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대추 분교 지붕위 9인의 신부들 메시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미국이 수립한 동북아 군사정책의 관철을 위하여 대한민국 정부가 대행하고 있는 평택 미군기지 확장의 부당성을 만천하에 폭로하고, 아울러 어언 2년여에 걸친 농민들의 의로운 저항에 동참하는 뜻으로 지금 대추분교 주민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한반도가 세계 평화와 상생의 중심으로서 거듭나야할 백년대계를 생각할 때, 정부가 앞장서서 천문학적인 세금을 쏟아가며 이 넓고 기름진 땅을 농민들에게서 빼앗아 순전히 외국군대의 군사적 이해를 위한 전쟁수행기지로 넘겨주려는 것은 비겁하고 어리석은 꼭두각시 노름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동해의 독도는 지키겠다면서 어째서 이 서해의 넓은 평야는 포기하겠다는 것인지 정부는 국민에게 설명해야 할 것입니다.

주민들은 정부와 국방부를 거슬러 싸우는 게 아니라 한반도를 전쟁의 영구 거점으로 삼으려는 미국에 맞서 조국의 영토를 지키려는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의 민주주의가 1980년 광주시민들의 희생에 빚지고 있다면, 2006년 대추리 도두리 농민들의 저항은 겨레의 자주와 평화 그리고 통일을 앞당기는 고마운 역사가 될 것입니다.

분명히 지적하거니와 문제를 일으킨 쪽은 지키겠다는 주민이 아니라 빼앗아야겠다고 나선 정부였습니다. 그러므로 진정 해결을 원한다면 국방부는 군 병력 철수하고 다시 주민들과 다시 나서길 간절히 당부합니다.

이 땅의 민주화와 통일을 위하여 헌신해온 우리 사제들은 일관된 신념의 실천으로서 평택 미군기지 확장 계획이 철회되는 그 순간까지 농민들의 투쟁에 함께 할 것입니다.

군병력 철수하고 다시 주민들과 다시 나서길 간절히 당부합니다.

우리 사제들은 기도하고 염원합니다.

푸른 생명의 들판에서 하얀 쌀밥이 쏟아지는 평화를!

우리 젊은 아들들이 아버지와 어머니가 일하는 들녘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자주국방을!   

   2006년 5월 4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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