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제주 4.3 영령 공식 추모

노무현 대통령이 마침내 4.3영전에 헌화와 분향을 했다. 제주4.3이 일어난지 58년만에 국가의 최고 통치권자인 노무현 대통령이 정부를 대표해 4.3영령들을 공식적으로 추모했다.


#사진=제주의 소리

노무현 대통령은 3일 오전11시 4.3 58주기 위령제가 열리고 있는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에 도착, 위령제 행사장을 가득 메운 1만여명의 4,3유족과 도민들로부터 우뢰와 같은 박수 갈채를 받았다.

노 대통령은 봉행제가 시작된 직후 국가를 대표해 국가공권력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당한 1만3501기의 희생자 위패가 진설된 위령제단 앞 헌화대와 헌화를 하고 분향했다.

"58년전 억울함과 고통을 견디어 온 유가족으로 진심으로 위로"

노무현 대통령은 추도사를 통해 " 우리는 오늘, 58년 전 분단과 냉전이 불러온 불행한 역사 속에서 무고하게 희생당한 분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이 자리에 함께했다"라고 말을 꺼낸 후 "저는 먼저, 깊은 애도의 마음으로 4·3 영령들을 추모하며 삼가 명복을 빕니다"라며 오랜 세월 말로 다 할 수 없는 억울함을 가슴에 감추고 고통을 견디어 오신 유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라며 4.3영령들의 넋을 공식적으로 위로했다.

노 대통령은 " 2년 반 전, 저는 4·3사건 진상조사 결과를 보고 받고, 대통령으로서 국가를 대표하여 여러분께 사과드린 바 있다"고 말하고는 "그때 여러분이 보내주신 박수와 눈물을 저는 생생히 기억하고 있으며, 그리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늘 가슴에 새기고 있다"며 4.3유족과 제주도민들의 눈물을 다시 한 번 어루만졌다.

"아쉬운 부분, 국민 공감대 넓히면서 가능한 사업 점진적으로 풀어나가야"

노 대통령은 " 정부는 그동안 희생자 명예회복과 추모사업 등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지난달에도 2,800여명을 4·3사건 희생자로 추가 인정했고, 이곳 4.3평화공원 조성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면서 "유해와 유적지를 발굴하는 일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제 4.3사건위원회가 건의한 정부의 사과와 명예회복, 추모사업 등은 나름대로 많은 진전이 이뤄진 것 같다"고 말한 후 "아직도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을 것이지만 이에 대해서는 국민적 공감대를 넓혀가면서 가능한 부분부터 점진적으로 풀어가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점차적으로 4.3 명예회복 사업을 추진해 나갈 뜻을 밝혔다.

대통령은 "앞으로도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4·3사건을 제대로 알리고, 무고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국가권력에 의해 저질러진 잘못은 반드시 정리하고 넘어가야"

노 대통령은 이어 "자랑스런 역사든 부끄러운 역사든, 역사는 있는 그대로 밝히고 정리해야 하며. 특히 국가권력에 의해 저질러진 잘못은 반드시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며 과거사 정리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를 재천명했다.

노 대통령은 "국가권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합법적으로 행사되어야 하고, 일탈에 대한 책임은 특별히 무겁게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는 "또한 용서와 화해를 말하기 전에 억울하게 고통받은 분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명예를 회복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 이것은 국가가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로 그랬을 때 국가권력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확보되고 상생과 통합을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억울한 누명·맺힌 한 푸는 과거사 정리는 미래를 향해 내딛는 디딤돌"

노 대통령은 "아직도 과거사 정리 작업이 미래로 나아가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으나 그렇지 않다"면서 "과거사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갈등의 걸림돌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과거사 정리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는 누구를 벌하고, 무엇을 빼앗자는 것이 아니며 사실은 사실대로 분명하게 밝히고, 억울한 누명과 맺힌 한을 풀어주고,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다짐하자는 것"이라면서 "그래야 진정한 용서와 화해를 통해 통합의 길로 나아갈 수 있으며 지난날의 역사를 하나하나 매듭지어갈 때, 그 매듭은 미래를 향해 내딛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제주도는 대한민국의 보배로 우리 국민은 물론 세계인이 사랑하는 평화의 섬, 번영의 섬으로 힘차게 도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는 제주도가 반드시 해낼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한 노 대통령은 "도민 여러분은 폐허를 딛고 아름다운 섬을 재건해냈고, 어느 지역보다 높은 자치역량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주민 스스로 결의해서 항상 중앙정부가 기대하는 이상의 높은 성과를 이뤄 왔다"며 제주도민들의 노력을 높게 평가했다. 대통령은 "여러분이 앞장서 나아가는 만큼 정부도 열심히 성원하고 힘껏 밀어드리겠다"고 약속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함께 힘을 모아 풍요롭고 활력 넘치는 제주를 만들어 나가자"면서 "이 평화의 섬을 통해 한국과 동북아의 평화, 나아가 세계의 평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자"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끝으로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이 행사를 지켜보면서 엄청난 고통과 분노가 시간이 흐르면서 돌이켜 볼 수 있는 역사가 되고, 역사의 마당에서 진행되는 공연을 보면서 수십년이 흐르면 이게 제주도의 새로운 하나의 문화로써 자리 잡고, 그것이 우리 모든 국민들에게 분노와 불신과 증오가 아닌, 사랑과 믿음, 화해를 가리켜주는 그런 중요한 상징물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재홍 기자 chjhlee2000@hanmail.net <이재홍님은 제주 지역 인터넷 대안언론 `제주의 소리` 대표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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