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차에 다리 치인 채 비오는 거리서 방황하던 개 구출작전

비가 내렸다. 지난 4일 아침 9시경 동대문구 용두동 제기역 6번 출구 앞. 경찰 두 명과 중년의 남자가 개 한 마리와 씨름을 벌이고 있다. 개는 길이가 족히 1m는 넘어 보이는 크기의 성견이다. 목에 줄이 걸린 개는 잔뜩 겁에 질린 채 자신을 끌고 가려는 경찰들에게 으르렁 거리며 반항했다. 경찰들이 개에게 접근하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흐른뒤 개는 자신의 목에 감겨 있던 줄을 이빨로 끊어 버렸다.



#기자를 노려보는 개. 마치 굶주린 한마리 야수같다.

어…하는 사이 개는 쏜살같이 바로 옆에 있던 건물 안으로 도망쳤다. 그 자리에 같이 있던 김성철(가명)씨에 따르면 이 개를 거리에서 목격한 건 약 1시간여전. 길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차로에서 클락션 소리가 요란스럽게 울린 것이었다. 개가 차들이 질주하는 대로를 무단횡단(?)하고 있었고 이에 놀란 운전자들이 급하게 브레이크를 잡으며 클락션을 울려 댄 것이었다. 하마터면 차량들끼리 사고가 날 위급했던 상황. 그리고 끝내 개는 채 길을 건너기전 한 차량에 뒷다리를 치였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도 개는 다리를 절룩이며 인도로 뛰어올라갔다. 그리고 일대를 배회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개를 그냥 두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차도로 뛰어들어 대형 사고가 나거나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마침 로프가 보였다. 김씨는 로프로 올가미를 만들어 개를 쫓았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흐른뒤 간신히 개의 목에 올가미를 걸 수 있었다. 하지만 막상 붙잡고 보니 이후 어떻게 처리해야할지가 난감했다. 김씨는 일단 112로 신고를 했다. 얼마지나지 않아 인근에 있는 파출소에서 두 명의 경찰이 나왔다.

하지만 경찰들로서도 난감하긴 마찬가지. 거기다 묶고 있던 로프까지 끊어버리자 상황은 더욱 다급해졌다.


#구조대는 전화를 건지 정확히 10분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경찰들은 개가 들어간 건물 입구를 막은 채 119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정확히 10분뒤 장한평에 위치해 있다는 소방서에서 긴급구조대가 출동했다. 4-5명의 구조대원들은 구조차가 정차하자마자 그물망 등 개 포착을 위한 도구를 손에 쥔채 경찰들이 안내하는 건물로 들어갔다. 기자도 뒤를 따랐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구조대를 경찰들이 바라보고 있다.

2층 중간 계단에 선 채 아래쪽을 노려보던 개가 위층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구조대원들이 뒤를 쫓았다. 그리고 마침내 더 이상 갈곳이 없게 된 개. 구조대원들은 그물망과 다른 도구들을 이용해 개를 붙잡는데 성공했다. 개는 잔뜩 겁을 먹은 채 사시나무 떨 듯 떨고 있었다.


#개를 붙잡는 구조대원들.


#붙잡힌 채 이동되는 개

구조대원들은 붙잡은 개를 구조차에 실었다. 경찰이 구조대원들에게 물었다.

"개는 어디로 가게 되는 거죠?"
"경기도에 있는 동물구조대로 갑니다."




#고마운 경찰 아저씨들.

경찰과 김씨는 차에 실리는 개를 걱정스러운 듯 쳐다보고 있었다. 이순애 기자 leesa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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