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 치유비용 우리가 부담, 정부와 환경단체 공방 치열


제9차 한ㆍ미 안보정책구상(SPI:Security Policy Initiative)회의에서 사실상 주한미군 측의 요구만 일방적으로 관철된 것에 대해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지난 14일 끝난 제9차 한ㆍ미 안보정책구상회의(SPI) 결과에 따라 지난 15일 국방부가 경기도 파주시 캠프하우스 등 15개 미군기지에 대한 관리책임권을 미군에서 처음으로 넘겨받았지만 미군기지 환경오염 치유비용 부담을 놓고 정부 및 미군측과 환경단체간 공방은 점점 더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국방부가 부담해야 할 환경오염 치유비용 규모도 환경단체 등에서는 12조원 이상 든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국방부에서는 3000억-5000억원 정도로 추산하는 등 현격한 차이를 보여 앞으로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군기지 오염 치유 문제 미측 일방적 결정으로 결론

국방부ㆍ환경부ㆍ외교통상부는 지난 15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13-14일간 서울에서 개최된 제9차 SPI 회의시 한ㆍ미 양측은 총 59개 기지 중 현재까지 오염조사가 완료된 29개기지 중 일부 기지에 대해서는 합의하여 반환받고, 합의가 안 된 기지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하였다"며 "환경오염조사가 완료된 29개 기지 중 8개항( 지하저장탱크 제거하고, 지하저장탱크 주위의 오염 토양 제거ㆍ처리  모든 저장 탱크의 연료를 방출하여 제거  PCB 품목을 포함한 모든 유해 폐기물과 유해물질 제거  수송부와 유해물질/폐기물 수집소에 보이는 유출물 청소  난방과 온수 시스템을 방출하고 청소하며 연료와 물 분리 조치  에어컨 시스템으로부터 냉각재를 방출하고 재사용 또는 폐기  사격장 표면의 불발탄 제거  사격장 내 피탄지의 납과 구리로 오염된 토양 제거 및 처리)으로 치유하기로 한 15개 기지는 미 측에 의해서 치유가 완료되었다고 통보됨에 따라 SOFA 절차에 의해 반환받기로 합의 하였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주한미군 측의 일방적 결정에 의해 반환기지 오염 치유 문제가 결론난 것이다.
이렇게 해서 반환된 15개 기지는 하우스, 스탠턴, 자이언트, JSA(보니파스, 리버티 벨), 그리브스, 맥냅, 자유의 다리, 콜번, 라과디아, 님블, 유엔 컴파운드, 챨리블럭, 매향리사격장, 서울역 미군 사무소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조차 "현 SOFA 규정에는(반환기지 환경오염을) `SOFA 및 관련합의에 따라` 치유한다라고만 되어있고 구체적 치유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약 50여 년간 사용해온 기지를 국내환경기준에 의해 완전 치유 요구는 협상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한ㆍ미 합의결과는 당초 우리정부가 원하는 수준에는 미흡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해 사실상 SPI회의 결과가 주한미군 측의 요구가 관철된 결과임을 인정했다.

눈에 보이는 쓰레기만 치운 부대 돌려받아

녹색연합은 이 회의 결과에 대해 "그동안 한ㆍ미간 협상이 진행되어왔다는 사실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주한미군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수용한 결과"라며 "한국 정부는 주한미군이 눈에 보이는 쓰레기만을 치운 기지를 되돌려 받게 생겼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녹색연합은 "지난 2월 언론을 통해 공개된 바에 따르면 하우스 기지의 유류오염은 한국 토양법상 오염기준을 40배 이상 초과하였으며, 납과 카드뮴의 중금속 오염도 기준치의 2배에 이른다"며 "이 현실은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에게 환경오염 정화의 책임을 하나도 묻지 못한 것을 여실히 입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녹색연합은 "녹색연합은 협상의 결과에 대한 1차적 책임은 분명 주한미군에 있음을 밝혀둔다"면서도 "한국 정부가 환경 분야에서 불변의 진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오염자부담원칙`을 가지고도 최소한의 성과도 이루어내지 못하는 이 현실에서 현재 한국사회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한ㆍ미 FTA 협상의 결과는 미국의 이익에 철저하게 복무되도록 귀결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주한미군측은 "한국은 미국 납세자들이 수십억 달러를 내 만든 시설물과 10억달러 규모의 토지를 받게 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주한미군은 지난 14일 정부가 반환 미군기지내 환경오염 제거를 요구한데 대해 "수십억 달러가 투입된 시설물을 무상반환 받으면서 엄격한 기준으로 환경오염 치유를 요구하는 한국측 처사는 부당하다"고 밝혔다.

주한미군사령부는 제9차 한미안보정책구상(SPI) 회의가 끝난 뒤 발표한 입장문에서 "한국은 토지 반환 뿐 아니라 미국의 납세자들이 낸 비용으로 수십 년 간 수십억 달러를 들여 만들어 놓은 시설물을 이전받게 된다"면서 그같이 주장했다.
하지만 반환될 미군기지에 건설된 시설은 병사 및 장교 숙소, 소규모 체육관, 군 시설 등이 대부분으로, 반환된 이후에는 제거될 가능성이 커 실질적인 도움은 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미측은 "(한국이) 기지반환과 관련해 SOFA(주둔군지위협정)협정을 부정하고 기지반환의 요구조건으로 새로운 환경기준을 일방적으로 만들려 한다"며 "이는 SOFA나 다른 협정에서 공정하게 상호합의한 사항과 동떨어진 것"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 "한국전 이후 수십년 간 끊임없이 피와 땀을 흘리면서 인적, 물적, 경제적 약속을 이행해왔는데도 한국전 발발 전의 상태로 토지를 돌려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이는 한미 양국에 이익이 되지않으며 실행하기 어려운 일방적인 해결책"이라고 미측은 강조했다.

