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마친 운동장에서 25일 열린 알뜰시장, 신나고 재미있는 하루

내가 다니는 청량초등학교에서는 오래 되거나 작은 것, 또는 필요 없는 물건을 기부해서 해마다 알뜰 시장(바자회)을 연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지난 25일이 알뜰시장이 열리는 날이었다. 바로 다음날이 한자 시험을 보는 날이었지만 시험 걱정은 잠시 미루고 3교시에 과학공부를 조금만 하고 알뜰 시장이 열린 새로 만든 우리학교 운동장으로 나갔다. 참고로 우리 학교는 지난 2년여간 학교 건물을 새로 짓는 공사를 했다. 운동장을 사용하지 못하다 보니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체육도 실내 체육관에서 해야 했다. 운동회는 아예 하지도 못했다. 이러다, 6학년 다 지날 때까지 운동장 구경 못하는 거 아닌가 걱정도 했는데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었다. 이왕이면 운동회도 열었으면 좋겠는데….

알뜰 시장이 열린 운동장은 아주 요란했다. 작년까지는 학교 어머니회에서 모든 물품을 모아서 한꺼번에 판매를 했는데 이번에는 각 반마다 따로 판매를 하였기 때문이다. 서로 경쟁하듯이 물건을 파느라 요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6학년 10반에는 어머니가 한 분 밖에 안오셔서 10반 친구들이 장사를 도왔다. 나는 친구들과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다. 한 걸음씩 뗄 때마다 다음에는 또 무엇이 있을지 가슴이 설레었다.

돌아다니다가 우리 반 물건을 판매하고 있는 엄마를 보았다. 남자회장 엄마와 여자부회장 엄마도 함께 물건을 팔고 계셨다(참고로 나는 여자회장이다^^). 우리 반은 호루라기와 초미니 사이즈 가방, 의류 등을 팔았다.

또 다른 곳을 둘러보는데 날씨가 더웠다. 지갑을 열어보니 약간의 용돈이 남아 있었다. 더운 날씨를 이겨내는데는 아이스크림이 최고. 마침 아이스크림을 파는 곳이 있어서 친구와 함께 사먹었다.

그리고는 귀여운 장수풍뎅이 유충과 예쁘고 조그마한 물고기 두 마리를 샀다.
마지막으로 매콤한 닭꼬치와 여름 더위를 날려버릴 부채도 샀다. 아주 흐뭇했다. 특히 장수풍뎅이 유충은 내가 평소에 갖고 싶어했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끄는 것이었다. 내 단짝 친구인 민주는 오래 전부터 장수풍뎅이를 키우고 있다. 언젠가 아빠에게 졸랐더니 사주기로 약속했다가 지키지 않은 일도 있었다. 몇 번을 통 사정했는데도 아빠는 결국 약속을 깨트리고 말았다. 단순히 바쁘다는 핑계였다.

어쨌든 알뜰시장은 계속 진행되고 우리의 공부도 다시 이어졌다. 얼마 뒤 점심시간이 되었다. 그런데 친구들 밥 먹는 모습이 영 아니었다. 알뜰시장의 먹거리 코너가 문제인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알뜰시장에서 많이 먹지 않아서 급식도 맛나게 먹었다. 우리 아빠가 이 글을 보면 또 이렇게 말씀하실 테지만….

"닭꼬치랑 아이스크림 먹었다면서, 많이 먹은 것 아냐?"

점심을 먹고 나서 선생님을 도와 심부름을 했는데 그 사이에도 알뜰시장에서 물건을 사오는 친구들이 많았다. 참 얄미웠다. 나는 심부름 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쇼핑^^을 즐기다니….

남자아이들은 조그마한 물총을 사는 친구가 많았다. 이리 저리 장난을 치다가 친구 옷이나 얼굴에 쏘기도 해서 더 정신 없긴 했지만 너무 재미있었다.

그때 빅뉴스가 생겼다. 바로 내가 산 장수풍뎅이 유충이 톱밥 위로 올라온 것이다. 우리 반 남자회장인 송하용이 꿈틀대는 유충을 마지기도 하였다. 유충은 엄지손가락 만했다. 그래서 이름은 엄지공주로 지으려고 생각 중이다.



이번 알뜰 시장은 아주 보람 있었다. 많이 소란스럽고 끝난 후에는 옷 등이 더러워져서 많은 친구들이 고생을 했지만 알뜰 시장은 이런 재미로 하는 것 같다.

아마 알뜰 시장은 나에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6학년이어서 내년에는 중학교를 가기 때문이다. 아쉽긴 하지만 너무 즐겁고 재미있었다. 아참, 알뜰시장에서 번 돈은 불우이웃 돕기로 성금을 낸다. 정다은 기자 <정다은님은 청량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중입니다. 위클리서울 어린이마당 기자로 맹활약하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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