보겠다는 승리욕이 생겼다.



그리고 학교가 끝나자 난 학원에 갔다왔다. 그리고 나서는 벽보와 피켓에 붙일 사진을 찍으러 갔다.

그런데 거기에서 라이벌인 임지수를 만났다. 그런데 지수 엄마와 지수의 얼굴이 어두웠다. 이유는 사진이 너무 밀려서 찍어도 오늘 뽑지를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린 지수엄마의 차를 타고 같이 청량리까지 가서 사진관을 찾았다.
그런데 그곳에 또 찾아온 라이벌이 한 명 더 있었다. 바로 허석진이었다.

지수와 나는 허석진이 우스꽝스런 포즈로 사진 찍는 것을 보며 킥킥 웃어댔다. 그리고 사진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 위해 저녁을 먹었다.

저녁 메뉴는 칼국수 였다. 칼국수를 먹고 허석진, 임지수와 함께 가게에 가서 간식을 사먹고 사진을 받아 집에 와서 밤 12시까지 피켓과 벽보를 만들었다. 아빠, 엄마가 도와주셨다.

다음날부터 본격적인 선거 운동이 시작됐다. 다른 때보다 일찍 서둘러 학교에 가야 했다. 친한 몇몇의 친구도 나를 도와주기 위해 이른 시간부터 나와 있었다. 참 고마운 친구들이다.

나는 그 외에도 몇몇의 친구들을 더 모아 선거운동을 위해 교문으로 나갔다. 수업이 시작되는 9시 전까지 30여분간 등교하는 학생들 앞에서 "기호 3번 정다은 입니다!!"를 외쳐댔다. 목이 아팠다. 그리고 수업 중간의 쉬는 시간에도 4학년부터 6학년 교실의 복도를 피켓을 들고 돌아다니며 "기호 3번 정다은, 한 표 부탁드립니다!!"를 외쳐대야 했다. 4학년 교실부터 돌아다닌 것은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학년이 4학년부터이기 때문이다.


#피켓을 들고 있는 `예쁜^^` 아이가 바로 저 정다은이랍니다.

그 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 아침에 일찍 서둘러 학교에 갔고 여러 친구들과 "기호 3번 정다은입니다!!"를 외치기 위해 교문에 나왔다. 그런데 조그마한 문제가 생겼다. 다른 후보 운동을 도와주던 아이와 시비가 걸린 것이다. 결국 좋게 화해하고 끝이 났지만 기분이 좋지 않은 건 어쩔 수 없었다.

수업 시간엔 4학년부터 6학년 교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연설을 했다. 목이 아팠다. 힘이 들었다. 중간에 털썩 주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재미는 있었다.

드디어 마지막날. 10일 금요일이었다. 아빠가 도와주셔서 만든 연설문을 바탕으로 TV연설을 해야 한다. 카메라 앞에 섰을 때 약간 긴장이 됐지만 그럭저럭 괜찮게 연설을 한 것 같다. 난 백년전쟁 때 프랑스를 구해낸 잔다르크를 예로 들어 청량초등학교의 잔다르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연설문을 여기에 써본다.