미측은 "지난 2년간 5억 달러에 달하는 30개의 기지를 폐쇄했으며 2008년까지 59개 기지를 반환하게 된다"며 "결국 주한미군은 340만평을 공여받고 4000만평을 반환하는데 이는 비율로 따지면 12대 1"이라고 지적했다.

환경·시민단체 기지이전 협상 무효 주장

이에 대해 녹색연합과 참여연대 등 환경 시민단체들은 잇따라 성명을 내고 `반환기지 치유 약속` 이행없는 기지이전 협상은 무효라며 정부의 무능과 국민들에 대한 몰염치가 이 정도인가라고 개탄했다.

녹색연합은 노무현 대통령과 한 총리 앞으로 띄운 공개서한에서 "한국의 국토와 환경주권을 지켜내지 못한 점에 대한 국가의 통수권자와 내각의 총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노 대통령과 한 총리에게 발송된 공개서한에는 지난 7월14일 끝난 제9차 SPI(한미 안보정책구상 협상) 결과에 대해 통수권자인 대통령과 내각책임자인 국무총리의 책임을 묻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녹색연합은 공개서한에서 "첫째 노 대통령과 한 총리는 대한민국의 환경법과 환경주권을 지켜내지 못했고 둘째 반환받는 미군기지의 환경오염이 매우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오염이 정화되지 않은 땅을 돌려받음으로써 예상되는 환경피해와 주한미군이 부담해야 할 정화비용을 한국이 대신 지불함으로써 낭비되는 국민의 혈세낭비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녹색연합은 또 "용산미군기지 이전협상 체결 이후, 2년여 동안 진행돼온 반환미군기지 오염정화 협상과정에서 정부가 보여준 안일하고 무책임한 태도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물었다.

그러면서 녹색연합은  이번 협상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과정과 한국 측이 제시했던 협상안을 공개할 것  조사가 완료된 29개 기지의 환경오염 조사 결과를 공개할 것  주한미군이 치유 조치했다고 통보하여 돌려받은 반환미군기지의 환경정화 여부를 검증할 민관공동조사단을 꾸릴 것을 요구했다.

참여연대도 이날 성명에서 "기름과 중금속으로 오염된 기지의 온전한 정화를 거부해 온 주한미군이 일방적으로 기지반환을 추진할 것임을 밝힌 것에 대해 결국 한국 정부가 이를 받아들였다"며 "미군 측은 오염치유에 대한 합의가 없었던 기지마저 한국군에 떠넘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는 주한미군 측이 한국 정부와 국민을 무시하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맹 비난했다.

참여연대는 나아가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국민을 끊임없이 우롱하고 있는 정부의 태도"라면서 "정부는 2004년 기지이전 협상 당시 반환기지의 환경치유 책임이 미국 측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이를 협상의 성과로 내세워왔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 역시 "우리는 환경오염 치유 없는 미군기지 반환은 무효이며, 정부의 반환 미군기지 환경치유 협상결과 발표는 미국 정부의 일방적인 주장을 수용한 대국민 사기행위로 판단한다"며 "지난 4월 인사청문회에서 미군 측이 `오염자부담원칙`을 반드시 지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던 한명숙 국무총리와 이치범 환경부 장관,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협상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단병호 의원의 김홍석 보좌관은 "주한미군 측에서 말하는 8개항은 환경오염 치유가 아니고 사실상 쓰레기 정도는 치우겠다는 것"이라며 "이 8개항마저도 제대로 지켰다고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지난 16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주한미군이 이번 반환에 필요한 조치(불발탄 제거, 유해한 납 및 구리 등 제거)의 완료를 통보해 옴으로써 매향리 사격장 반환을 위한 SOFA 행정절차가 개시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단병호 의원 측은 지난 15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매향리 주민들에 따르면 현재까지 미군 측은 매향리 사격장을 단 한 번도 방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는 미군과 한국 국방부의 발표 내용이 모두 허위임을 방증하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방부와 환경부 관계자들이 최근 매향리 농섬에서 매향리 주민들을 대상으로 환경 관련 설명회를 열어 정부가 매향리 사격장의 불발탄과 유해한 납 및 구리 등을 제거하겠다고 말한 것은 주한미군 측이 적어도 매향리 사격장에 대해선 앞에서 말한 8개항의 조치조차 하지 않은 것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이에 앞서 합동참모본부가 발행하는 `합참 제19호(2002.7)`에 게재된 한 논문(신은성, `주한미군 반환기지 환경복구 대책방안`)은 "반환예정 미군기지에 대한 치유비용은 미군의 자국 내 기준을 적용하여 대략 9조6000억원(`02년 현재)에 달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단병호 의원은 지난 4월 반환부지 현황 관련 가장 최근 자료인 국방부의 `미군기지이전 추진 주요업무(2005.1.18)` 문서에 명시된 면적 5167만평을 위의 논문에 명시된 계산식에 대입한 결과 미군기지 환경오염 치유비용을 12조3000억원으로 추정한 바 있다.

단병호 의원은 "우리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인해 앞으로 최대 12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반환 미군기지의 환경오염 치유비용은 고스란히 우리 국민의 혈세로 떠안게 됐다"고 말했다. 이순애 기자 leesa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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