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연재> 고홍석 교수의 산내마을 '쉼표찾기'

`Weekly서울`이 연재하고 있는 `쉼표 찾기`는 오랜 학교생활과 사회활동 후 안식년을 가졌던 전북대 농공학과 고홍석 교수가 전북 진안군 성수면 산내마을에 들어가 살면서 보고 느낀 점들을 일기 형식으로 적은 것이다. 고 교수는 2004년 3월 전북 전주시에서의 생활을 끝내고 이 한적한 산내마을로 부인과 함께 이사를 갔다. 고 교수의 블로그에도 게재된 이 글들은 각박한 삶을 살아내는 우리 현대인들에게 아주 좋은 `쉼표` 찾기가 될 것이다. 고 교수는 `Weekly서울`의 연재 요청에 처음엔 "이런 글을 무슨…"이라고 거절하다가 결국은 허락했다. `쉼표찾기`를 위해 산내마을에 들어간 고 교수는 지금도 시끄러운 정세와 지역현안들로 바쁜 사회참여활동을 하고 있다. <쉼표 찾기>를 통해 산내마을에서의 생활과 사회를 보는 시각을 적절히 섞어 독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Weekly서울`은 고 교수가 부인과 함께 산내마을로 이사를 가기 직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쓴 모든 글과 사진들을 거르지 않고 연재하고 있다. 때론 낙엽지는 시기에 새싹 피어나는 이야기를, 눈 내리는 한 겨울에 여름 무더위 이야기를 접하는 일도 있겠으나 그 또한 색다른 재미가 될 듯 싶어 빼놓지 않고 게재한다. 많은 성원 부탁드린다. <편집자주>
 
시골생활 시작하여 처음으로 아이들을 보았다(5/5) 

오후에는 적어도 1시간 이상 강 따라 산책을 다니기로 하였다. 강을 따라 걸으면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디카를 허리춤에 차고 다니면서 들꽃을 발견하는 즉시 이미지로 담아내고, 나르는 새는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지기 때문에 화면 포착에 다소 어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용기 내서 담아 본다. 저녁 안개 낀 마을도, 빈 모정에서 고즈넉한 풍광을 찾고, 낚시꾼(사람을 직접 찍는 것은 부담되어) 차량, 폐교된 좌포초등학교도….

시골로 이사와서 처음으로 아이들을 보았다. 이미 폐교되어 버린 좌포초등학교 옆 길에서 아이들 2명이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것이다. 이 초등학교를 볼 때마다 아이들은 모두 도시로 떠나버리고 돌담 넘어 철쭉만이 붉게 피어 학교에 남아 있다는 생각으로 가슴이 아팠는데 말이다. 어린이날이라 학교가지 않아도 되는 아이들이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놀러 온 것인지, 아니면 면소재지까지 등하교 버스를 타고 다니는 좌포리에 사는 아이들인지 확인할 길은 없다. 그러나 시골 와서 처음으로 아이들을 보았다는 것만으로 기분이 상쾌해진다.

인간사회가 계급사회로 되면서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민은 노예제 사회에서는 짐승과 똑같은 노예로, 봉건제 사회에서는 피땀 흘려 지은 농산물을 봉건지배 계급에게 갖다 바치고 이리저리 끌려 다니며 부역을 해야 하는 반노예적인 대우를 받았다. 자본주의 사회가 되면서 신분해방은 되었다고 하지만 농업이 권력과 자본의 지배 아래 놓이게 되어서 농민은 항상 불안정한 계층으로 남아 있다. 특히 제국주의 나라들의 지배를 받는 식민지, 신식민지 나라들에 있어서 농업과 농민은 안팎의 지배와 수탈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공업사회로의 전환과 더불어 농촌인구의 도시 전입은 농촌을 완전히 피폐화시켜 버리고 말았다. 곳곳에 빈집이 늘어나고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사라져버린 지도 오래다.

WTO 보다 더욱 세련되게 농업을 말살하려는 FTA가 속속 체결되면 이제 회생불능의 상태가 될 이 땅의 농촌을 어떻게 살려야 할 것인가. 이제 남은 시간을 고민하고 실천해야할 나에게 주어진 과제인 것 같다. 


안개낀 좌포리 마을. 굴뚝에서 연기가 보인다. 우리 마을보다는 한 등급 위다. `리` 소재지이니까.


빨간 지붕의 모정. 고즈넉한 풍광을 자연스레 연출하고 있다.


폐교된 좌포초등학교 빈 교실을 담 넘어 붉게 핀 철쭉이 지키고 있다.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오늘이 어린이날인데….


담쟁이 넝쿨도 담을 기어올라 물끄러미 그네가 있는 놀이터를 넘어다 보고 있다. 이곳에서 얼굴 마주보며 나란히 그네 타던 그 시절 순이와 철수는 지금 어느 도시에서 누구와 함께 살고 있을까.


아이들을 보았다. 두 명이 자전거를 타고 농로를 달리고 있다. 시골로 이사와서 아이들을 본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도대체 아이들은 다들 어디로 떠나갔는가. 왜 그들은 떠나야 하는가.


요상하게 생긴 나무로 새가 날아들고 있다. 시력이 좋으신 분들은 오른쪽의 점이 새인 것을 금방 확인하리라.


새가 사뿐히 나무 가지에 앉았다. 디카를 들고 설쳐대는 사람의 체면을 챙겨준 셈이다.


나무에 앉은 새를 찍고 나자 용기가 나고, 그러니 욕심을 내어 하늘을 나는 새를 찍어댔다. 디카라 현상 인화 비용이 들지 않는다고 계속 셔터를 눌러댔지만 집에 와서 확인하여 보니 해질녘 하늘에 나르는 새 3마리가 포착된 것이 그래도 쓸만하다. 리영희 선생님이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라고 하신 말씀이 문득 생각난다.


흔하디 흔한 토끼풀도 사진으로 찍으니 멋있다. 흔하다고 해서 멋지지 않다는 생각을 버려야…. 흔하디 흔한 것이 대중이며, 영웅보다는 그 대중이 역사의 주체인 것을….


강뚝에서 발견한 할미꽃. AUTO로 놓고 찍었더니 플래시가 터져서 할미꽃이 분 바르는 것처럼 `뽀샤시` 해졌다. `뽀샤시`라는 신세대 용어를 제대로 사용한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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