『안녕하십니까! 전 기호 3번 정다은입니다!!
존경하는 선생님들, 친구들, 그리고 사랑하는 후배 동생 여러분! 이렇게 만나게 돼서 정말 반갑습니다. 저는 오늘 여러분에게 한 위대한 소녀를 얘기하려 합니다. 여러분도 책과 TV를 통해 알고 계실 겁니다. 바로 잔다르크입니다.
잔다르크는 15세기 영국이 일으킨 백년전쟁때 프랑스를 위기에서 구한 영웅적인 소녀입니다. 그때 나이가 16세에 불과했습니다.
잔다르크는 독실한 그리스도 가정의 농가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느 날 “프랑스를 구하라”는 신의 음성을 듣고 고향을 떠나 프랑스의 황태자를 도왔습니다.
신앙의 열정이 넘치고 오랜 관행에 상관없이 전투를 지휘한 잔다르크는 병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결국 잔다르크는 영국군의 포위 속에서 위기에 처해있던 프랑스군을 구해냈습니다.
영국군은 흰 갑주에 흰 옷을 입고 선두에 서서 지휘한 잔다르크의 모습만 봐도 도망가기 바빴습니다.
하지만 잔다르크는 콩피에뉴 전투에서 영국군에게 사로 잡혔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해 재판에서 마녀로 낙인 찍혀, 이단 선고를 받고 화형 당했습니다. 마녀로 낙인 찍힌 이유는 그녀가 교회 성직자의 중개를 거치지 않고 직접 신과 만났다고 주장한 일에 있었습니다. 법정은 그녀를 구원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순수한 신앙심은 이것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신과 만나지 않았다고 인정만 했으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그렇다고 그게 끝은 아니었습니다. 결국 후대 왕조는 잔다르크의 명예를 회복시켰습니다. 그리고 1920년 가톨릭 교회는 `이단`이자 `마녀`인 잔다르크를 성녀로 추서했습니다.
제가 잔다르크를 미리 설명한 것은 바로 세가지를 얘기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하나는 용맹성입니다. 그녀는 16세에 불과한 소녀였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남자 병사들을 이끌고 적을 무찔렀습니다.
두번째는 신념입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그녀는 절대 굴복하지 않았습니다. 설사 죽음이 자신을 위협하더라도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결국 진실은 승리한다는 것입니다.
마녀로 낙인찍힌 채 불에 타 죽어갔지만 그녀의 신념과 용기는 결국 전부 인정을 받았습니다. 프랑스 국민 누구도, 심지어는 적군인 영국 국민 누구도 잔다르크가 영웅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저 또한 잔다르크를 닮으려 합니다. 잔다르크의 용맹성과 신념을 닮으려 합니다. 그래서 모든 청량인들에게 용맹과 신념이 넘치도록 하겠습니다.
청량초등학교가 서울에서, 아니 한국에서, 아니 세계에서, 가장 패기 넘치고 훌륭한 학교로 거듭나는데 한가닥 희망이 되겠습니다.
가장 즐거운 학교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서 여러분 모두가 청량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와 고등학교,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이가 들어서도 지금 이 때를 회상하며 미소짓도록 하겠습니다. 청량초등학교에 다녔던 그 때 `참` 즐거웠노라고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의 선택이 청량초등학교와 여러분의 평생을 좌우합니다. 저 청량의 잔다르크에게 감히 한 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기호 3번 정다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좀 거창했나?? 어쨌든 연설이 끝나고 바로 투표에 들어갔다. 가슴이 뛰었다. 그리고 4교시에 방송을 통해 결과가 발표됐다. 회장 한 명에 남자 부회장-여자 부회장 각각 1명씩이 선출된다.

전교 회장엔 허석진이 당선됐다. 200표 정도를 받았다. 남자 부회장엔 송하용이 당선됐다. 표는 나보다 한 참 적게 받았지만 남자가 회장이 되는 바람에 나머지 한 명에 송하용이 당선된 것이었다. 여자 부회장은 나와 근소한 표 차이로 김한주가 뽑혔다. 난 3위였다. 안타까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친구들이 많이 위로해주고 격려해 주었다.

한편으로는 선거운동을 도와준 친구들에게 많이 미안했다. 그렇지만 친구들은 좋은 추억이 됐다고 즐거워 하며 나를 위로해주었다. 나는 고마운 마음에 아이스크림을 사줬다.

저녁은 가족과 함께 하기로 약속이 돼 있었다. 아빠가 쏘기로 했다. 내가 선거운동을 하면서 고생을 했다고 축하 겸 위로 겸 마련된 자리였다.

돼지갈비를 먹었다. 아주 맛이 있었다. 아빠와 엄마가 그러셨다.

"회장이 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과정이 중요한 거야. 아주 좋은 추억이 될 수 있을 거야."

안타까웠던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리고 그 후로도 친구들과의 우정은 변치 않고 있다.

여러분도 뭐든지 자신감 있게 도전해 보세요, 되든 안되든 중요한 게 아니고 나중에 좋은 추억이 되니까 꼭 도전하세요!! 파이팅!!
정다은 기자 <정다은님은 청량초등학교 6학년에 다니고 있습니다. 위클리서울 어린이마당 기자로 맹활약하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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