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유리조각 등 숨긴 채 갑자기 나타난 천변 모래사장

청계천에 커다란 강가나, 바닷가에서만 볼 수 있는 모래사장이 있다고? 시멘트로 뒤덮인 거대한 인공분수라는 비아냥을 받아온 청계천에 모래사장이 있다면 놀랄 노 자가 아닐까. 제보를 받은 <위클리서울> 취재진, 확인 취재에 들어갔다. 그런데 정확한 위치는 제보자로부터 듣지 못한 상태. 하는 수 없이 청계천이 시작되는 광교 부근부터 무작정 걷기로 했다. 그리고 청계 8가를 지나 정릉천 합수지점 근처에 이르렀을 때, 눈이 휘둥그레지고도 남을 그 현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보자의 말대로 모래사장이 분명했다. 이전 이미 몇차례 다른 기획물의 취재를 위해 현장을 방문했을 땐 분명히 보이지 않던 것. 그런데 이게 웬일? 옷 벗고 모래찜질을 해도 될만한 크기의 백사장이 펼쳐져 있다.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게 아닐까…. 하지만 잠시 뒤 모래사장을 만들어낸 진원을 파악할 수 있었다. 바로 장맛비였다. 수일간 쏟아져 내린 비가 정릉천 바닥에 깔려 있던 일부 마사토를 청계천으로 끌어내렸고, 합수지점에 이르면서 산책로  근처에 심어진 나무와 수풀 등 장애물에 막혀 흘러 내려가지 못하고 한 곳에 쌓여 있었던 것이다. 참고로 정릉천은 지난 봄, 바닥 정리 작업을 하면서 마사토를 깔았다.

인근에 사는 초등학생들로 보이는 아이들이 그 모래사장과 청계천 물속을 오가며 뛰어 노는 모습도 눈에 뜨였다. 혹시나 해서, 모래사장을 뒤적여 봤더니, 아뿔사 모래 속에 가려져 있는 각종 환경오염물질들. 각종 쓰레기는 물론이고 깨진 병 유리 조각 등도 쏟아져 나왔다. 맨발로 뛰어 노는 아이들이 심하게 다칠 수도 있는 상황. 서울 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청계천변의 모래사장…. 결코 반가운 것만은 아닐 듯 싶다. 관계 당국의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정명은 기자 jungme@naver.com


#청계 9가 부근에 갑자기 생겨난 모래사장


#모래사장이 생겨난 것까진 좋은데...


#모래를 파헤치자 나타나는 유리병 조각 등 쓰레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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